쇼핑을 하다 보면 가끔 충동적으로 '지르고' 싶은 물건을 발견하곤 한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큰마음 먹고 구매하지만, 나중에 후회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충동적인 '지름'이 연봉 협상에서도 벌어질 때가 있다. 연봉을 마치 물건값 흥정하듯 터무니없이 '지르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첫 이직에 도전한 한 후보자가 있었다. 궁금한 것도 많고 손이 많이 갔지만, 내 조언을 잘 따라주었고 마침내 원하던 기업으로부터 오퍼레터(Offer Letter)를 받아냈다. 그런데 연봉 협상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보통 첫 이직 시에는 기존 연봉 대비 10~20% 인상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후보자는 30% 인상을 희망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후보자의 의사대로 회사에 전달했고, 회사 측은 "후보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지만, 내부 연봉 테이블과 형평성 문제로 17% 인상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다행히 후보자는 17% 인상안을 수락했고, 오퍼레터에 최종 사인까지 마쳤다. 나중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왜 30%를 희망했는지 물어봤다. 후보자의 답은 간단했다. "그냥 제가 진짜 희망하는 금액을 말했을 뿐이에요."
이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연봉 협상은 단순히 더 높은 금액을 부르는 '지르기'가 아니다. 기업은 후보자의 희망 연봉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직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은 몇 가지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시장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 해당 직무의 시장 연봉 수준을 전혀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비현실적인 기대치: 회사에 기여하려는 의지보다는 연봉 인상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오만함 또는 비협조적 태도: 회사가 제시하는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이번 사례의 후보자는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처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은 희망 연봉이 너무 높을 경우, 추가 논의 없이 '자격 미달'로 판단하여 협상을 중단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
연봉 협상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신을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포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헤드헌터는 가장 중요한 동반자다.
시장 분석 및 조언: 헤드헌터는 특정 산업과 직무의 연봉 수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자의 현재 가치를 파악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도록 돕는다.
전략적 협상: 회사가 제시하는 오퍼레터에는 연봉 외에도 인센티브, 복지, 스톡옵션 등 다양한 조건이 포함될 수 있다. 헤드헌터는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보자가 납득할 만한 최적의 협상안을 마련한다.
커뮤니케이션 대행: 후보자가 직접 나서서 협상하기 어려운 미묘한 부분들을 대신 전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연봉은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충동적인 쇼핑처럼 '지르기'보다는 헤드헌터와 함께 합리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스스로의 가치를 더 높이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직을 준비하는 당신이라면, 연봉이라는 '물건'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어내는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