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극반 생활, 기획의 차별화 이야기
내가 아주대학교 연극반 아몽극회에 들어가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삼촌의 영향이 지대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 삼촌이 하는 연극을 가족들 따라 무척 많이 봤다. 그때의 연극은 극장보다는 신촌의 작은 다방에서 주로 올려졌다. 그 연극을 볼 때마다 우리 어머니 늘 우셨다. 너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대학교 연극반 아몽극회를 처음으로 찾아가던 날 선배 두 분이 그곳에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선배 한 분이 연극반을 찾은 이유를 물을 때 삼촌의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나는 '옛날 옛적에 훠이 훠이'라는 연극에서 음향과 단역배우를 맡게 되었다. 그때 음향의 소리들이 너무나도 특이한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옛날 집의 문소리, 자지러지는 아기 울음소리, 용마음소리 등등 내가 주위에서 찾다 찾다 해결을 못해서 삼촌의 방송국을 찾아갔었다. 내가 원하는 음향의 소리들을 삼촌이 릴 테이프에 담아주셨다. 그 당시 방송국의 음향 자재는 릴 테이프였다. 그런데 우리 소극장은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한다. 릴 테이프를 카세트테이프로 바꾸는 것이 그 당시에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삼촌의 도움으로 몇 번 방송국을 찾아간 끝에 해결을 했다.
나의 음향의 스승이었던 선배 안토벤, 경진 형과 이 음향 테이프를 갖고 공연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래서 아몽 '옛날 옛적에 훠이 훠이'라는 팸플릿에 박종덕 형이 맨 밑에 김흥기 님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 후 연극반에서 난 연극 "싸움터의 피크닉"에서 내가 배우로 등장하면 막이 내리는 역할 위생병 2, 기획보를 맡았다. 그리고 바로 경선으로 아몽 연극반 회장이 되었다. 회장으로 맡은 첫 작품은 무려 2시간 40분의 연극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 기획이었다. 나의 열정을 전부 쏟아부었다. 매일 광고를 따기 위해 수원 남문으로 출근했고 저녁에는 연습실 화곡동으로 갔다. 토요일 최초 공연, 역대 최다 광고비 , 다양한 홍보 등에서 '기획의 마술사'라는 애칭을 듣게 된 연극이다. 그 후 이강백 '알'에서 연거푸 기획을 또 맡았다. 다음 공연 장 아누이 작 '도적들의 무도회'에서 꿈에 그리던 배우 뒤봉부로 나왔다. 이때 실제 연기는 처음이어서 노력 엄청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발음에서 말이다. 3학년이 되어서 신입생 환영공연으로 유진 오닐 작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또다시 배우로 출연했다. 맡은 역할은 삼 형제 중에 둘째 피이터였다. 1막 삼십 분 정도 출연한다. 코를 푸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로 코가 나와서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겨울 방학을 맞은 이때 북한산 중턱 국민대학교 뒷편 산사에서 아주대학교까지 출퇴근을 했다. 부모님에게는 공부한다고 거짓말을 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동기들은 군대 갔는데 나만 남아서 연극을 했다. 그 후 3학년 1학기 공연에서 천승세 작 '滿船'에서 전격적으로 연출 형에게 주인공 '곰치' 제안을 받는다. 처음에는 기분은 엄청 좋았다. 그러나 계속 달려와서 조금 가벼운 역할을 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거절하고 음향을 맡았다. 여름방학부터 시작한 아몽에서 번역까지 했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sweet of youth"를 휴학계 상태에서 음향을 맡았다. 아몽에 들어와서 연극 시작할 때부터 막이 내릴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연극에 참여했다. 그리고 군에 갔다. 동기와 선배들과 숱한 편지를 주고 받았다. 몇 백통의 편지를 받았더니 아주 쉽게 제대했다. 동기들과 닐 사이먼의 옴니버스 연극 '굿닥터'를 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무대감독이었다. 그런데 무대는 스태프들이 제작하고 난 막의 제목을 알려주는 징 만 크게 울렸다. 내가 기획을 안 해도 작품은 흥행이 되었다. 이제 아몽에서 기획은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졸업 후 대학로 대학 연극반 아몽 식구들과 공연을 세 번 했다. 대학로 정보 소극장에서 닐 사이먼 작 '굿닥터'에서 기획과 단역배우로 출연했다. 2년 후 마포문화체육센터에서 공연한 레이 쿠니 작 '라이어'에서도 또 기획을 했다. 팔 년 후 오백 석의 왕십리 소월아트홀에서 '택시드리벌' 공연을 했다. 이때 극단을 만들기도 했다. 성동구 아마추어 예술진흥사업에 첫 번째 사업으로 선정되어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서 진행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 한 연극 기획 중에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때로는 나 역시 궁금하다. 이때 알았다. 연극은 취미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경제적 활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2015년 성동문화재단에서 진행한 '꿈꾸는 연극교실에서 성동 가요제에 출연한 마장동 토박이 김 씨와, 음악선생 역할로 출연했다. 이 연극에서 기획과 스태프는 문화 재단에서 했다. 참여자는 예산 걱정 없이 배우만 하면 되었다.
2023년 내가 쓴 우리 집 음식 이야기 '오이지' 로 출판 기념회와 이벤트로 낭독극을 했다. 난 생전처음으로 주인공 '영진' 역을 맡았다. 대학 1학년 때 시작한 연극이 내 삶이 되었고, 그후 우리들에 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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