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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균 Jul 07. 2024

좀 더 넓게, 좀 더 많은 미술가에게

공공 수장고, 미술가라면 이용할 수있어야

커버 이미지: 시간 속에서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의 의미. 15-2. 162x130.3cm. 2015 인버전과정


나의 작업에서 선線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선線으로 남겨진다.

이를 형태와 배경의 관점에서 보면 선線은 배경의 중첩이 되고.

‘있음’과 ‘없음’으로 보면 ‘없음’이 다시 최종적으로 ‘있음’으로 인식된다.

화면은 선線으로 가득 차 있지만, 오히려 ‘선線의 부재’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몬드리안 이후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다.

-작업 노트에서




미술가라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수장고>     

<공공 수장고>의 개념은 공공에서 설립과 운영을 담당하여, 소장품의 공적인 활용과 공개를 통해서 공공성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미술가라면 누구나 수장고를 이용할 수 있고, 그 수장고의 운용으로 인한 혜택은 국민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공공 수장고>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미술계의 양적팽창에 따라 미술품의 제작과 발표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그 후 공공, 민간 전반에 걸쳐 작품의 수집, 소장, 관리의 문제가 대두되게 됩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정부가 소장한 미술품은 각 부처에 분산 보관되어 전문적인 관리를 받고 있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있는 수장고는 포화상태로 관리되지 못하는 미술품이 훼손되어 수복 불능상태로 폐기되기도 합니다.

정부의 허술한 미술품 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2012년 ‘정부미술은행’이 설립되고, 이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위임 관리하는 시스템이 되면서 <공공 수장고> 설립의 필요성이 커지게 됩니다. 2018년에야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가 청주에 설립됩니다. 이곳에는 정부의 11,000여 점의 미술품을 관리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어, 상시 대여를 통해 국민 문화 향유 기회를 확충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청주 ‘국립미술품수장보전센터’는 용도 폐기된 옛 연제 조창 건물 남측 동(약 19,855㎡)을 리모델링하여 총사업비 577억 규모로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인 문화시설로 재창조했습니다. 개방형 수장고를 표방하였으나 설계안이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전시 기능이 퇴색되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5층 건물에 10개의 수장고, 15실의 보존과학 공간, 1개 기획전시실, 2개 교육 공간, 조사연구기관인 라이키움으로 구성되고, 2020년 기준 소장품 4,000여 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1,100여 점 등 모두 5,100여 점을 수장하고 있습니다.      


<공공 수장고>는 미술관 내에 부속된 시설로 취급되던 미술품수장고의 개념을 벗어나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관 관리 시스템 하에 놓인 시설이 아니라, 운영체계와 조직 면에서 독립된 기관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청주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는 ‘국립현대미술관’ 조직 안에 수장 및 보존 기능을 가진 특화된 분관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제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시도 광역자치단체 산하에는 미술관과 함께 <공공 수장고>의 설립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장 공간의 확보와 수장 시스템의 전문화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소장품의 수집, 보존, 관리, 활용 등에 집중함으로써 전시 기능에 집중된 미술관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 수장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작가 개인 작품 수장에 대한 가용능력을 키움으로써 소수의 미술가에게 집중되던 미술품 보전과 전승에 필요한 공공자원을 좀 더 넓게, 좀 더 많은 미술가에게 제공하자는데 있습니다.


일정 자격을 갖춘 미술가들이 사망하거나 다른 이유로 작품 수장을 원할 때, <공공   수장고>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합니다. 유작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미술가의 작품이 무분별하게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미술가가 사망한 후에도 일정한 기간을 두고 미술가의 예술적 성취를 평가받을 기회를 미술가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창조적 삶을 산 미술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공 수장고> 개념으로 설립된 청주 ‘국립미술품수장보전센터’에는 정부 미술품 중심으로 수장되고, 정부미술은행 수장고 같은 느낌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개인 작가도 수장고를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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