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사회, 가정 내에서 내 역할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학창 시절 그리고 비교적 젊었을 때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딱 한 가지뿐이었던 것 같다. 학생 혹은 직장인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내 상황이 달라지면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변하고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전 생각을 하며 내가 생각하는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면 문뜩 화가 나기도 한다.
나는 며느리이자 엄마이자 딸이자 변호사이자 사업가이자 아내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육체는 예전보다는 늙었기에 화력이 좋지도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좋은 음식도 챙겨 먹는 등의 노력을 해야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의 10대 혹은 20대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이다. 그 정도로 몸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말 그대로 과욕인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상황 변화를 수긍하고 오늘을 기꺼이 살아내고자 한다.
어제 스님께서 "돈과 명예를 좇는 삶을 사는 것은 마음을 혼탁하게 한다. 어느 정도 욕심을 부리며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너무 화려한 모습만을 동경하면 이는 결국 스스로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되면 그 외 시간과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쓰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곳에 행복하게 살려고 온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울면 울일만 생기고, 웃으면 웃을 일만 생긴다고도 하셨다.
그 말씀에 일견 동의한다.
왜 예전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하냐며 투정, 불평, 불만을 갖지 말고,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충실히 살고자 노력하자고 다짐한다. 인간의 삶의 시계는 한정되어 있고, 늙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도 나의 모래시계 속의 모래가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