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러셀 로버츠>를 읽고...
"주위 사람의 감정과 조화를 이루려면, 원래 올라가 있던 음에서 반음을 내려야 한다.(184쪽)" by 아담 스미스
반음 내린다는 건,
귀 기울여 듣는 것
내 안에서 쏟아지는 말을 흘려 보내고 그의 생각과 숨결에 마음을 모으는 일
큰 줄기가 같다면 곁가지가 다르더라도 굳이 각을 세우지 않는 것
그의 이야기가 끝났더라도 바로 입을 떼기보다는 잠시의 틈을 내는 일
반음 내린다는 건,
마음속 긴장의 매듭을 한 올 한 올 푸는 것
모니터 화면에서 잠시 눈을 떼고 푸르른 하늘로 눈길을 돌리는 일
키오스크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 뒤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것
열대야를 뚫고 찾아온 짧디 짧은 선선함을 만끽하는 일
반음 내린다는 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보는 것
늦잠 자는 아들의 널찍한 등짝에 손이 날아가다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일
딸아이의 끝도 없는 짜증에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고 안아주는 것
그럼에도 마음이 길을 잃으면 이어폰을 끼고 씻은 접시를 한번 더 닦는 일
반음 내린다는 건,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혹한 잣대를 거두어들이는 것
자기 연민과 반추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일
아침에 눈을 뜨면 거울 속의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
글감이 없다고 손 놓고 있기보다 무엇이라도 꾸준히 써 내려가는 일
반음 내린다는 건,
숫자는 놓칠지언정 사람을 놓치지 않는 것
마감 기한을 놓치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집중하는 일
쓴소리를 해야 할 때는 둘 만의 공간에서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것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의 신뢰에 한번 더 기대어 보는 일
반음 내린다는 건,
정신없는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것
숲길을 걸을 땐 휴대폰을 끄고 새소리, 바람 소리에 몸을 맡기는 일
숏츠 대신 눈을 감고 오디오북 채널을 듣는 것
흑백요리사가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자리에 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