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을 뿜어내며 활활 타오르던 때가 있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판 위의 고기를 까맣게 태우고
타닥타닥 소음을 일으키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무리해서 일으킨 불길로 스스로를 삼켜버리기를 반복했던,
어리석었지만 무모할 수 있었던 그런 나날들.
검붉은 덩어리는 어느덧 형체를 잃고
드문드문 깜빡이는 분홍빛 신호에 의지해 오늘을 살아간다.
하나, 둘 허공에 떠오르는 잿가루를 붙잡으려다
남아 있는 불꽃이라도 되살리려 바람막이를 세운다.
이미 너무 많이 타 버린 건 아닌지,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불을 다시 지펴야 할지
애꿎은 꼬챙이만 뒤적거리다 만다.
잦아드는 불길을 되살릴 수 없더라도
은은한 향이라도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