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 Lee Sep 02. 2021

◆38.부다5:영웅광장옆 미술관과 온천, 농업박물관

역사가 서렸음직한 버이더 후녀드성은 건국 기념 임시 건축물로 출발

숙소 3일째 밤의 룸메들

남미인 팀이 거듭 떠난 후, 새 룸메는 집채만 한 가방을 끌며 들어온 젊은 중국계 여성 둘.

거리낌 없는 큰 목소리로 내게 연신 "이모"를 외쳐댄다. 서울에서 배운 단어란다.

자신들은 처음 방문이라며 내일 함께 이동하잔 그녀들의 제안은 물리쳤다. 웬만하면 동행할 만도 하겠지만, 나이에 비해 자란 듯함이 버겁다.

현지인 분위기옆자리 룸메는, 오밤중에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서야 뒤척이기를 멈추고 조용해진다.

저 여성의 내면 무엇 밖의 무시무시한 굉음 달고 쏟아져 들어오는 찬 공기를 쏘여야만 잠들게 되는 걸까?

소음 때문에 도저히 잠 못 든 밤 내내, 나는 속절없이 이 질문만 되풀이.


숙소 인근 터어키 식당

떠난 룸메가 알려준 인근 터어키 식당 Szeráj는 나름의 명소? 여서 가성비, 메뉴 모두 만족스럽다.

거기다가 나이 지긋한 한 여성 스탭이 첫날부터 호의적! 큼지막한 고기로 골라주기도 하고, 선택을 망설이는 메뉴는 이리저리 뒤적여 보여주니, 식당이 더 맘에 든다.

한마디도 통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정확하고 솔직한 바디 랭귀지를 통해 호의와 고마움 맞교환으로, 혼밥 무거움 면제 중이다.

(최근에 본 그 식당 리뷰는, 아쉽게도 take out만 가능하며 이런저런 불만 많아졌다. 누군가는 그게 고객 수 대폭 은 탓이라고.)


길거리 '굴뚝 빵' 맛

숙소 앞, 가판대에서 파는 Chimney cake은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역시나 여주인이 말 대신 미소건네는 빵맛에 이끌려 나중에 다시 갔더니 휴일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터어키 식당과 길거리 빵가게는 부다페스트 재방문 시의 '방문 장소 목록'에 올렸다.


오늘은 이트반 대성당과 주변 돌아보고  영웅광장으로 가볼 예정이다.


성 이스트반 성당


부족 국가에서 벗어나, 헝가리의 초대 왕으로 인정하는 이스트반 왕 즉위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당이다.

성당이 헌정 된 이스트반 왕은 헝가리에 기독교를 전파한 공로로 1083년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왕의 죽음 직후, 무덤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전해지며 그는 헝가리, 왕, 죽어가는 아이들, 석공, 석수, 벽돌공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된다.    


성당건축은 1851-1905년에 이르는 약 50년 동안 진행되었으며, 헝가리 유명 건축가인 요제프 힐드와 미클로시 이블이 공동 설계했다.

1848년에 기공식을 가졌으나 연이어 발발한 헝가리 독립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851년부터 재개되었다. 그러나 건축이 한참이던 1868년에 전례 없는 폭풍으로 대성당 돔이 날아가는 바람에, 개국 천년에 완공을 맞췄던 당초 계획보다 10년이 늦어진 1905년에야 끝이 났다.


건축은 전형적인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전체 구조가 그리스 십자가 형상이다.

중앙 돔은 건물 내부에선 86m, 돔 외부의 십자가까지는 96m인데, 마자르족이 이 지역에 자리 잡은 8'96'년을 의미한다. 성당 정문은 로마 개선문과 그리스 신전을 모방한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당 내부에는 당대의 저명한 헝가리의 예술가인 모르 탄, 베르탈란 세케이, 쥴러 벤추르 등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벤추르의 성화는 성 이슈트반 왕이 헝가리 왕관을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이는 곧 중앙아시아로부터 이주해 온 이교도 마자르족이, 이슈트반 왕을 통해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유럽의 일부가 되었음을 내외에 과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또한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세카로이 로츠의 작품인 돔의 성녀 카타리나 스테인드 글라스와

미라 상태로 보관되어 있는 성 이스트반왕의 오른쪽 손등이 있다.

규모는 한 번에 8,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으며,

50종류 이상의 대리석 사용과 각종 예술품으로 장식되어 있어 대단한 화려함을 느끼게 한다.

96m 높이의 성당 전경. 종탑에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미사 중
성당 내부의 돔 지름은 22m
성 이스트반의 오른손 미라가 모셔진 곳                                                                               
성모에게 왕관을 바치는 이슈트반왕 (화가 벤츄르 작품)
미사 중인 성당의 전경


성당에서 도나우 강 쪽으로 가는 Zrinyi 거리 관광객 대상 선물가게와 식당들이 많다.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차한잔' 하고 싶었던 이전 방문시의  간절한 희망은, 날이 더운 관계로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했다.


엘리자베스 광장의 추억

1996년, 첫 번째 방문 시의 현지 가이드는 매우 열성적인 여성으로, 나이가 60이 넘 했다.

매 장소마다의 설명도 성실하게 해줬지만, 무보수 시간 외 근무자처, 밤에 희망자를 따로 인솔해서 유서 깊은 카페를 안내해줬다. 외국인에게 자국을 알리려는 열정느껴졌었다.

그 밤, 약간 어두웠던 카페의 장중한 분위기와,

장소에 얽힌 내력을 설명해주가이드 진지한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오늘 다시 와, 그때를 반추하는 간극이 무려 23년이라니.

'그사이 내 삶의 궤적은?'

부다페스트 시내 한가운데, 번잡한 엘리자베스 광장에 앉아,

느닷없이 지난했던 과거 이십여년을 반추하고 있다.


이 광장으로부터 일직선 대로 Andrássy를 따라 2.8km 거리에 영웅광장이 있다.

안드라시 거리는 2002년에 역사지구의 확장에 의해 추가된 거리로 건설을 추진한 안드라시 수상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모방하여 플라타너스를 나란히 심어놓았으며, 세체니 다리 끝에서 페슈토지구의 영웅광장, 시민공원까지 이어진다.

도로 지하에 유라시아 대륙 처음의 지하철, 지상에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 리스트 음악원, 영웅광장, 세체니 온천, 시립미술관 등이 늘어서 있어서 뚜벅이 관광객이라면 이 길을 지나게 된다.

나는 온종일 걸어야 하니, 다리를 아낄 요량으로 지하철을 타기로 한다.

인근 환전소에서 추가로 돈을 바꾸고, Bajcsy-Zsilinszky út 역에서  지하철 M1을 타고 두 정거장째인 Oktogon역에서 내렸다.

성 이스트반 성당 인근의 거리

하우스 오브 테러

안드라시 거리에서 영웅광장을 향해 걷노라면 왼쪽에 독특한 외관을 한 이 건물은 쉽게 발견된다.

사람을 가두고 고문하고 살해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구조로 마련되었던,

이 건물 안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많다.

어이없는 이유, 나이 불문 대상, 상상 초월의 잔인한 방법 등으로 살인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건물의 사용 역사 또한 길어서

2차 대전 시에는  나치당이,

뒤를 이어서 소련이

헝가리를 유린하는 세월 동안

이 건물의 온갖 고문시설을 이어받아가며

사용했었다고 하니

'공포의 관'이란 지도 상의 명칭은

결코 과장일수 없을 듯하다.


지금은,

20세기 헝가리에서 벌어진 파시스트 및 공산주의에 의한 양민 대상 범죄 추모 박물관이다.

각종 고문 관련 도구와 교도소 등이 사실적으로 재연되어 있고,

 홀로 코스트 관련 내용도 있다.

건물 상부에 쓰인 Terror                           건물 앞  쇠사슬 조형물


 건물 영웅광장 사이 1.4km 대로 근처에 

각국 대사관들이 늘어서 있고 그중에 우리 대사관도 있다.

거리는 4월 막바지를 한껏 향유하는 꽃들 치장되어있다.


영웅광장은 그새 차량과 사람으로 붐비고 있다.

우선 미술관 먼저 보기로 한다.


부다페스트 미술관

1898년에 미술관 맞은편 지역이 공공기관의 부지로 선정되었고, 미술관은 1906년 12월,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미술관 건물은 심각한 피해와 손실을 입었다.

귀중한 전시물들은 전쟁 막바지에 급하게 대피시켰다가, 1946년에서 1947년 사이에 독일에서 되돌아왔다.

림의 일부는 전쟁 중에 분실 또는 파괴되어, 손실 목록으로만 남았다.

현재 약 12만 점의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미술관 내부

미술관은 널찍한 공간이라 서늘하기도 하고, 중간에 쉴 수도 있어서, 여유롭게 두루 돌아보았다.

미술관 정문에서 내려다 보이는 영웅 광장
광장 너머 보이는 중앙의 미술 괸 전경: 왼쪽 기마상 실루엣은 마자르 부족장들의 모습

영웅(Hősök) 광장

1896년, 헝가리 역사 1,000년을 기념해 준공되었다.

광장 한가운데 36미터 높이의 기념비가 있는데

맨 위에 수호신인 가브리엘 상, 그 아래 헝가리가 세워진 땅인 카르파티아 분지를 정복한 초기 7부족장들의 기마상이 있다. 기마상 아래 석관은 헝가리의 자유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의 묘를 나타낸다.

큰 원을 그리며 좌우 7씩 둥글게 호를 그리며 배열된 조각상들은

헝가리 역사상 큰 공을 세운 14명의 위인들 조각상이다. 상 아래에 해당 인물의 역사적 중요 장면을 부조로 새겨놓았다.

그리고 반원을 이루는 이 조각상들 위, 왼쪽은 노동, 재산, 전쟁을 나타내는 상

오른쪽에는 평화, 명예, 열정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둥근 호 위에 올려져있다.


광장은 1956년 러시아에 대항하여 일어났던 헝가리 혁명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헝가리의 중요 국가적인 행사들이 이곳에서 열린다.

광장 뒤편으로 시립공원, 동물원, 세체니 온천, 농업박물관 등이 있다. 공원 여기저기에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영웅광장
중앙의 열주 맨 위에 왕관과 십자가를 든 가브리엘 상

세체니 온천

영웅광장 뒤쪽에 온천이 있다.

헝가리에는 국토 80%에서 온천수가 솟아 1,500개에 달하는 온천 시설이 있어서 땅만 파면 온천이 솟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중 로마시대 때부터 유명했던 부다페스트 온천 중, 가장 큰 온천이 세체니 온천이다.  

1876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대중시설로 만들어진 것은 1913년이라고 한다.

지하 970m의 깊이에서  38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솟아오른다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축물에는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늘 붐비는 곳이다.

4월의 온천

사람이 너무 많아 창문을 통해 내다 보는 것으로 그쳤다.

온천을 나와 길 건너 농업박물관 가는 길에, 익숙한 한글을 발견했다.


공원 안, 안익태 선생 흉상

안익태 선생께서 1938년~1941년, 부다페스트 명문 음악대학인 리스트 페렌츠 학교에서 수학한 것을 기념하여 2012년에 서울시가 3만 달러의 경비를 들여 건립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수십 년 불러온 애국가를 작곡한 분에 대한 경외감을 잠시 되살려본다.

'...'

표정이 좀 쓸쓸하게 읽힌다. 나라 잃은 국민으로서, 입학 당시 학적부와 기숙사 신상명세서에 '조선인'이라고 기재하며 느꼈을 그분 마음을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근자에 불거진 그의 행적 논란에 관해서는 당시 그가 처했던 상황이나 갈등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 없기에 나로서는 논할만하지 않다. 다만 굴곡진 역사 속, 여러 인사들의 행적을 걸러낼 체의 굵기를 어느 정도로 해얄지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리란 생각은 든다.


풍성한 녹음 속에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다리를 건너 들어서면 농업박물관이 있다.


버이더후녀드 성 (현 농업박물관)

첫 방문 시에는 주변이 지금처럼 잘 정돈된 공원은 아니었다.  

그래선지 농업박물관이란 설명에도 한산한 녹지대에 서있는 이 건축물은 진짜 성처럼 보였었지만,

실제로는,

성이란 이름에 연상되는 역사가 없는 건축물이다.

895년 헝가리인에 의한 판노이아 평원 정복 1,000주년과 건국 천년 기념 전시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896년 보드와 나무 널빤지 등으로 지은 임시 건축물이었는데, 시민들의 관심이 많아지자 계획을 수정해 1904년~1908년 석재로 지금의 성이 세워졌다고 한다.

성안에는 혼합된 여러 양식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메인 건축물은 헝가리의 농업, 어업, 수렵 채집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농업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물관 입구의 문


야키 수도원 교회(Jaki Chapel)

박물관 안에 있는 성당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성당을 그대로 복사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성당 내부
성당 입구

성당 앞에 앉아있는 동상 Ignác Darányi (1849년~ 1927년 ): 헝가리의 정치인으로, 1895-1903년과 1906-1910년, 두 번 농업 장관을 역임했다.

성당 옆에는 12세기 연대기를 쓴 익명(Anonymus)의 역사가 동상이 있다.

동상의 손에 쥐어져 있는 펜이 닳아서 황금빛으로 빛난다. 펜을 잡으면 영리해진다고 전해져 방문자들이 만진 결과다 .


박물관 , 여러 양식 건물들

페퇴피 샨도르 동상 ( Petőfi Sándor,1823 ~ 1849 )  

페퇴피는 '자유와 사랑의 시인'으로 자처했듯이 소박·순정의 연애 시인이었지만, 헝가리 독립 전쟁의 서곡이 된 1848년의 페슈트 봉기 때  <궐기하라, 마자르 사람들이여>라는 시를 민중 앞에서 낭독하고 민족의 자유 투쟁에 자진해서 투신, 이듬해 전사했다. 국민 시인이자 애국자로서 헝가리인의 존경을 받는다.


농업박물관의 옆모습

야노스 후냐디(Hunyadi Janos:1407-1456년) 기마상

오스만 터키에 대항, 국가를 지켜낸 장군. 1456년 벨그라드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귀족 계급을 거쳐 헝가리 섭정이 되었다.

농업박물관 입구

박물관 앞의 호수에서는 보트를 타기도 한다. 겨울에는 이곳이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

박물관 앞의 호수
겨울 방문 시 찍었던 버이더 후녀드 성의 스케이트장

2013년 2월 방문시에는 스케이트장 개장으로 아름다운 야경과 이용자들의 들뜬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은 아이스링크 대신 철 이른 무더위가 내려앉았다.

근처 관광안내소는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에어컨이 있어서 더운 날 잠시 쉬어갈 만하다.


박물관 주변의 시립공원

주변에 강과 넓은 녹지를 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이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여서 결혼식 장소로 각광받는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7.부다4:헝가리 봉기의 성지, 국회의사당 광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