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을 당했다!
64년 만에 마을의 토지 분할에 대한 판결을 받다
기각을 당했다.
사건 번호 ‘2018 가합 504093 공유물분할,’ 사건번호가 2018이라는 것은 사건이 2018년에도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만 6년 만에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기각을 당했다. 글자 그대로 우리 입장에서는 당한 기분이다. 남대문에 불을 지르는 사람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다. 나는 마장동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뿌린 씨앗들이 결국에는 우리 지역 문제인 공유물 분할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힘으로 뛰었다. 이번 주는 성묘 가서 “드디어 우리의 숙원인 공유지 분할을 해냈어요” 하고 부모님께 전하고 뿌듯하게 돌아올 나의 계획도 무산이 되었다. 마장동 일대에 “분할이 드디어 이루어졌어요”라는 현수막을 달고 싶은 꿈도 깨졌다. 사실 99%의 이길 거라는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확신을 하고 싶어 판결 전 우리 엄마의 습관처럼 아주 유명한 점쟁이에게 두 곳에서 점까지 보았다. 두 곳 다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더욱 믿기지 않았다. 2006년부터 우리 동네 공유물 분할 소송과 관계된 재판을 보아왔기에 재판부 판결에 대한 느낌이나 분위기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보통 재판부는 1년 또는 2년 정도마다 가운데 앉는 주 판사가 바뀐다. 그런데 최근 이 년 동안 담당했던 이 판사는 매우 우리 측에게 우호적이었다. 늘 태도가 수동적인 국가, 서울시, 교육청 변호사에게 공유물 분할이라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좀 더 적극성을 뛰어 달라고 할 정도였다. 처음에 우린 개별 분할은 소송은 시간도 돈도 너무 들기에 필지별로 분할하는 대분할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개별 분할의 방향으로 수용하고 재판부가 재시 한 측량, 감정까지 우린 모두 법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을 했다. 그래서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 놓고 기각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기각의 의심이 하나 있기는 하다. 칠팔 년 전 도선 사거리 동방 빌딩(마장동 517)이 공유지 전체 소유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오랜 세월과 큰 비용이 들여서 동방빌딩이 승소했다. 논리는 이곳은 공유물이 아니고 “구분소유적 관계”라고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재 574번지 김우진도 똑같은 논리로 소송을 우리에게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소송에서도 공유물 분할이 아니고 “구분소유적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재판 과정에서 두 가지 요소가 치열하게 다투거나 싸우지도 않았다. 이 당시 동방빌딩은 한 필지이고 15개 필지에서 한 필지가 떨어져 나가도 지분 계산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승소했다고 우리 측 변호사는 얘기했다. 그동안 공유물 분할을 반대해 왔던 국가, 교육청의 주장도 비슷했다.
14일 이내로 항소를 해야 한다. 일단 간단하게 항소합니다, 제출하고 판결문이 나오면 정밀하게 따져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해야 할 듯하다.
그동안 우리 사무실에서 많은 어르신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게 “나 살아생전에 꼭 공유지 분할이 되게 해 주세요. 분할이 된 멀쩡한 부동산을 우리 딸에게 주고 싶어요. 그때 엄마가 참 고생했구나, 엄마 고마워 이 소리 한 번 듣는 것이 평생소원입니다.” 이 어르신의 소원을 정말 함께 이루고 싶다. 최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6년 동안 공유자 어르신 중에 몇몇 어르신이 돌아가셨거나 신병에 이상이 생겼다. 현재까지 끌어온 1심처럼 또 육 년이 걸린다면 나 역시 60대 중반이 된다. 사실 재건축은 두 번째 문제이고 분할이 우선이다. 재건축까지 하면서 몇 년이 걸리는 것은 그렇다고 하지만 오로지 소송으로만 오육 년이 걸린다면 그것을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또한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기운을 내자, 그래서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응을 해야겠다. 그래서 짧고 굵게 하는 소송의 길을 찾아야 한다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를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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