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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모카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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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Oct 07. 2024

이상기후는 고양이도 처음이라

길고 길었던 여름의 모카

    길고 길었던 여름이 끝났다. 이제 가을옷을 입느냐 초겨울 옷을 입느냐 고민이 되지만, 단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반팔은 언제까지 입어야 하는지 이 신기록의 기세가 하루하루 놀라웠다. 모카는 더위가 시작되면 캣폴 해먹을 이용한다. 모카가 3살이니 연도로 치면 2번째로 목격하는 여름 최애 장소이다. 종종 밤에 잘 때까지 있기도 하지만, 여름 낮의 대부분 시간은 캣폴 해먹에서 보낸다.

    올해 여름은 전체 열대야 일수가 30일을 넘을 만큼 길고 지난했다. (평년 열대야 일수는 6.5일) 모카는 인생에서 3번째 여름을 맞이하였는데, 사람인 집사와 마찬가지로 매우 지난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날이 더워지면 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작년은 평범한 여름이어서 경미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모카의 행동 변화가 뚜렷했다.

    먼저 먹카(먹보모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밥을 남기는 횟수가 늘었었다. 사냥놀이 등 활동적인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고 축 늘어진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모카가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민감한데, 이상 더위와 겹쳐서 평소에 가쁜 호흡을 많이 보였다. 세 가지의 모습만 단편적으로 보면 아프다고 볼 수도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나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사람인 내가 이번 여름을 잘 보내려고 이것저것 대응한 것처럼, 모카에게도 이상기후 더위 대응을 많이 해주었다. 먼저 에어컨을 적정온도로 자주 오래 틀어주고, 시원한 생수로 습식을 주기도 하고, 고양이용 풀인 귀리를 냉동하여 급여해 주기도 하였다. 사료를 잘 못 먹을 때는 트릿파우더를 뿌려주기도 하고, 선풍기 아래서 빗질도 자주 해주었다. 그리고 주치병원과 상의하여 호흡기약을 먹기도 하였다.

    이상기후는 나도 고양이도 처음이라서 할 일도 많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였지만, 어떻게든 이번 여름을 잘 끝내서 마음이 후련하고 시원하다. 신기한 게 진정 가을이 오니, 모카는 해먹에는 더 이상 자주 가지 않고 따뜻한 쿠션을 자주 이용한다. 그리고 여름의 증상은 전부 없어졌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맞게 다시 먹보처럼 잘 먹고 사냥놀이도 매일 신나게 즐기며 새근새근 잠도 잘 잔다. 내년에는 이상기후가 없거나 적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지구에 해가 될 되는 행동을 찾고 선택할 때 기울게 된다.


<여름 해먹 모카>


<더위에 지친 모카>


<가을 이불 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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