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정말 궁금한 게... 헤드헌터 입장에서도 '될 사람'을 추천하는 게 본인 실적에도 좋을 텐데, JD를 보면 도저히 맞지 않을 것 같은 포지션 제안이 오는 경우는 도대체 왜일까요? 진짜 제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그냥 막 던지는 건지... 그런 경우가 많아서 신기합니다."
헤드헌터가 엉뚱한 제안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일반 구직자들은 알기 어려운 한 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바로 **'변화한 채용 계획'**이다.
회사들은 보통 채용을 시작하기 전에 'JD(Job Description)'을 작성한다. 이 JD는 마치 제품의 설명서와 같다. 필요한 기술, 경력, 자격 요건 등을 명시해 놓는다. 하지만 채용 시장은 수시로 변하고, 회사의 내부 상황도 끊임없이 바뀐다.
예를 들어 보자.
처음에는 '마케팅 기획 경력 5년 차'를 찾기 위해 JD를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채용을 진행해 보니, 시장 상황이 변해 '콘텐츠 마케팅'에 더 강점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기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외부에 공개된 JD를 그때마다 수정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헤드헌터는 기존 JD와는 조금 다른 역량의 후보자를 찾게 된다. 외부에 공개된 JD만 보면 전혀 맞지 않는 포지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회사의 새로운 채용 계획에 맞는 사람을 찾는 중인 것이다.
헤드헌터는 이런 내부 사정을 모두에게 공개할 수는 없다. 이런 부분까지 공개적으로 오픈하기는 불필요하거나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이 보기에 전혀 맞지 않는 포지션이라도 '일단 제안'을 보내고, 후보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설명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의 링크드인 메시지함에 도착한 헤드헌터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로 삭제하거나 무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막 던지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제안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의 커리어와 맞지 않는 포지션 제안을 받았다면, 그냥 무시하기보다는 **"제 포지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다른 기회가 있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와 같이 친절하게 답장해 주길 바란다.
헤드헌터는 당신의 답변을 통해 당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당신을 '매너 있는 후보자'로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에게 딱 맞는 포지션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당신에게 연락을 줄 것이다.
헤드헌터는 기업과 후보자 사이의 수많은 변수 속에서 최적의 연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조력자다. 무심코 받은 메시지가 당신의 커리어에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헤드헌터의 제안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당신의 커리어에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