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여행과 포르투갈 유람-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통기타 가수 송창식이 불렀던 “고래사냥” 가사의 일부다. 젊은이의 희망을 뜻하는 고래 잡으러 미국에 온 지 30년이 넘었다. 지난 2월에 코리아 타임스가 기획한 “2024 산티아고 순례 여행” 광고를 보았을 때, 나는 이 노래를 떠올렸고 여행참가 신청서를 썼다. ‘자!, 떠나자. 산티아고 여정길로, 새 삶을 이끌어 줄 고래 잡으러…’라고 가사를 바꿔본다. 9월 3일부터 18일까지 그룹으로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할 거고, 그 뒤 10월 1일까지 혼자서 포르투갈을 탐험할 것이다. 나는 이 두 여정을 ‘환갑과 돌잔치’라 이름 붙인다.
이 산티아고 순례여행은 9월 3일 프랑스 생장 피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서부를 지나 18일 포르투갈 포르토(Porto)에서 끝난다. “천년 역사를 따라 걸으며 인생을 뒤돌아 보고 궁극적인 힐링 감동 구원을 얻는 여행! 미로와 같이 얽힌 이민의 삶들을 나눌 수 있다!”라고 코리아 타임스는 홍보했다. 여행자들이 5 6 7 80대 31명이라고 한다. 그 말에 나는 생각에 꼬리를 문다. 같은 땅 이민자의 길을 걸어온 이들 중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푼다. 친구를 얻어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
재작년에 환갑을 보통 생일로 보냈다. 요즘은 다들 환갑잔치를 안 한다고 하지만, 탐탁지 않았다. 회갑은 인생의 한 주기가 돌아 다시 시작점에 섰다는 성과인데, 나는 그것을 기리는 의식을 치르지 않았다. 60년 삶, 정산을 안 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새겨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새 주기를 시작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60살을 표시 안 내면 늙음이 더디 올까 봐였나?’ 아니면 ‘미국인 식구들이 환갑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나?’라고 나에게 묻는다. 내 나이를 직시하지 않았음을 이번에 바로 잡아야 한다. 늦게나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어떻게 한 바퀴를 돌아왔는지 성찰하는 환갑의례를 행해야겠다.
환갑은 인생의 전환점이다. 한 갑을 끝내고 새로운 갑을 시작한다. 제2 인생을 이어가기 위해 의식을 행해야겠다, 한 살 된 아기를 위해 돌잔치를 해 주듯이. 돌잡이로 고래 구경을 가겠다. 12일간 포르투갈에서 나 홀로 탐험을 할 것이다. 여러 도시를 둘러볼 것이고 아조스(Arzos) 섬으로 가 고래를 볼 것이다. 고래는 영적 탐구와 재생의 상징이다. 여름 포르투갈 앞바다는 여러 종류 고래들이 살 찌우고 노는 놀이터이다. 큰 소리와 함께 물 밖으로 뛰어올랐다 다시 바다로 떨어지는 브리칭(Breaching)을 하고 분수처럼 물을 뿜으며 숨을 쉬는 대왕고래(Blue Whale)를 만나야겠다. 고래의 그 장엄한 놀이와 신화 같은 숨쉬기를 구경하는 것은 새 해 불꽃놀이보다 더한 흥일 것이다. 그의 우아함, 온화함과 조화를 직접 보고 배워 남은 인생의 기초를 세워야겠다. 포르투갈 관광은 나의 남은 인생 방향을 잡는 돌잔치가 될 것이다.
이 여행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체 800 km 중 201 km를 걷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 프로그램이다. 매일 15km 정도 도보를 대비해, 걷기 연습을 했다. 압박 양말, 비옷, 지팡이, 선크림, 모자, 신발 두 켤레 등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내 마음은 기대에 차있고 긴장도 된다. 가을에 접어들어가니 “제일 아름다운 길”이란 평가가 맞을 것이다. 내 다리가 그 긴 거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안전을 위해 버스가 따라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포르투갈에서는 홀로 여행을 즐기며 북에서 남으로 탐험하겠다. 더욱이, 북대서양으로 나가 블루웨일을 만날 거다. 나의 남은 삶을 이끌 그의 통찰력과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이제나마, 환갑과 돌잔치를 위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