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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May 28. 2024

제일 좋은 자동차는 무엇일까?

부제: 엄마 저 사람들 또 싸워

"좋은 자동차의 기준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어떤 답을 할까? 잘 나가는 차? 잘 정지하는 차? 디자인이 좋은 차? 실내가 넓은 차? 정말 여러 가지의 답이 나올 것이다. 또는 어떤 특정한 모델을 답으로 제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아니 생각보다 자주, 서로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립의 대부분은 매너 있는 의견 교환 과정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무시나 조롱인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가기에도 모자란 세상인데 우리는 이 질문을 두고 서로에게 날을 겨눈다. 싸움이 난무하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계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우리를 바라볼까? 그저 조금만 생각이 달라도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보는 이상한 집단으로 볼 것이다. 또 자동차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기겁하고 오히려 멀리하기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차가 뭘까'에 대한 질문의 정답을 찾으면 이러한 불건강한 모습이 다소 사라지지는 않을까? 그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구글에 'Good Car'를 검색하니 '폴스타 2'의 사진이 맨 처음에 있었다. 오직 구글의 답만이 정답일까?


좋은 차의 기준을 둘로 나누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차량 제작자가 의도한 이용 목적에 부합하게 만들어졌는가?', 두 번째는 '그 차량이 소비자 본인이 원하는 목적에 잘 들어맞는 차량인가?'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보자. 경차나 소형차(이하 A세그먼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차들은 중단거리의 이동을 편리하게 해 주며, 초보자도 운전하기에 용이해야 하고 경제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소비자가 원하는 A세그먼트 차량의 이용 목적이다. 제조사는 이 점을 바탕으로 두고 차를 제작한다. 만약에 어떠한 차가 출력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 보자. 운전하기에 용이한가? 전혀 아니다. 도로의 흐름에 맞추어 달리기에는 너무 느리기에 운전이 힘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점 때문에 '기아 아벨라'라는 차량이 초반에 시장 안착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초반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기아 아벨라'.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반대로 출력이 지나치게 넘쳐나면? 가속력이 좋으니 운전이 용이할 것 같지만, 오히려 너무 출력이 강하니 초보자가 엔진의 출력을 감당하기에 벅차다. 악셀 페달을 아이 달래듯 살살 달래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근거리의 이동에 있어서 그런 막대한 출력이 필요하지 않기에 오버스펙이며, 고성능 엔진이 대부분 제조 단가도 세고 효율이 좋지 못한 점을 생각해 보면 비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보편적인 A세그먼트 이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물론 고출력 버전 트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나, 이 경우에는 고출력이 목적인 경우이므로 다르게 봐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목적에 부합하다고 볼 수 있다.)


좀 다른 각도에서 보자. 무지막지하게 빠른 자동차가 있다. 또한 매우 비싼 차량이다. 하지만 얼마 못 달리고 금방 수리를 해주어야 할 정도로 내구성이 약하며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도 아주 적다. 그럼 이 차는 좋은 차일까 아닐까? 누군가는 비싸니까 안 좋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나쁜 내구성이나 정비 용이성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빠른 차라는 점 때문에 드림카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저마다 자동차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각자가 그 차량을 좋다 나쁘다 판단한 결과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가티 시론


방금 설명한 그 차가 '부가티 시론'이라면? 이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애초에 고성능과 희소성, 부의 과시 등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차량이기 때문이다. 이 차를 두고 내구성이 어떻느니 값이 비싸느니 이런 걸 따져봐야 무의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차를 찾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차는 그야말로 정말 목적에 잘 맞게 만들어진 차이다.


이처럼 '본래 만들어진 목적에 잘 맞으면' 첫 번째 기준에 맞는 좋은 차이다. 그 기준에 잘 맞는다면 시장에서도 알아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며 그 결과는 판매량일 수도, 브랜드나 차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나 평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좋은 차의 기준이 단지 그것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소비자 본인이 원하는 목적에 잘 들어맞는 차량인가?'라는 기준도 제시하였다. 소비자는 제각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여러 자동차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차량을 골라서 탈 수 있다.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가 여럿 있다면 그중에서 본인의 취향에 더 끌리는 차를 탈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차가 앞서 말한 두 번째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가 된다. 이 두 가지의 기준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한 가지의 차량을 정하고 이용하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비판을 하며 개선점을 찾고, 만족스러운 점을 발견했다면 칭찬하며 이 장점을 이어나가길 바라는 과정까지 더해지면 제작자가 첫 번째 기준에 맞는 차를 제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양한 라인업의 자동차. 같은 제작자가 만든 자동차여도 타겟이 누구냐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진다.


제작자는 다양한 소비자의 이용 목적에 부합하는 차량을 만들려 한다. 그 제작자가 누구이며, 어떤 철학이나 방향성을 가지고 있느냐, 또 "어떤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차에 다채로운 개성이 들어갈 수도 있다. 결국 좋은 차는 소비자 각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수 또한 굉장히 많다. 만약 첫 번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차가 있다고 해고 누군가는 그 차를 좋아할 수도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각자만의 좋은 자동차, 그 하나하나가 전부 좋은 자동차이다. 다르게 말하면, '좋은 자동차가 무엇인가?'라는 문항은 찾아야 할 정답이 있는 미해결 문항이 아니라 정답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문항이다. 본인에게 있어서 불만족스러운 자동차일지라도 누군가 잘 만족하며 타는 사람이 있다면 이 차가 그 사람의 목적에 잘 맞는 경우이므로, 완벽한 이해까지는 못 해주더라도 존중을 해주면 된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가 만족하는 자동차에 대하여 비판을 가하면 그게 비난이 아닌 이상 그런 단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역시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면 된다. 각자가 주장하는 본인만의 좋은 차 그 하나만이 정답이 아니다. 본인의 차만 잘 만들어진 차라면서 다른 차를 타는 사람들을 욕하는 행위는 절대 하여서는 안 된다. 사실 이는 자동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 통용되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이다. 콜라를 마시는 사람에게 가서 욕설을 퍼붓는 커피 마니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에게 가서 폭력을 휘두르는 펩시 마니아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다양한 차동차들. 이 모두가 좋은 자동차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출처: 모터트렌드)


'좋은 차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찾은 것 같다. 물론 명백한 오답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수익성만 생각한 나머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심각한 안전의 문제를 덮고 만든 자동차들은 나머지 부분이 좋아도 좋은 차라고 할 수가 없다.(대표적인 예시로 '닛산 츠루', 몇몇 인도시장용 차량들 등이 있다.) 오답인 자동차들은 나를 포함한 누군가의 삶의 문제가 달려있는 만큼 모두가 힘을 합쳐서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알고도 가만히 방관하고 있는 것도 자동차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가져서는 안 될 자세이다.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본인만의 자동차가 있고, 그 모두가 정답이며, 그 정답은 존중받을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모두가 웃으며 서로의 행복을 나누고 서로를 인정할 때 자동차 문화인으로서의 긍지도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문화의 세계로 입문하지 않을까?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없고 썩은 연못처럼 고이게 된다. 조금 더 서로에게 마음을 열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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