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계획을 짜고,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편하게 일정이 정해져 있는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자유 여행을 가면서도 꼼꼼히 세부 일정까지 계획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마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도쿄와 시드니, 속초를 여행하는 그 어디에선가부터 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렘과 낭만, 새로운 경험들이 그 고된 과정들을 이겨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해방감도 한몫했다.
여행지에서는 평소에 안 하던 일도 하게 된다. 낯선 곳인 만큼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때로는 용기 있는 체험이나 도전을 하기도 한다. 이 또한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겁이 많은 나도 가끔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용기를 내어 도전하기도 한다. 한 번은 가족 여행으로 간 태안에서 ATV 카트 체험을 하며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했었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이 되었던 기억이다.
만약 겁내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바람을 가르며 오프로드를 달리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용기를 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여행지에서만큼은 용기를 내어 보자. 하지 않았던 경험을 해 보고, 느껴 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껴 보자. 어차피 그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우리 모두는 잠깐 머무르다 떠나는 여행객일 뿐이니까.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평소에 늘 하던 일도 여행지에서는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카페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일은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데, 여행지에서는 그것이 더 낭만적인 경험이 된다. 그 지역만의 특색이 있는 로컬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지역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일. 바쁜 걸음으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여행 속에서 잠깐의 쉼을 허용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여행에 대한 설렘이 둥둥 떠올라 또다시 다음 여행을 꿈꾸게 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떠올리면 원동력이 되어 앞으로를 기대하게 되는 것. 그것이 여행의 순기능 아닐까? 모두가 이따금 일상을 벗어나 일을 접어두고 바다로, 산으로, 그리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