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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ee Nov 10. 2021

◆42.리예카1: 쿠르드 룸메들 연행 뒤, 남은 단 둘

불법입국이라며  연행된 룸메들 떠난 텅 빈 숙소엔 한 남자와 나 둘만

밤새 빗길 뚫고 달려온 크로아티아 리예카 

차창 커튼 들치고 내다보니, 새벽 푸른빛에 감싸인 낯선 도시가 험준한 산길 아래 자리하고 있다.

600여 km, 7시간의 빗길 노정을 마무리하는 버스는,

마라토너의 마지막 호흡처럼, 거칠게 흔들리며 계곡 낀 산악 길을 더듬어 달린다.

아래 강물까지의 깊이가  만만치 않으니, 이 도시의 험준한 지형이 짐작된다.


리예카는 알프스 산맥 기슭과 아드리아해 사이의 좁은 평지로, 높지막한 산 위 평지와, 산기슭 군데군데,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다.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해온 유서 깊은 지역,

일찍이 로마, 비잔틴, 프랑크 등의 지배를 쳤다

드리아해와 내륙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 임에, 분쟁로서 역사 또한 길다.

15세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 속했고,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이탈리아 왕국과 새로 생긴 유고슬라비아 왕국 간, 분쟁지역이다가, 1920년 라팔로 조약으로 '피우메 자유국'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독립국이 되었다.

그러나 1924년 이탈리아 점령으로 리예카 자유국은 해체되고,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가 나누어 차지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유고슬라비아의 영토가 되었다가 유고연방 해체로,

현재 크로아티아 제3의 도시로서, 최대 무역항이자, 해양도시이다.

자그레브 경유 버스는 터널에서 나오는 도로, 고가도로는 류블랴나에서 자그레브 가는 도로
높은 산 위에 자리 한 마을
산기슭 마을들


도시 중심부 코르조 거리

아침 8시 예정시간보다 훨씬 앞당겨 도착한 리예카.

터미널 앞 루르드 성모 성당이 반겨준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반나절이 남았지만, 일단 숙소로 향한다.

바쁜 직장인들의 출근길 비집고 찾아간 숙소는, 도시 중심지 '코르조 거리'에 있다.

호스텔 출입구 계단에 주저앉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걱정하는데, 부지런한 스탭의 이른 출근으로, 운 좋 하루를 연다.

안내된 방은, 일층 침대 4개와 이층 침대 2세트가 설치된 8인실 35㎡넉넉한 공간이다.

선 투숙객이 없으니 창가 침대를 접수하여 짐을 풀어놓고 가뿐한 마음으로 숙소를 나다.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건축물이 늘어선 코르조 거리는, 중심가답게 음악대 행진, 소방원들 인명구조 시범 등과 같은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숙소 창으로 보이는 18세기 건물
옥외 식당이 펼쳐진 아드리아 광장
첨탑 양옆으로 이어지는 건물들

숙소 베란다에서 보이던 노란색 건축물, 시 첨탑을 시작으로 관광을 시작한다.


중세의 시 첨탑(Old city tower )


이곳은 원래 로마시대 부대 주둔지인 Tarsatica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당시엔 탑 앞, 코르조 거리 바다였으므로, 육지와 왕래하는 관문밤에는 닫혔다가, 낮에는 열렸다.

1758년 대규모 지진으로 많은 중요한 건물이 파괴되었지만,

다행히 이 문은 남아있다가,

오스트리아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지원으로,

필 베르트 바자 리그(Filbert Bazarig)에 의해 탑으로 개조되었다.

건축가는 오스트리아 식을 사용했고, 아치형 통로는 남겨 두었다.

문 양 옆으로 이어져있던 성채는 허물어졌고,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섰다.

1세기가 지난 18 세기 후반에 시계가 설치된 직후, 탑이 증축되었고, 

1890 년에 마지막으로 돔이 추가되었다.

탑의 '쌍두 머리 독수리 상'은, 리예카 시의 문장이다.


쿠르조 거리와 시 첨탑
시 첨탑 아래의 문.  쌍두 독수리는 리예카 시의 문장

문 바로 위의 두 인물상은 오스트리아의 레오 폴드와 카를 4세라고.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 (찾기 힘들어 몇 번 오가다 발견하게 되는) 오래된 아치를 볼 수 있다.

 로마시대의 문 ( Old gate 혹은 Roman Arch )이다.

고대 로마시대 군대들이 주둔하던 Tarsatica의 정문이라고 한다. 주변에 로마시대 폐허가 남아있다.

건물에 묻힌 아치(이렇게나마 남겨줘 감사해얄지)


프린키피아 고고학 공원 (Principia Archaeological Park) 공터와 인근 건물들

로마시대 폐허로 2007년에 고대 유물들이 발견되어서 2014년 2월에 개장했다.

이곳은 로마 제국의 경계를 따라 흩어져 있었던 카스트 룸(로마 군대의 막사, 마구간 등에서의 야영지), 로마 군대 야영지 또는 당시 시가지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고고학 공원 공터 옆 건물

터미널 앞 루르드의 성모 성당 (카푸 친 교회 )

리예카 버스 터미널과, 그 앞 기차역이 있는 Zabica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성당은, 대중교통 이용 관광들이 맨 처음 대면하는 명소이다.

성당은 1904년,

루르드의 기적 50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Budinic의 디자인으로 시작되었지만, 카푸 친가의 파산으로 완성할 수가 없었다.

이에 주민들과 교구민 기부금이 거둬져 , 화려한 신 고딕 양식의 외관과,

크로아티아 출신 Romulo Venucci 프레스코 화 내부 장식 완성도를 높였다.

성당 옆, 노란색 건물은 19세기에 지어진 플뢰흐궁전이다.

성당 정면
성당 측면
성당 내부
성당 상층부와 건너편 19세기 건축물 풀뢰흐궁정
성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리예카 버스 터미널과 부두

해양 박물관 가는 길의 적십자 계단

적십자 계단

사진 오른쪽 두 번째 건물은 대학 도서관으로, 100년이 넘는 건축물이다. 

언덕 위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가려면 이 계단을 지나는데, 리예카의 문화 zone 격으로,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이란다.


리토랄 해양 역사박물관

박물관은 1875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건축가 Alajos Hauszmann에 의해 지어져, 리예카 총독관저로 쓰였다. 건물 자체만으로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1961년 해양박물관과 민중 박물관이 결합하여 현재의 해양• 역사박물관이 되었다.

지정학적 중요 위치였던 만큼, 전쟁과 해양, 문화와 역사, 지질학 분야에 걸친 다양한 자료 수집을 통해

크로아티아의 역사, 문화 연구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전시물 중에 '타이타닉 승객 구조 조끼'가 있다.

뉴욕에서 리예카로 향하던 카르파티오 호 선원이

타이타닉 침몰 승객 구조 당시의 것 보관 실물이라고.

고대로부터 다양한 전시물과 함께,

총독관저의 생활용품과 수집 미술품들 또한 유명 갤러리 못지않다는데,

개방시간 지나 입장할 수 없으니, 안타까움 고 돌아선다.

해양 박물관 바로 옆 시립박물관이 자리한다.

박물관 중앙 출입구
박물관 외부의 전시물
박물관 외부의 고대 석조 전시물
해양 전시장임을 알 수 있는 닻


불법입국으로 쿠르드 청년들 전원 연행후, 텅 빈 숙소의 잠 못 드는 밤

명소들이 좁은 지역의 골목, 골목에 깃들어 있으니, 거의 도보 이동으로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식품점을 거쳐 숙소 돌아오니, 웬 젊은 남자들방이 가득 차 있다.

거의 20대 언저리 젊은 청년들, 나마 다행으로 딱 한 명, 여성이 끼어있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  숙소지만, 위치 너무 좋아서, 혼성 도미토리에 덜컥 예약을 했던 것인데, 온통 남성 룸메에 둘러싸일 줄이야...

그들 역시 놀란 듯 나를 바라보는데,

내 소개에 이 자신들은 터어키에서 왔, '모두 쿠르드족'이라는 설명 덧붙다.

다른 방 투숙객들 일행인 듯, 들락거리는 청년들 수가 많기도 하다.

대부분 영어를 못해서, 한 두 명 하고만 대화하는데,

영어하는 청년과 홍일점 여성은 커플이란다.


싼 맛에 욕심부려 사 온 키위가 다행히 넉넉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며 나누어 주었다.

러자, 과자, 과일, (그것 만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생수 한 병까지 얹어 주길 거절하니,

중앙에 서있는 나를 지나쳐, 구석의 내 침대 다가가, 탁자 위에 올려놓아준.

둘러 서 있는 청년들이 웃으며 받으라 손짓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


나는 2003년 터어키 짧은 여행과

그들의 선조인, 쿠르드족 지도자 살라딘으로 이야기를 이어다.

쿠르드 족 처지가 근래 더 나빠져가는 것을 들을 때마다 무거웠던 마음이,  실린다.

'너희 쿠르드족 영웅인 살라딘 왕 존경한다'라고 하니, 못 알아듣는다.

여러 번 ‘살라딘, 살라딘’ 해보지만 안 통하다가,

그들 중 하나가 “아! 살라 앗 딘” 하고 정정한다.

그들은 4음절 발음인가 보다.

모두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우리 하는 냥을 지켜본다.

음악대 연주자의 관객을 향한 인사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사들고 온 음식을 베란다 탁자로 들고나가, 저녁을 먹으며 리예카 첫날을 음미한다.

쿠르조 거리는

얼마간의 관광객, 퇴근길 직장인들, 그리고 젊은 청춘들의 열기로 기분 좋은 밤을 준비하고 있다.


어디선지 

경찰차가 나타나 숙소 앞에 멈추더니, 경찰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내려다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그 경찰들이 숙소에 와있고, 모여 서 있는 청년들 표정불안이 역력하다.

경찰이 내게 '소 스텝이 어디 있느냐'라고 묻는 것 같아,

퇴근했다고 하니, 리셉션 벽에 적힌 전화번호통화를 한다.


쿠르드 청년들의 예사롭지  이 상황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해외 뉴스 현장 속에 들어듯한 비현실적 느낌마저 든다.

잠시 후, 스탭이 달려오고, 청년들은 모조리 경찰에 연행되어 나간다.

스탭에 의하면, 그들이 불법 입국 했다고.


텅 비어버린 방에 홀로 앉아,

그들이 준 탁자 위 과자와 물병 등을 바라보노라니,

국적 불문 오지랖 대마왕, 내 마음이 천근 만근이다.

청년들은 이제 어 될 거며, 당장 오늘, 써늘한 이 4월의 밤을 어디서 지새울는지...

웅크리고 앉 그들 모습이 선명히 그려진.


뿌리내릴 조국 없이 수십 세기를 떠도는 민족, 그로 인해 박해나 불리한 처우를 감내해야 하는 그 후손의 현실을 오늘 제대로 본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내 차례이다.

방에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잠시 피신해 있다 돌아왔는지,

키가 매우 큰 중년 남자, 출입구 쪽 침대에 자리를 잡는다.(크로아티아인은 장신)

방 밖으로 나가 펴본 즉,

이 숙소를 통틀어 그와 나,

두 사람만 남겨진 거였.


퇴근하는 스탭을 붙잡고 '좀 불편하다'라고 니, 

그 남자는 '크로아티아 남자'라서, 괜찮단다.

이런!

같은 현지인인 그녀 생각일 뿐...

거듭 편치 않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침대 시트 교환 없이 방만 바꿔 사용하겠느냐고 묻는다.

야 당근, 감사 덕지!


 옮겨가는 내 심리를 훤히 읽 있을 그 남성 눈치가 보인다.

'지레 유난 떠는 쪽' 일 확률이 높을 테니까.

하지만 홀로인 여성 여행자라면, 누군들 이 상황 신경 쓰이지 않겠는가?

유사시 대비, 현금으로 챙겨 온 상당액의 유로를 허리에 두르고 있음 부담 유발요인이다.


옮겨간 옆 방은,

쿠르드 청년들 방이었는지, 침구가 엉켜있다.

잡혀 간 청년들 걱정,

방 밖 기척 귀 기울이며 뒤척이다가,

문득 시차 8시간인 한국은 통화 가능한 시간대임이 떠올랐다.

가족, 친구들과 차례로 카톡 통화를 시작한다.

걱정 끼칠까 봐, 

 상황 알릴 수 없으니, 화제는 다른 쪽이다.


얼마나 수다를 떨었을까?

 새, 긴장이 음을 느낀다.

비상 상황이 발생한대도,

전혀 도움받을 수 없는 먼 거리, 물리적 조건 무관하게,

대화 몇 분으로

경직된 마음을 녹여 준, 이 강력한 에너지어떻게 작동한 건지!


활자로만 익히 학습 한,

공감과 긍정 대화가 주는 효과론

뜬금없이,

밤중, 이역만리 떨어진 곳의 고립된 방에서

비로소 실감한.

말의 힘이 이렇게나 강력한 것이었구나!

이렇다면 말로

깊은 병도 낫게 할 에너지 만들어낼 수 있.


그래서

이걸 뒤집어 본다면,

또한 말로 남에게 상처 준 죄, 결코 가볍지 않으리!


통화의 여운과

짧은 반성,

그 사이 

졸음이 성큼 다가와 있다.



         


인종, 종족, 유전 형질 등 생래적 불평등 만든

창조주 논리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종교를 만나면 입교하겠다.

비선택적 출생 배경 간의 간극을 완화할 책무는,

오로지 상생의식에 기반한 나눔의 실천으로만 이행될 진데,

인류는 갈수록 이기의 범위를 극대화하고 있으니,

종교, 인문학이 과연 기능하는 바가 있기나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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