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장 : "와~ 좋은 데 가셨나 봐요!"
재원 : 저희도 다음에 한번 놀러 가요~
모임장 : 네, 날짜 한 번 맞춰보죠 ^^
재원 : 운전은 제가 할게요 ㅎㅎ
......
4년 전 처음으로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잔뜩 긴장한 상태였는데 살갑게 대해 주는 멤버들 덕분에 금세 마음이 풀어졌다. 그래서였을까... 가족 여행 중 찍은 바다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고 혼자 신나서 떠들었다. 모두가 마스크 뒤에 숨어서 숨죽여 일하는 시간에 얼마나 내 행동이 개념 없어 보였을까, 이런 걸 관종이라고 하는 거겠구나... 침묵만 감도는 대화방을 힐끗거리며 후회와 자책을 계속했다. 결국 제주도 일 년 살이를 핑계로 중도 하차하고 자기만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다시 독서 모임에 나가고픈 마음이 생겼다. 이전과 다름없이 모임은 즐거웠고 좀 더 내 삶이 풍성해지는 걸 느꼈다. 다만 오프라인 모임과는 달리 온라인상에서는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가급적 톡을 올리는 것을 자제하고 단톡방 분위기를 살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민낯을 마주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하나, 둘, 셋... 어느 순간부터 내 독후감(에세이)에 달린 좋아요 하트 수를 세고 있었다. 한술 더 떠서 다른 멤버들은 하트를 몇 개나 받았나 비교했다. 얽매이는 게 싫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는데, 늘 혼밥을 하며 스스로 아싸라고 자부(?)했는데 하트 숫자, 댓글 하나에 이리저리 팔랑거리는 내 모습이 왜소해 보였고 꼴 보기 싫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할 나이인데, 보다 성숙한 어른이 되리라 매일 아침 다짐하는데 이런 유치 찬란한 늪에 빠져 허우적 댈 줄이야...!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면 멍 때리고 집 앞 안양천 숲길을 걷는다. 반추를 시작하면 지하 땅끝까지 파고들 기세인 지난날의 나를 구해내기 위해 찾아낸 나름의 해결책이다. 오랜 시간 걷다 보니 자꾸 운동화에 모래가 들어갔다. 탁 탁 털어내고 다시 걷는데 영 불편했다. 주저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깔창 밑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박혀 있었다.
받아들여야 했다. 팔랑거리는 찌질함, 이 또한 실은 나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라는 걸. 회사와 집만 오가는 일상에서 굳이 꺼내 보지 않아도 되었을 뿐, 분명 오래전부터 틈을 내어 끼워져 있었다는 걸.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외면당하는 게 두려워 쿨한 척 하는 한 아이가 내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는 걸. 더 이상 그 아이를 마냥 외면하거나 쉿! 입가에 손을 올리며 혼내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도 마음이 동하면 내 안의 촐랑거림을 이겨내지 못해 가끔 실없는 소리도 하고, 누군가 올린 톡에는 기어코 엄지 척 하나라도 달아야 마음이 편하다. 상대방의 표정도, 방 안을 둘러싼 공기의 흐름조차 읽을 수 없는 그곳에서 다이얼을 조심스레 돌려 주파수를 맞추는 중이다. 때로는 높은 피치(pitch)를 내기도 하고 가끔이지만 공명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단톡방에서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