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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전연 May 30. 2024

음주 운전을 말하지 못하는 그들

매불쇼 비평

매불쇼를 보고 분개해서 글을 쓴다. 사실 분개까지는 아니고 어이없음에 가깝다.

문제로 지적하는 편은 2024년 5월 20일에 방영한 '한낮의 매불 엔터' 코너이다.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다루었다. 요는 김호중이 잘못한 건 당연한 사실인데 언론이 너무 그것만 보도하는 것은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한심한 작태라는 것이었다. 나라의 정치와 경제에 관련한 일보다 쉽게 대중을 선동하고 흥분시키는 이슈만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요즘 언론의 풍토를 지적한 것.

나도 그 점에 대해선 동의하는 바다. 대한민국 국민 중 김호중이 잘했다 하는 사람 없을 것이고 국정 이슈보다 연예인 사건이 더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근데 문제가 되는 건, 즉 내가 이번 매불쇼에 지적하는 건 최욱(진행자)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다. 실제 워딩을 그대로 적어보겠다.

"음주가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게 한번 공론화됨으로 인해서 음주에 대한 법적 처벌도 올라가고 우리의 문제의식도 굉장히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그럼 거기에 따라서 가령 뺑소니, 그다음에 증거 인멸, 이런 것도 같이 높아져야 이런 일이 안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해봤는데···. "음주만 피하면 된다. 야, 뺑소니고 지랄이고 이거는 뭐 의미 없다." 이렇게 보였거든요."

얼핏 들으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정의로운 말이다. 근데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이거야말로 시청자를 선동하는 교묘한 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주 운전'이 '음주'로 약게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음주'가 나쁜 게 아니라 '음주 운전'이 나쁜 건데 최욱은 실수인지 의도인지 음주가 나쁜 거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술 마신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술 마시는 것에 대한 형량이 높아졌으며, 사회 구성원들이 술 마시는 것을 문제의식으로 삼고 있다는 건데 정말 대한민국 국민 중에 술 마시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에 금주령이 떨어진 적도 없는데 말이다. 우리는 예부터 술을 풍류로써 즐긴 민족이다.


음주가 나쁜 게 아니다. 음주 후 운전한 게 나쁜 거다. 술 마셨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거 아니다. 음주해도 대리 부르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 많다. 음주 운전 해도 나 하나쯤이면, 이번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는, 그 안이한 준법 의식이, 아니 범법 의식이 나쁜 거다. 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술 마시고 운전대 잡은 그 사람의 정신 상태가 나쁜 거다.


최욱이 음주를 겨냥한 까닭은 간단하다. 그는 음주 자체를 비난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음주 운전'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신 '음주'라 말한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음주 운전을 음주 운전이라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음주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발언을, 즉 실언을 하게 된 것이다. 방송 중이라서 문제 없이 넘어간 거지 만약 논평 같은 글로 발표했다면 분명 나처럼 지적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최욱이 '음주 운전'을 말하지 못한 까닭도 간단하다. 그는 그쪽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쪽이라 함은 진보와 좌파라 자칭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을 뜻한다. 물론 그는 방송에서 자신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그건 진행자로서 중립을 지키려는 형식적 멘트이고 실제 그는 그쪽이 맞다. 아니, 확신하면 안 되니까 '그쪽에 가까운 것 같다.' 하는 말로 수정하겠다.

그러니까 그쪽과 가깝기 때문에 '음주 운전'이란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음주 운전' 대신 '음주'라는 말을 넣어, 교묘하게 그렇게 말을 바꿔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음주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궤변을 낳은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그쪽 사람들은 왜 '음주 운전'을 말하지 못할까?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이런 것까지 일일이 밝히면 글이 더러워진다. 짜임새가 촌스러워진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그쪽 정치인 중 어떤 이가 음주 운전 경력 때문에 발목 잡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뻔뻔하게도 전과에 상관없이 잘나가고 있다. 이미 그쪽 지지자들은 음주 운전 따위 살면서 한 번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일반인은 당연히 한 번 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경우는 다르지. 정치인은 법을 만드는 사람인데 입법하는 사람이 법을 어긴 적 있다? 연예인의 음주 운전에는 입에서 침이 튀도록 욕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의 음주 운전에는 왜 그렇게 관대할까? 솔직히 연예인은 음주 운전 하면 자숙하거나 은퇴당하는데 정치인은 당연히 배지 빼고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최근에 MB 시절에 출간된 독후감 책을 읽었는데, 아무리 경제 살려준다고 호언장담한들 전과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게 말이 되냐 하는 구절을 봤다. 이게 당시 그쪽 진영의 MB 공격 논리였다. 경제가 중요하다 해도 범죄 저지른 사람한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실리보단 명분을, 물질보단 도덕을 강조하는 좌파다운 주장이다. 근데 그랬던 사람들이 지금은 누구를 수장으로 밀고 있는가? 전과자는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전과자를 지지하고 있는 게 코미디라면 코미디다. 14범과 4범은 다르다고? 그렇게 따지면 윤석열은 0범인데?


최욱이 '음주 운전'을 '음주'로 잘못 말한 것이라면 나는 사과한다. 매불쇼 애청자로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근데 그럴 일 없다는 거 알기에 이 사과는 농담에 가깝다.

앞으로 연예인 음주 운전이 터질 때마다 그쪽 사람들은 좌불안석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불똥이 그 정치인으로 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호중 사건이 다른 국정 이슈보다 중요하느냐면서 그저 한 연예인의 '음주' 사고로 치부했던 매불쇼는 대중의 이목만 끄려는 상업적인 언론을 비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었을까.


오해가 있을까 봐 내 정치 성향을 말하자면 나는 국민의 힘을 지지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혁신당이나 조국신당이나 녹색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중도 코스프레하는 우파 아니냐? 아니다. 나는 한국의 모든 정당이 사라지고 소수의 엘리트가 입법과 행정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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