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창작한 원작가가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
커버 이미지: 조동균-시간 속에서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의 의미.17-2. 162X133.3cm mixed media 2017
운동은 행성의 공전과 우리가 호흡하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
세상을 알기 위해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보다
나의 행위를 온몸으로 느껴보라.
세상은
그 안에서 깨우쳐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작업 노트에서
2027년 시행을 앞둔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
2023년 공포된 미술진흥법 제정에서 밝히는 취지는 체계적인 미술진흥 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미술 분야를 짜임새 있게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 마련, 작가의 권리 보장을 위한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 도입입니다.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은 미술진흥법의 여러 법률 규정 가운데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내용입니다. 이는 미술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원 저작자가 매매가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명목으로 수령할 수 있는, 흔히 ‘추급권’이라는 미술가의 권리가 도입된 것을 말합니다. 이 조항은 2023년 이 법이 공포된 4년이 지난 후인 2027년 7월 26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화랑, 경매업체 등 유통업계에서는 미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대다수의 미술계 구성원은 이 법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미술계에서는 이 법이 제정된 취지를 잊지 말고 예정된 일정에 따라 시행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은 미술품이 작가로부터 최초 판매된 후, 작품 구매자에게서 재판매될 때 상승한 판매 금액의 일부를 해당 미술품을 창작한 원작가가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미술품은 복제가 쉬운 음반, 도서, 영상물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미술가가 미술품을 판매하고 난 후에는 소위 로열티와 같은 다른 수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미술창작은 그 가치가 작품에 잠재적으로 내재하여 있어, 사후에 여러 요인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작품 가격은 작품을 미술가가 판매한 이후에도 미술가의 창작활동으로 인해서 생기는 사회적 명성으로 인해서 상승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작가의 사후에 따르는 명성에 의해서 작품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합니다. 이미 판매된 미술품이라고 하더라도 미술가의 사후 활동이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미술가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은 미술품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미술가의 권리보장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미술품에 대한 재판매 청구권을 도입한 나라입니다. 프랑스에서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 입법이 이루어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당시 풍자화가로 유명한 장 루이 포랭(Jean Louis Forain)이 그린 미술품 경매장을 그린 캐리커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캐리커처에는 경매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남루한 소년이 옆에 있는 여동생을 향해 “저건 아빠 그림이야”라고 속삭이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포랭은 처음에 1천2백 프랑에 팔린 밀레의 작품 만종(晩鐘)이 나중에 경매에서 1백만 프랑에 팔리는 그림이 되었지만, 밀레의 어린 딸은 음악 홀에서 꽃 파는 소녀로 가난하게 산다는 것을 모티브 삼아 이 캐리커처를 그렸다고 합니다.
당시 프랑스 하원의원이었던 앙드레 헤스(AndrHesse)는 이 캐리커처를 보고 충격을 받아 ‘미술품 재판매 청구권’ 제정에 나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