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직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기만하는 게 아니다. 심사진이 그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우리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렇다. 나는 대학생임에도 네이버 블로그를 성실히 키우지 않았고, 기껏해서 보낸 티스토리 주소는 비공개로 막아뒀다. 쓴 글은 두 편 밖에 되지 않았다. 자기소개를 길게 썼냐고? 딱히. 넉넉하게 300자를 준 브런치에 미안할 만큼 나는 30자 겨우 채웠다. 나름 변명을 해보자면 어차피 길게 써봤자 심사진이 물밀 듯이 몰려오는 자소서를 모두 읽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완벽히 하나하나 읽어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글은 짧게, 내 소개는 간략하게. 핵심만 통통 튀게 담아보았다.
너 누구야?
우울과 불안 장애를 가졌어. 하루하루 버티는 얘기를 써볼 생각이야.
어떤 글을 써볼래?
내 글은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 그 중간 어딘가에서 발버둥칠 뿐이야.
작가될 자질은 있니?
(예의상 티스토리 연결해주기) - 하지만 연결 안됨
옷을 왕창 샀는데 무신사에서 990원에 산 옷만 입을 수 있었다, 나의 우울은 가족에게서 시작되었다. 이런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놨다. 심사진 너희라도 내 글을 읽어볼래? 하는 마음에서 한치의 거짓없이 썼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브런치에 대한 감사인사다.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줬음 좋겠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기존의 서비스(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로는 글을 쓰기 어려웠다. 전자는 밝고 트렌디한 글을 선호하고, 후자는 전문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하자니 편집하는데 너무 시간을 잡아먹고 내 목소리가 다 드러나 하고 싶지 않았다. 답은 브런치였다. 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외톨이여서 팔로워를 늘리기에 유리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브런치는 내 글을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 사람을 살렸다. 브런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