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가운데 내 뜻대로 섬에는 주인을 몰라보고 제멋대로 설치는 인간들이 득실대고,
넓은 장터에는 먼지 앉은 김밥에 참기름 덧입혀서 바가지로 돈 담는 상인들이 넘쳐나고,
한 마을에 살던 갑돌이와 갑순이는 노래가 3절까지 다 끝나도록 시집 장가 안 가고 마을에 눌러살고,
규칙대로 작동해야 할 신호등은 바쁜 사람 골라내어 빨간불로 갈 길을 막아서고,
정체 모를 루머는 머리를 거치지 않은 채 문자 날리는 손가락으로만 전해지고,
일 나갈 대낮에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누워 천장만 쳐다보는 집이 늘어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슬며시 다가와 한쪽 어깨를 적시며 우산을 씌어주는 사람이 있고,
그곳이 어디든 사람이 다친 현장에는 반드시 달려오는 간호사가 있고,
진고개 넘어 옥수수와 감자 파는 노점에서 이웃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늦게까지 실험실의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한철 내리는 장맛비는 잦아들기만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