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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구르르꺄륵 Nov 18. 2024

씹고 삼키는 일을 배우는 중이야.

입을 아~ 이유식 첫걸음

누누재재도 드디어 '이유식'이란 것을 할 때가 왔다. 정확히 6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이유식을 시작하기로 한 우리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바로 '죽' vs '토핑' 이유식이다. 


죽 이유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죽의 형태로 재료들을 모두 섞어 만든 것이고, 토핑 이유식은 마치 반찬처럼 그릇에 따로따로 배치시켜 하나씩 아기에게 먹이는 형태이다. 장단잠은 아주 극명하게 나뉜다. 

죽 이유식은 일단 만들기가 편하다. 재료들을 손질만 해두면 모두 한 냄비나 밥솥에 담아 이유식을 만들 수 있다. 음식들을 모두 섞어 주기 때문에 먹이는 시간도 훨씬 단축된다.

그에 비해 토핑 이유식은 만들어진 재료 블락을 따로 담는 등 만드는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그리고 음식들을 모두 섞어주지 않고, 각 음식들의 맛과 질감을 아기가 느낄 수 있게 따로따로 입에 넣어주니, 먹이는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내 생각에 토핑 이유식을 먹이는 이유는 총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아기가 어떤 식재료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쉽다는 것. 두 번째는 아기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기호를 파악하기 쉽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은 이유식을 이쁘게 먹이고 싶어서..이다. 아무튼 귀여운 아기가 이쁘게 배치된 이유식을 먹는다? 그 순간을 보는 게 행복하긴 할 것이다.

허나 우리의 상대는 누누와 재재. 하나보다 나은(?) 둘이라는 것. 언제 따로 만들고 언제 따로 먹여주겠는가. 아빠는 강력하게 죽을 선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항상 누누재재의 최선을 생각하는 아내는 토핑형을 선택했다. 죽을 만들더라도 결국 재료별로 손질 후 큐브로 얼려 놓으니, (그리고 나중에 해동하면서 죽으로 만든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들어가는 노동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내 혼자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 벌써 걱정이다 걱정.

그럼 이제 또 하나의 선택의 기로가 존재한다. 그건 바로 '직접 만들기' vs '시판'. 아내는 용감하게도 직접 만드는 길을 가기로 했다. 시판을 쓰면 이래저래 편하긴 하겠지만, 우리의 상대는 누누와 재재.. 둘을 먹이는 시판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직접 만들어 먹이기로 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유식을 시작하기 앞서 우리는 한 두 달 전쯤 스토케 아기 의자를 주문했다. 무슨 놈의 아기 의자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정확한 배송 날짜를 장담할 수 없다는 둥 아주 비싸게 군다. 결국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에 아기 의자를 받을 수 없게 된 우리는 당분간만 덤보 의자를 대여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이유식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뒤에 아기 의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나사 홈의 위치가 틀어져 완전히 조립할 수 없었다. 다행히 해당 부품은 다음날 바로 배송을 해주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비싼 게 좋긴 좋더라.


어쨌든, 덤보 의자에 앉아서 두근두근 첫 이유식이 시작되었다! 첫 메뉴는 진리의 흰 쌀미음 20ml이다. 그저 맛있게 냠냠 먹어주길 바란다 누누재재야~ 

그렇게 시작된 첫 이유식 식사는 굉장히 하드 했다. 아직 6개월이지만 제대로 앉아있질 못하는 누누재재는 몸을 사방으로 휘청댔다. 앉아 있는 시간이 체감 5분이 지나면 찡찡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되면 직접 안고 이유식을 진행해야 했다. 거기다 이유식을 먹이는 사람은 평생 누군가에게 밥을 먹여본 적 없는 초보 엄마 아빠다. 미음이 누누재재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얼굴은 난장판이 되어가고, 누누재재는 먹다가 손을 빨고, 턱받이를 빨고, 쥐고, 휘젓고, 사방에 쌀알이 묻고, 난리 난리 생난리다. 덕분이 아빠는 오늘도 땀으로 샤워.. 앞으로의 이유식이 꽤나 걱정되는 걸...??


어찌저찌 첫 이유식을 모두 먹이고 나니, 누누재재와 집은 끈적한 쌀알들로 초토화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아기들만 잘 먹으면 됐지~라는 말은 솔직히 못 할 것 같다. 누누재재를 보면 그냥 피부에 양보한 수준이기 때문. 지금의 실패를 잘 복기해서 더 괜찮은 이유식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구나.


무엇보다 제일 걱정되는 점은 아빠는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 안타까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아내가 혼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누누재재를 데리고 밥을 먹여야 한다니.. 그것도 혼자서? 눈앞이 아찔해지는 엄마와 아빠다. 누누재재가 얼른 쑥쑥 커서 혼자 늠름하게 앉아 밥을 먹는 그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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