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으로 이직 시,
헤드헌터 업무를 하면서 후보자들과 연봉을 협의할 때, 다른 산업으로 커리어를 전환하려는 후보자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새로운 산업이라 저에게는 리스크가 커서, 이직한다면 연봉을 더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듣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일리가 있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드헌터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후보자 입장에서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은 미지의 영역이며, 적응하지 못할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위가 맞다. 그러나 기업의 시선은 다르다. 기업은 냉철하게 '효용 가치'를 계산한다.
기업이 당신을 채용하는 이유는 당신이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럴 잠재력과 역량이 있어서 일 것 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새로운 산업이라 제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리스크 수당을 더 주십시오"
라고 말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물음표가 생긴다.
굳이 '검증되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돈을 더 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기업은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연봉을 낮추려 할 수도 있다. 그들은 본인을 채용하는데도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고 있을지 모른다.
산업을 옮기는데 연봉을 높일 수 있는 경우는 없을까? 물론 새로운 산업으로 이직하면서 연봉이 파격적으로 오르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이는 옮기려는 산업이 한국에 없던 산업이라 다른 산업에서 데려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예시 1: 도입기 산업: 국내에 아직 관련 전문가가 전무한 새로운 기술(예: 극초기 블록체인 개발, 특정 바이오 신약 분야, 데이터센터 설치 등)이 도입될 때, 기업은 불가피하게 인접 산업의 최고 전문가를 웃돈을 주고 영입해야 한다. 시장에 전문가가 없고 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매력적인 연봉으로 후보자들에게 관심을 끌어야한다.
예시 2: 필수적인 교집합: 제조업이 IT 솔루션을 도입할 때, '제조 경험'과 'IT 경험'의 교집합을 가진 인재가 시장에 희소하다면 연봉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다면 힘들더라도 그 작업을 마무리하길 추천한다. 적용하고 사용하는 직원들은 많지만 초기 세팅은 일부만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은퇴시점이 지나고도 근무하는 분들은 이런 경험을 꼭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특정 역량을 가진 인재를 기존 시장에서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때, 즉 공급이 극도로 부족할 때만 리스크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후보자 본인에게는 새로운 산업일지라도, 그 산업이 이미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기존 시장' 이라면, 시장은 당신의 '리스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왜 굳이 검증되지 않은 산업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따라서 산업 전환을 고려할 때는 '리스크'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접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최대한 접점이 많은 산업으로 이직하라: 당신의 핵심 역량(예: 재무 분석, 데이터 마이닝, 프로젝트 관리 등)이 그대로 이식될 수 있는 인접 산업으로 움직여야 한다. 당신의 역량이 'A산업의 경험'이 아닌, '산업 불문 해결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본인의 역량을 '공통 언어'로 번역하라: 이력서 작성 시, 이전 산업에서 사용했던 전문 용어를 옮기려는 산업에서 사용하는 공통의 비즈니스 언어로 바꾸어 설명해야 한다. 당신의 경력이 새로운 산업에서도 즉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직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인정받고 연봉 상승을 원한다면,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응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감정적인 주장을 내려놓아야 한다. 냉철하게 당신의 역량이 새로운 산업에 가져다줄 측정 가능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시장은 당신의 역량을 인정한다. 다만, 당신이 그 역량을 새로운 산업의 맥락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연봉 테이블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