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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자동 회신 메일

by 정 부지런이

추석 연휴를 앞둔 자동 회신 메일과 직장 문화의 단상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고객들에게 안부 메일을 보냈다. 연휴 직전의 분주함과 부재중일 것을 피해 미리 인사를 전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발신한 메일의 약 3분의 1에 대해 부재중, 휴가중 관련 자동 회신이 온 것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직장인이 연휴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휴는 다른 추석보다 상당히 긴 기간이지만 그 기간에 개인 연차를 붙여서 방학(?) 수준의 휴가를 완성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과거에는 명절 직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었고, 연휴에 연차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 암묵적인 금기에 가까웠다. 제주도에 본가를 둔 직원들은 휴가 마지막날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기상악화로 지연이 되어 다음날 출근이 어려워지면 심하게 혼나던 것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현재의 양상은 분명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다. 개인의 휴식권을 존중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가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변화 이면에는 한 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근무 환경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직률은 여전히 높고, 많은 직장인이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이는 휴식의 보장을 넘어선, 보다 근원적인 가치에 대한 갈증이 존재하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휴가의 재해석: '보상'에서 '필수재'로


직장인들은 이제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다음의 가치를 요구한다: 개인의 성장 가능성, 공정한 평가와 보상 체계, 그리고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조직 문화.

여기서 긴 휴가의 의미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긴 휴가는 개선된 근무 환경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고된 업무에서 비롯되는 소진(burnout)을 방지하고 자신의 경력을 성찰하기 위한 '필수재'에 가깝다. 즉, 휴식을 통해 얻은 물리적, 정신적 여유가 역설적으로 현재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직과 같은 새로운 선택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과제는 직원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떠날 수 있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휴가 끝에 기꺼이 복귀하고 싶어 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일하기 좋은 환경'이란 휴가의 양이 아닌, 성장의 기회와 공정한 인정, 그리고 건강한 조직 문화와 같은 본질적인 요소로 구축된다. 수많은 자동 회신 메일은 현대 직장인들의 변화된 가치관과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개인의 자유를 매우 존중하는 기업이다. 반면에 개인의 성과를 너무 정확하게 구분하여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같이 유념하였으면 한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회사의 장점만을 보고 있지만 내부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더욱 힘들고 치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고 이직하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연휴는 이직을 준비하고 스스로의 이력서를 정리할 수 있는 최고의 기간이다. 당장 이직 계획이 없다라도 이번 기회에 본인의 history를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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