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 입문서입니다. 기획과 관련해서
2000년 문화일보 주최 통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기록은 4시간 25분. 그 후 24번을 더 완주했지만, 이때가 개인 최단 기록이다. 그 기록만 생각하면 흐뭇하고 한우 투뿔 먹은 기분이다. 하여간 대회 완주 후 며칠 있다 후기를 제출했다. 그것이 은상으로 당첨되었고 현금 삼십만 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 일은 글쓰기와 아주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크나큰 동기가 되었다. 어느 날, 운전하면서 mbc라디오 강석, 김혜영 싱글벙글 쇼에 신혼일기 편을 들었다. 방송되는 사연에 한 참 웃으면서 나도 저런 이야기가 있는데 도전해 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 ‘결심했어. 해보자!’하고 실천에 옮겼다. 결혼 십 주년 때 신혼 이야기를 추억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제목 ‘첫날밤 작전명령 SOS’, 첫날밤을 치러야 하는데 군대에서 다친 허리가 결혼 전날 분가 준비한다고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다. 그래서 첫날밤 아내에게 허리 마사지를 받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과 엄마가 첫날밤 잘 치르라고 나에게 준 알약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주된 줄기이다.
이 당시 mbc 라디오의 특징은 내 사연을 거의 수정 없이 그대로 읽는다는 점이었다. 강석님이 내게 물었다. 첫날밤을 치러야 할 신랑이 아내에게 허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할 정도로 심각했나? 정말로 첫날밤은 치른 것이 맞는 것인가? 어머니가 주신 알약은 효과가 있기는 했나? 뭐 이런 식의 질문이었다. 나는 생방송에 너무나도 떨어서 제대로 대답도 못 했다. 아내에게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방송 바로 직전에 알렸는데 대답이 신통치 않아 이벤트는 별로였다.
그 후 몇 번 라디오 사연에 응모했다. 그때마다 거의 다 방송이 되어서 상품권과 푸짐한 상품을 받게 되었다.
mbc 라디오 ‘최유라, 전유성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편에 나의 사연인 '엄마의 출근‘이 방송되었다. 그 당시 전업주부였던 아내가 잠깐 한 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아내가 출근한 이후에 내가 딸을 학교 보내는 내용의 사연을 적어서 보냈다. 역시 이 사연도 수정 없이 전유성 님의 목소리로 방송을 탔다. 한편 KBS 라디오에는 '남편, 큰 사고를 치다 ‘라는 제목으로 응모했는데 이것은 찜질방 갔다가 옆에서 벌어진 한 부부의 광경을 보고 에피소드로 재미있겠다 생각되어 내봤는데 살짝 편집되어 방송되었다. 군대이야기가 방송되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내가 글을 잘 쓰는가? 아내의 말처럼 그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찾아서 그것을 약간에 엄살을 부려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나의 글쓰기 기본구조이다. 어떤 지인은 내게 말한다. 글을 보면 김영진의 삶은 늘 이벤트이고 콩트라고 말이다. 사실은 그렇게 구성해서 그렇다. 아마도 대학 때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을 해서 희곡을 몇 번 읽어 본 것이 조금은 영향이 있는 듯도 하다.
글은 일기가 아니라면 단 한 명이라도 독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글에 첫 독자는 언제나 나의 아내이다. 그 일을 언 이십 년 정도 한 듯하다. 첫 독자가 반응이 없어서 미공개된 글들도 더러 있다. 아내의 독자 역할도 사실 피곤하겠다 싶다. 완성된 글은 카페 또는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daum 카페 시절에는 댓글 반응에 대응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요즈음 카톡으로는 올리는 글들은 거의 반응이 없다. 그런데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응이 없는 것 같지만 반응은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꺼번에 개인 카톡으로 글에 대한 감상을 보내오는 지인들도 있고, 또 만나면 말로 나의 글을 읽은 소감을 전하는 지인도 있기 때문이다. 두 달 전부터는 블로그를 통해서 반응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잠깐 여기서 연극 '삼류 배우‘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삼십 년 동안 단역만 맡아온 중년의 삼류 배우를 희곡으로 쓴 이야기이다. 연극에서 주인공 이영진의 평생 꿈은 햄릿 역을 맡는 것이다. 드디어 기회가 온다. 극단에서 '햄릿'의 주연을 맡긴 것이다. 가족들은 아내와 딸, 아들은 보통 기뻐하는 것이 아니었다. 집안에 큰 경사가 났다. 그러나 극단 제작자는 햄릿 역을 영진의 친구이자 티브이 인기 스타인 상일로 갑자기 바꿔버린다. 영진은 "한 번만 시켜주지. 잘할 수 있는데"라며 꺼져가는 조명 아래서 눈물을 줄줄 흘린다.
여기서 연극은 극 반전이 일어난다.
"아빠가 하는 '햄릿'을 보고 싶었다"라는 아들의 말에 영진은 불 꺼진 무대로 달려간다.
그리고 가족을 한 명씩 무대 위에 앉힌다.
"입장료는 여러분의 사랑, 제가 받을 출연료는 추억"이라는 영진은 딱 세 명의 관객 아내와 딸, 아들 앞에서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모노드라마, 이영진의 햄릿'을 연기한다. 햄릿은 물론 오필리어와 어머니 등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혼자서 무대를 완전 꽉 채웠다. 이때 배우는 약 이 삼십 분 동안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햄릿의 비통함과 함께 배우 영진의 간절함이 묻어 있다. 배우는 수없이 팔뚝으로 땀을 닦아내며 모노 연기를 펼쳤다. 관객인 가족들 세 명은 눈물과 함께 한없는 박수를 보낸다. 난 이때 폭풍 눈물을 흘렸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보고 있는 이 배우는 삼류 배우가 아닌 대배우라는 느낌이 그냥 스며든 듯했다.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도 많은 공감을 하며 울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아마도 누구나 저런 비슷한 사연 하나 있지 않을까 하는 감정을 느낀 듯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연극이 내 머릿속에 콕 박혀 저장된 듯하다.
연극 삼류배우의 영진처럼 글쓰기는 내 글을 읽어주는 단 한 명의 독자만 있다면 이어 갈 수 있는 일이라 여긴다.
이 글쓰기 활용을 위해 난 현재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해서 정리하고 있다. 예전에 이용하던 페이스북이나 카페는 뒤로 하고 있다. 다음 카페는 밴드와 페이스북에 밀려서 그런지 내 인맥들의 카페는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다. 내 생각에는 요즈음 대세라고 일컫는 유튜브와 인스타에 콘텐츠를 일반인이 계속 생산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다. 그래서 유튜브의 수입구조가 압정 모양과 같다고 하나 보다.
그에 반해 블로그는 검색을 이용해서 유입되기에 과거 글도 얼마든지 오늘 검색해서 조회될 수 있다. 불과 블로그 한 지 두 달 만에 ’ 애드포스‘라는 광고가 내 블로그 ’ 기획의 마술사‘에 붙었다. 내 블로그에 유입된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했을 때 내게 일정 수입이 생긴다고 한다. 블로그에 내 글을 정리해서 얻은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내 이야기가 정리된다는 점이다. 난 두 달 동안 집, 사무실, 저장 스토리지 등 여기저기 있는 내 자료를 찾아서 정리하고 기록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 부부의 특징은 늘 무언가를 찾는다는 점이다. 신혼여행 첫날부터도 그랬다. 태국 방콕에서 가이드를 로비에서 만났던 첫날, 소지품을 챙기지 않아 호텔 방을 다시 가야만 했다. 그때 시작된 “어디 있지”하는 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블로그 정리는 그것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는 듯하다.
몇 년 전 12월의 마지막 날, 정리 컨설팅에 참여비 팔만 원을 주고 우리 부부가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밥도 먹으면서 어떻게 하면 정리를 잘할 수 있는가를 한 해에 끝나는 날 정리하는 세미나였다. 내 책상의 정리, 내 통장의 정리, 내 물건의 정리 뭐 이런 것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이다. 책상이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은, 본인 컴퓨터 내부 안도, 재테크도 마찬가지로 뒤죽박죽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이렇게 기록하게 한다. 올해 내가 산 것 중에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와 이유를 적기, 반대로 가장 실패한 구매 세 가지를 이유와 적기이다. 그런 다음 내년도 설계를 하는 것이다.
자!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바로 정리라고 생각된다. 나를 위한 정리인 것이다. 책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어려운 공부는 딱 질색이 타입이어서 되도록 읽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오늘도 난 나의 정리를 위해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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