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Christmas with J
남자친구와 4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은 유정
그녀는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평소에 먹지 못하는 오마카세를 먹어보기로 한다. 코로나도 조금씩 끝나가는 시점이라 예약하기 쉽지 않았지만,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스시 소라를 가까스로 예약했다. 광화문, 마포, 서초, 대치, 정자, 광교점이 있고 유정이는 정자점을 예약하였다. 평소 금액은 런치 5만 원, 디너 10만 원이지만 크리스마스엔 특별한 메뉴 제공으로 런치 7만 원이었다. 다소 비싼 금액이었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가 그녀의 마음을 홀리게 하였다.
유정이는 남자친구 J를 정자역에서 만나 약 3분 정도를 걸어갔다. 3층에 도착하여 스시소라를 들어가니 여섯 커플이 자리에 앉아 기대하는 모습으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좌석에 착석하니 종업원 분이 옷을 받아주어 옷걸이에 걸어주었다. 테이블 위에는 간장, 단무지와 락교, 따뜻한 물수건이 올려져 있었고 젓가락과 미니 스푼은 세로가 아닌 가로로 놓아져 있었다. 왜 가로로 놓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에 찾아보니, 일본에 사무라이가 있던 시절 젓가락이 세로로 두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의미로 보여 가로로 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서도 문화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유정이었다.
첫 코스는 단호박 맛이 느껴지는 차완무시로 시작되었다. 안에 새우살이 통통하게 들어가 있어 입맛을 완벽하게 돋우기 좋았던 메뉴였다. 단호박 퓨레처럼 달달한 맛이 들어가 계란의 느끼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 더 좋았다. 두 번째는 도미 사시미가 나왔고 세 번째는 참돔 스시가 나왔다. 셰프님이 만드는 걸 지켜보던 유정이는 샤리 위에 초록색 채소를 찍어준 것을 보고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위에 토핑으로만 사용했던 실파를 밥과 생선 사이에 넣어 먹다니! 역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아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그녀였다. 어떻게 보면 스시라는 메뉴 자체가 한국인에겐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코스에 한 번씩 후레쉬한 채소들을 넣어주어 더 맛있었다.
참치 뱃살, 한치, 참치 등살 순으로 제공이 되었고 토치로 한번 그을린 방어 스시도 입 안에서 불향이 가득 느껴져 이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행복하게 느껴졌다. 스시뿐만 아니라 삼치살튀김이 나왔고 그다음으로 ‘자본주의 스시’인 단새우&우니 스시도 제공되었다. 김 안에 샤리, 단새우, 우니 순으로 싸서 나왔는데 이 맛은.. 천국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라고 하면 더 깊게 와닿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전혀 비리지 않고 단새우의 달달한 맛이 우니의 맛을 잡아주고 샤리의 짭조름한 맛이 우니의 고소한 맛을 더 잘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스시소라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고등어김초밥이 제공되었다. 고등어 살 안에 샤리, 참치마요, 시소무침을 넣고 돌돌 말아 만든 김초밥으로 깻잎과는 조금 다르지만 특유의 향은 느껴지는 듯했다. 그 향이 고등어의 비린내를 잡아주어 감칠맛이 최고였다.
다음으로 지라시스시가 제공되었다. ‘지라시 스시’는 흩뿌린 초밥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뭉치지 않고 생선회와 여러 재료를 흩뿌리 듯 올려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스시소라의 지라시스시는 생새우, 계란노른자, 게살, 아귀 간, 와사비가 올려져 있었는데 일본의 고급 김에 싸 먹는 맛이 좋았다. 하지만 유정이는 아귀 간 특유의 미끌거리는 맛이 별로여서 J에게 떠넘기 듯 줬다고 한다. 그리고 전갱이와 바다장어가 제공되었고 마지막으로 큼직한 후토마끼가 제공되었다. 후토마끼는 양 옆으로 꼬다리가 나오는데 셰프님이 “꼬다리 드실 분?”이라고 물어보길래 J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유정이 덕분에 큰 꼬다리를 득템 한 J는 입 터지게 즐겼다. 그리고 면이 얇은 고쿠와 우동과 크리스마스라고 귀여운 초가 꽂아진 얼그레이 샤베트가 제공되었다. 디저트까지 먹기 위해 수많은 코스를 지나왔는데, 정말 정말 유정이의 배는 터질 것 같았지만, 이 배부름이 너무 즐거워 보인다.
오마카세의 묘미는 셰프님과 함께 소통하며, 내가 먹는 음식을 눈앞에서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점이 아닐까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한 명 한 명 취향을 물어보고 그에 맞게 음식을 제공하는 셰프님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각자 느끼는 맛을 서로 소통하고 먹는 점에 매력을 느껴 비싸도 먹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자주 먹기는 힘들겠지만 특별한 날을 축하하고 싶은 날에 즐기면 맛뿐만 아니라 인생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생각하며, 유정이는 4번째 크리스마스를 장식하였다.
Written by 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