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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화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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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전연 Jan 03. 2025

카모노하시 론의 금단추리

내용은 가벼운데 추리는 어려움

추리 애니를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에서 찾은 작품. '금단'이란 말이 붙어서 도대체 어떤 추리를 하길래 그런 무시무시한 단어가 붙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보니 각 편의 내용이 경쾌하고 심플하다. 장르가 추리니까 살인 사건이 매번 일어나는데 작품 자체의 분위기가 밝아서 심각하거나 무서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시즌 1에 13개의 편이 있고 살인 사건이 9개 일어난다. 주인공, 똑똑한 론이 현장에서 추리를 하고 형사 토토마루가 마치 본인이 추리를 한 것처럼 범인을 지목하고 사건을 해석한다. 그러니까 론이 토토마루의 입을 빌려 사건을 해결하는 셈. 론이 직접 추리 과정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이다. 그는 일단 탐정양성학교라는 집단에 의해 공식적인 탐정 활동이 금지되어 있고(그래서 '금단'이다.) 만약 추리를 해서 범인을 밝혀낼 경우 마인드 컨트롤 같은 초능력을 발휘해 범인을 자살로 몰고 간다. 론이 범인한테 죽으라고 하면 범인이 네, 알겠습니다, 하고 죽는다. 홀려서 스스로를 죽음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명령을 내리는 론도 홀려 있는 상태. 범인들은 주로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거나 물에 들어간다.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과 단점은 서로 일치한다.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즉, 시트콤처럼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그래서 추리의 맛이 빈약하게 느껴진다는 것. 게다가 추리의 과정은 천재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생략된 경우가 많고, 바지 사장 역할의 토토마루가 해설하는 사건 트릭은 정말 황당한 게 많다. 와, 하는 감탄이 아니라 헐, 하는 어이없음에 가깝다. 현장을 살피면서 시청자에게 단서를 제공하지만 그걸로 절대 트릭을 예측할 수 없고 범인도 확신할 수 없다. 추리물이니까 시청자와 함께 어느 정도 같이 생각해볼 만한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결과 자체가 작가만 알 수 있는 트릭이니까 토토마루의 설명을 들어도 감탄보다는 배신감이 앞선다. 뭐야, 이걸 어떻게 풀어? 범인이 이렇게 해서 죽인 거라고? 그럼 단서를 충분히 제공했어야지. 내가 추린이(추리 + 어린이)라서 그런가 트릭들이 너무 어렵고 억지스러웠다.


시즌 2에서는 론과 M 가문의 대결이 펼쳐진다. 론은 탐정양성학교 시절에 겪었던, 그것 때문에 추리를 '금단'당했던 사건이 자신이 저지른 게 아니라 M 가문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슬슬 눈치챈다. 그리고 범인을 밝혀내는 즉시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능력 또한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것임도 알게 된다.

시즌 1이 스낵 같은 짤막한 추리의 나열이었다면 시즌 2는 M 가문과 진검승부를 벌이는 본격 추리 서사가 될 것 같다. M 가문은 범죄의 정점에 있는 집단이고 론은 비록 개인이지만 가장 재능 있는 탐정이다. 이 대립이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내가 시즌 2를 기다리는 이유다.


아마미야 선배의 역할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시즌 2에서는 등장인물이 골고루 활약하길 빈다. 트릭도 좀 개연성 있는 걸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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