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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Miami Aug 28. 202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그러나, 호기심을 충족시킨 고양이는 살아났다 (Curiosity killed the cat, but satisfaction brought it back)”라는 경구가 있다. 첫 문장은 ‘지나친 호기심은 우리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라는 경고로 자주 사용하나, 다음 문장은 종종 무시된다. 앞 문장만 강조할 때, 호기심을 키우지 말고 자기 경계선 안에 머무르라는 메시지가 우리의 삶을 지루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모험심이 강해 위험에 자주 빠지지만, 그래서 더 독립적이고 강하게 성장한다. 우리 집 진저(Ginger:오렌지 털) 고양이 모모는 아침마다 식구에게 “야옹 (잘 잤어)?”라고 묻는다. 그는 하루를 질문으로 시작해서 종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축축한 코를 들이밀며 끼어든다. 호기심 덩어리인 모모는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수많은 질문을 했고 새로운 것을 시험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질문은 줄고 일상에 안주하게끔 길든다. 우리는 호기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호기심은 성장동력 이기 때문이다. 호텔리어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은 나의 호기심은 마르지 않았다, 모모의 끊임없는 호기심처럼. 


1994년 1월, 파운틴블루 힐튼 호텔 프론데스크에 취직했다. 오후 3시부터 주로 체크인 업무를 맡아했다. 인턴시절부터 해 오던 일에 곧 익숙해진 나는 지루함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판매수익을 높이기 위해 부서에서 권장하는 업셀(Upsell:상향 판매)이 궁금해졌다. 오랫동안 일해 온 직원들은 단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일하며 업셀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동기부여와 방법이 부족했다. ‘나는 세일즈맨십이 있나?’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고객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마이애미에 온 손님들은 예약에 상관없이 바다가 들어와 있는 방을 원했다. 그 성향을 알고 게스트에게 더 나은 뷰(View)가 있는 비싼 방으로 바꾸라고 권했다. 형형색색의 사람들에게 각인각색의 말과 방법을 적용하며 하늘, 구름, 바다가 만나는 전망을 선보였다. 7할 정도의 사람들은 내 판매 홍보에 동의했다. 점차, 자신감이 커졌고, 보상도 따랐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였다. 호텔 룸 부서 소득이 올라갔고, 나에게는 용돈이 생겼다. 게다가 티끌 모아 태산같이 보너스를 받아가는 나를 보고 심드렁했던 직원들도 업셀을 시작했다. 활력이 생긴 우리는 판매전략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고 동료애도 키웠다. 나에게 던진 한 질문 덕분에 새로운 판매기술을 익혔고 지루한 업무에서 벗어났고  직장 동료까지 얻었다.


커리어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판매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프런트 오피스에 속한 예약과로 일자리를 옮겼다. 밀려오는 전화에 온몸이 귀가 되어 전과는 다른 일로 활력을 얻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전화로 방예약을 했다. 모모가 식구들의 소리를 차별하듯이, 전화상으로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구별하게 되었다. 여기서도 비싼 방 예약에 인센티브(Incentive)가 있었다. 영업부의 그룹 예약을 처리하느라 바빴던 직원들은 자신들만의 판매 홍보 문장을 만들지 않았다. 새내기였던 나는 “고객과 대화만으로도 업셀을 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기 위해, 마이애미 비치에 대해 고객들의 상상력을 돋우는 문장을 만들어 냈다. 효과가 있었다. 내가 덤으로 받아가는 수당을 보고 동료들도 업셀에 노력했고 예약과는 활력을 찼았다. 다시 한번, 배움을 향한 한 사람의 호기심이 일 터를 활기차게 바꾸었다. 일 년 동안 예약과 일까지 익힌 나는 프론데스크 슈퍼바이저 자리에 응시했다. 호기심과 의욕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전파되는 것을 지켜본 디렉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프런트 데스크가 아닌 오피스에서 10명의 업무를 관리 감독했다. 책임감을 동반한 관리자로서, 때때로 예약 없이 오는 그룹을 받아들여 방값을 협상하고 긴급 체크인을 수행했다. 마이애미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이 힐튼 호텔 로비는 언제나 사람들로 왁자지껄 했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도전적인 일들은 나의 정신력을 키웠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두려움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커졌다.


사다리의 윗단계를 오를 기회가 생겼다. 여행사를 끼고 들어온 손님들의 바우처(Voucher: 방보증 티켓) 계정에 오랫동안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 문제파악을 위해 해당 업무를 자진해서 맡았다. 그 프로젝트의 성격상 자리를 옮겨 회계과 사무실에서 일했다. 코디네이터로 두 부서 간의 협동을 촉진했다.  회수된 모든 바우처를 각 여행사와의 계약서에 기준하여 분석한 뒤, 3주 안에 결론을 보았다. 내가 작성한 해결책의 실현을 위해 제너럴 매니저, 프런트 오피스, 회계과, 여행사 담당 영업부 부장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바우처를 정확하게 읽는 방법에 대해 프론데스크 직원들을 재트레이닝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 호텔 내 나의 명성이 높아졌다. 곧, 코디네이터 업무는 수월해졌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또 다른 커리어를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회계과 일이 궁금했다. 나이 든 직원들을 돕기를 자청했다. 이 대형 호텔의 회계업무는 방대했고 월말 결산과 연말 결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운 회계지식은 일 년 안에 나에게 더 큰 성장의 길을 내주었다. 소득감사인(Income Auditor) 자리가 비어 지원했다. 빠른 일 처리와 적극적인 배움을 지켜보아왔던 회계과 부장은 기꺼이 나를 승진시켰다. 1500 객실을 가진 파운틴블루 힐튼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득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소득 감사인이 되어 자랑스럽게 회계과로 부서를 옮겼다. 지난봄, 호기심이 왕성한 모모가 처음으로 멧비둘기를 잡은 것처럼 나도 호기심 덕분에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궁금증을 풀고 싶다면, 어느 주제에 대한 것이든, 호기심이 발동하는 그 순간을 잡아라. 그 순간을 흘려보낸다면, 그 욕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당신은 무지한 채로 남게 될 것이다,” 윌리엄 워트.


호텔리어 초기에 스스로 제기한 질문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자신에게 만족한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우는 과정이 바로 삶을 즐겁게 한다. 나의 호기심은 마음을 열고 주위를 살피며 의문을 품은 것으로 시작되어 행동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기회로 결실을 맺었다. 호기심도 전염병처럼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들로 퍼져나감을 보았다. 궁금함을 풀지 않는 삶은 재미없고 단순하며 지루해진다. 근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듯, 잠자는 호기심을 일깨우고 행동해야 한다. 고양이의 호기심과 어린이의 질문을 담은 샘물이 마르지 않는 한 나의 삶도 풍요롭게 흐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곧, 마이애미 날씨가 서늘해지면 모모를 뒷마당 탐험을 하게 풀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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