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노, 규현, 세븐하이의 도원결의
시청 계기
두뇌 게임 서바이벌을 잘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머리를 엄청 써야 하기 때문이다. 현생이 힘든데 예능까지 보면서 골치 아프고 싶지 않다. 근데 며칠 전에 쇼츠 영상으로 데블스 플랜의 우승 결과를 알게 되었고, 결승까지 간 두 출연자가 욕을 엄청 먹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정현규와 윤소희라는 남녀가 마지막에 살아남았는데 결승 매치에서 승리를 목전에 둔 윤소희가 일부러 져서 정현규를 우승자로 만들어준 것. 상금 3억8천만 원. 충분히 이겨서 거금을 획득할 수 있었는데 우승을 양보해줘서 시청자는 허탈과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왜 그를 이기지 않고 져줬을까. (물론 그녀가 정말 일부러 져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유명 연예인인 규현은 후반 매치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는 정현규를 위해 자신이 탈락을 자처하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과도한 이타주의를 선보인다. 이건, 타인을 살리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괴상한 선행이다. 서바이벌 예능이라면 극악무도한 이기주의일지라도 자신이 사는 게 우선 아닌가.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쇼츠 영상으로 간략하게 봐서 본방송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머리 쓰는 예능은 절대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혐규, 혐소희, 규혐 ― 사람들이 '싫어할 혐(嫌)'을 붙여 그렇게 부른다 ― 의 행동을 나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들이 왜 그런 엉뚱한 선택을 했는지, 그 기저에 어떤 심리가 깔려 있고 어떤 무의식이 작용했는지 궁금했다.
부패 경찰 승패 조건
결국 출연자 입장에서는 감옥동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획득한 피스 개수로 인원을 절반으로 나누어 피스 많은 쪽이 생활동에 가고 적은 쪽이 감옥동에 가지만, 일단은 첫 매치니까 피스 욕심 안 부리고 생활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됨. 그리고 어파치 피스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쪽은 규칙상 도둑과 부패 경찰이니까 일반 경찰은 피스 욕심을 낼 수 없음. 일반 경찰이 획득할 수 있는 최대 점수는, 도둑 2명을 다 잡아서 얻는 2피스와 자기 팀의 부패 경찰을 밝혀내서 얻는 1피스를 합친 3피스가 전부임(본래 가지고 있는 1피스는 계산에 넣지 않았음). 근데 문제는 생활동에 갈 수 있는 인원이 7명이라는 데 있음. 만약 경찰 한 팀이 엄청난 실력으로 도둑 둘을 잡고 내부의 부패 경찰까지 솎아 낸다면 3피스를 얻어 생활동에 안정적으로 입성하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임. 운이 나빠(관점에 따라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자기 팀에 부패 경찰이 없다면 도둑 하나 잡는다 해도 1피스 획득이 전부임. 여기서 다른 팀이 도둑은 못 잡고 부패 경찰만 집어냈다면 똑같이 1피스를 얻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팀도 부패 경찰만 잡는다면 1피스 획득으로 세 팀이 동등한 점수가 됨. 그럼 10명(4+3+3)이 생활동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소리가 됨(살아남은 도둑 한 명이 생활동 멤버를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이런 설명을 한 이유는 생활동이 7명으로 제한돼 있으므로 경찰이 연합해서 도둑을 잡는다 해도 그들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밝히고 싶어서이다. 이세돌과 강지영은 게임 시작 전에, 경찰끼리 무조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해서 실언한 것이다. 도둑 정보는 절대로 공유해선 안 된다. 사고 실험을 해보자. 이세돌의 그린팀과 강지영의 블루팀이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고 치자. 세븐하이의 레드팀은 도둑 티노와 결탁해서 도둑 소희를 잡고 1피스를 얻은 상황. 그린팀이 블루팀의 정보 도움으로 결국 도둑 티노를 잡아 게임을 끝내고 블루팀은 투표로 자기 팀의 부패 경찰을 잡아냄. 그럼 그린팀도 1피스 획득이고(부패 경찰은 적발하지 못했음.) 블루팀도 1피스 획득이므로 또 똑같이 1피스를 획득한 레드팀과도 생활동을 놓고 다투어야 됨. 그러니까 경찰 팀은 다른 팀이 정보 교류를 통해 먼저 도둑을 적발하면 자기 팀원이 생활동에 갈 확률이 낮아지니까 웬만하면 도둑의 흔적를 공유하지 않아야 함. (생활동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블루팀이 그린팀에 협조해서 그린팀이 도둑 둘을 다 잡아 최대 피스를 획득하고 블루팀을 구해주는 전략도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세븐하이의 계획과 레드팀이 그를 따른 이유
결국 경찰 팀은 생활동에 확실히 가기 위해서 도둑과 결탁할 수밖에 없다. 게임 규칙상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 캐릭터를 정하기 전에 티노, 규현, 세븐하이가 모여 동맹을 맺는데, 그래서 셋 중 도둑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 전략이 나오게 됨. ("방법이 하나 있는 것 같긴 한데 이 전제는 도둑이 있었을 때야, 무조건. 빨간 팀 부패 경찰 내가 알잖아. 내가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있잖아.")
세븐하이의 첫 번째 계획은 셋 중 도둑이 있을 경우 나머지 두 명(경찰)에게 그들이 속한 팀의 부패 경찰이 누구인지 알려주어 1피스 획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노가 도둑이고 규현(블루팀)과 세븐하이(레드팀)가 경찰이라면 티노가 그들에게 부패 경찰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규현과 세븐하이는 각 팀에서 부패 경찰을 적발해 나머지 팀원과 함께 1피스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럼 그린팀은 어차피 부패 경찰이 없으니까 ― 부패 경찰은 세 팀 중 두 팀에만 있다 ― 도둑을 잡지 못하면 피스를 얻지 못하고 끝나는 것이다. 도둑 2명, 블루팀(규현 포함) 3명, 레드팀(세븐하이 포함) 3명을 합하면 총 8명이라서 1명은 생활동에 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티노(도둑)가 다른 도둑을 그린팀이 체포하지 못하게 블루팀이나 레드팀에 넘기는 것이 최종 임무다. 이것은 수정된 다음 계획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세븐하이가 티노에게 소희를 잡게 정보를 달라고 했던 것). 어쨌든 계획대로 되면 도둑 1명 다수의 피스, 블루팀 3명 도둑까지 잡아서 2피스, 레드팀 3명 부패 경찰만 잡아서 1피스, 그린팀 도둑 못 잡고 부패 경찰도 없어서 0피스를 획득하여 티노-규현-세븐하이 연합이 안전하게 생활동으로 가는 것이다.
그린팀에 부패 경찰이 있고 레드팀(세븐하이)에 없을 경우를 상정할 수 있는데 그 상황에서는 티노가 다른 도둑의 정보를 세븐하이에게 알려주어 체포하게 하고(1피스 획득), 그린팀이 부패 경찰을 적발해서(1피스 획득) 모든 팀이 같은 점수로 끝난다면 피스를 가장 많이 얻은 티노의 선택으로 규현과 세븐하이가 생활동으로 갈 수 있다. 어떤 전략이든 변수가 존재하지만 대충 큰 그림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계획이 수정된 이유는 캐릭터 뽑기에서 규현이 부패 경찰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븐하이처럼 일반 경찰이었으면 티노가 알려준 정보로 자기 팀 부패 경찰 잡고 계획대로 마무리했을 텐데("규현이는, 그러니까 거기가 일반 경찰이었으면 그냥 부패 넘기고 끝났지.") 규현 본인이 부패 경찰이 되는 바람에 전략을 수정하는 게 불가피해졌던 것이다. 부패 경찰(규현)은 자신의 신분을 팀(블루팀)에 노출하면 안 된다. 팀원들은 한 피스라도 더 얻어 생활동에 가기 위해 부패 경찰을 적발할 것이다. 규현은 자기 팀을 끝까지 속여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부패 경찰은 도둑과 함께 가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규현이 티노와 세븐하이를 배신하고 자기 팀에게 도둑 위치를 알려주어 블루팀이 도둑을 싹 잡고 마지막 투표에서 규현이 아닌 다른 멤버를 부패 경찰로 지목해 다 같이 사는 방법이 있지 않으냐고 한다면, 이론상 가능하지만 규현을 제외한 블루팀 세 경찰이 자기들보다 항상 두 칸 앞서가는 도둑을 체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고 다른 팀도 눈치채고 부패 경찰과 협조해 도둑 하나를 잡으면 블루팀과 같은 점수(도둑 체포로 인한 1피스 회득)가 되어 생활동의 남은 자리를 두고 또 다퉈야 하기 때문에 절대 안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겠다.
블루팀: 강지영 1피스, 손은유 1피스, 규현 0피스(부패 경찰임을 밝히고 도둑 위치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게임 후 투표에서 지목 안 당함), 츄 0피스(부패 경찰로 지목당하기로 합의되었기 때문에 도둑 체포로 인한 피스 획득 못 함).
그린팀: 이세돌 1피스, 최현준 1피스, 정현규 0피스(규현이 블루팀과 결탁한 것을 알아채고, 블루팀이 도둑 둘을 모두 잡으면 피스 개수 우세로 생활동 멤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고자 규현처럼 자기 팀에 정체를 밝히고 도둑 잡는 것을 도와줄 수밖에 없음), 김하린 0피스(블루팀의 츄처럼 자신이 부패 경찰로 지목당하는 것을 자처하고 같은 팀의 구제를 통해 생활동에 가는 것을 선택함).
예를 들어 정말 이렇게 된다면 강지영, 손은유, 이세돌, 최현준은 확실히 생활동에 가고 각 팀의 부패 경찰 둘(규현과 정현규)은 게임 승리의 공로가 있기 때문에 생활동 멤버로 선택받고 마지막 남은 츄와 김하린이 한 자리를 두고 싸울 수밖에 없다. 과연 일반 경찰 중에 자신이 츄와 김하린 역할이 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안타깝게 한 명만 감옥동으로 보내면 되므로 위의 전략도 꽤 괜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규현은 게임 시작 전에 티노-세븐하이와 결탁했으므로 그들을 배신할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것 같다.
자, 어쨌든 그래서 세븐하이는 첫 번째 계획을 이렇게 수정한다.
도둑 1명(티노) + 부패 경찰 2명(규현, 현규) + 레드팀 4명(세븐하이 포함) = 생활동 7명
다른 도둑(소희)이 생존하면 7명에서 한 명 추가돼 8명이 되므로, 게다가 자기 팀에 부패 경찰이 없어 투표(부패 경찰 지목)로 1피스를 획득하지 못하는 세븐하이(레드팀)는 무조건 소희를 체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희를 잡지 않고 티노의 구제만 믿고 있으면, 행여나 다른 두 경찰 팀이 부패 경찰을 지목해 생활동에 두 자리가 빈다 해도(규현과 현규가 빠지니까) 각 팀의 일반 경찰 셋이 1피스를 얻어 레드팀보다 개수에서 우세하므로 레드팀은 전원이 감옥동에 가는 결말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소희 체포는 레드팀에게 생활동 인원 맞춤이자 최소한의 생존 보장이었던 것이다(소희 잡으면 레드팀이 1피스 획득하므로 부패 경찰을 지목한 다른 팀과 점수가 같아 무조건의 감옥동행은 일단 피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됐다면 규현이 적발되지 않은 한 그들 연합이 쉽게 승리했을 텐데 티노의 갑작스러운 배신(변심)으로 계획이 또 수정된다. "그럼 우리가 우승을 못 해. 나도 같이 가. (···) 그러니까 너도 그럴 거야. 네가 레드팀 하는 것처럼 나도 소희 데리고 간 거랑 우리가 이제 그 타이밍이 같았잖아." 그러니까 티노의 말은 세븐하이가 레드팀 챙기는 것처럼 자기도 같은 도둑인 소희를 챙길 수밖에 없으니 레드팀에게 소희 정보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비하인드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게임 맵을 보자마자 도둑 혼자서 승리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소희를 넘기는 대신 부패 경찰 하나를 팔아넘겨(그럼 생활동에 가는 부패 경찰은 한 명이 되니까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레드팀 4명을 모두 데리고 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 생활동 멤버 7명을 어쨌든 맞추려고 했다는 것. 근데 이 생각은 오판이다. 만약 그린팀의 부패 경찰인 정현규를 팔아넘긴다면 그 팀의 일반 경찰 셋이 1피스를 획득하기 때문에 레드팀은 개수에서 밀려 생활동에 우선으로 가지 못하게 된다.
도둑 2명 + 부패 경찰 1명(규현) + 그린팀 3명(부패 경찰 지목) + 레드팀 1명(주동자 세븐하이가 될 확률이 높음)
티노가 소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븐하이는 자기 팀 전원을 생활동에 데려가지 못하고 3명만 구제되는 것으로 합의 본다.
도둑 2명 + 부패 경찰 2명 + 레드팀 3명
근데 여기서 다른 경찰팀이 부패 경찰을 적발하면 1피스 획득으로 레드팀보다 점수가 높아지므로(부패 경찰이 없는 레드팀은 태생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음) 앞서 티노의 오판을 지적했듯이 그 다른 팀이 생활동에 우선으로 가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 레드팀은 처음부터, 부패 경찰이 있다고 의심받을 만한 트롤 짓을 한 것이다. 저쪽(레드팀)에 부패 경찰이 있다면 이쪽(그린팀)에는 없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게임은 티노-규현-세븐하이의 계획대로 흘러갔고, 레드팀 인원 중 누구를 생활동으로 데려갈지 선택하는 단계만 남는다. 빈자리가 3개니까 레드팀에서 3명이 갈 수 있는데 세븐하이는 도둑과 레드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공로로 무조건 구제되고 나머지 인원 셋 중에 둘이 결정될 순간이었다. 잠깐! 근데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레드팀이 도둑과 결탁해 지금처럼 승리한다 해도 어차피 전원이 생활동에 가지 못하는데, 즉 한 명은 무조건 감옥동에 가야 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세븐하이를 제외한 세 명(저스틴, 이승현, 박상연) 중 한 명은 자신이 감옥동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왜 도둑을 돕는 선택(세븐하이의 계획)을 하게 된 것이냐고. 세븐하이가 워낙 기가 세서 나머지가 반론을 펼치지 못한 것일까. 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똑똑해 보이는 세븐하이의 주장을 그냥 따른 걸까. 일견 그렇게 볼 수 있는데 정확한 이유야 어떻든 그들은 그게 가장 유리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 최선의 결과였다. 결국 가장 바른 선택을 한 것이다. 왜냐하면 레드팀은 부패 경찰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단독으로 게임 할 경우 도둑을 잡는 것 외에 피스를 획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넷이서 똘똘 뭉쳐서 도둑 둘을 잡는다면 최상의 결과이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를 잡았다 해도 다른 경찰팀이 부패 경찰을 색출하면 그들과 점수가 같아 생활동 입성을 놓고 또 경쟁해야 하기에 도둑을 돕는 거나 이거나 마찬가지다. 만약 블루팀과 그린팀이 모두 부패 경찰을 적발하면 생활동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그러니까 레드팀의 저스틴, 이승현, 박상연은 1명이 생활동에 가지 못하더라도 그게 최선의 이득이라고 판단했기에 세븐하이를 따랐던 것이다.
김하린은 박상연에게 세븐하이에게 휘둘리지 말고 너의 게임을 하라고 말했다. 네가 경찰이니까 도둑 돕지 말고 다른 경찰팀과 협력해서 도둑을 잡으라는 뜻. 근데 이건 김하린이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언한 것이다. 이 글 초반에 말했듯이 경찰은 서로를 도우면 안 된다. 다른 팀이 우리의 정보를 이용해 도둑을 잡으면 피스 개수 우세로 생활동 입성이 확실해진다. 그 말은 우리 팀의 생활동 확률이 낮아진다는 뜻. 왜냐하면 인원 제한이 존재하니까. 게다가 박상연은 부패 경찰 뽑기로 피스를 획득할 수 없는 레드팀에 속해 있다. 다른 팀은 도둑을 못 잡았다 해도 부패 경찰을 적발해 피스를 획득할 수 있지만 레드팀은 그게 아예 불가능하다. 박상연이 각성해서 저스틴과 이승현의 맘을 돌려 함께 도둑 찾기에 나섰다면 꽤 흥미진진했겠지만 셋이서 도둑 잡는 건 무리라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규의 뻔뻔한 제안, 티노의 우유뷰단함, 소희의 금사빠 기질
약속대로 레드팀에서 3명이 생활동에 가기로 했으므로 모두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현규가 그린팀 멤버와 척지고 싶지 않아서 자기도 한 명 생활동에 데려가고 싶다 말한다. "저희 팀에서 한 명은 빼고 싶긴 해요." 피스 보유량이 많기 때문에 생활동 멤버를 정할 권리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개인 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도둑-부패 경찰 연합에 암묵적으로 속해 있었고("도둑이 배신하면 저희는 망하는데 그냥 믿을 수밖에 없어요." "도둑이 협의한 건 뭐냐면 우린 부패 무조건 믿고 간다.") 결국 레드팀의 도움 덕분에 부패 경찰인 자신(현규)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레드팀이, 왜지? 너무 잘해주는데.") 생활동 멤버를 정할 때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 않아야 했던 게 맞다. 규현의 말대로 레드팀을 도와주는 게 맞다.
흥미로운 건 현규의 제안에 대한 두 도둑의 태도다. 게임 중 세븐하이의 계획이 마지막으로 수정되었을 때(도둑과 부패 경찰이 피스를 싹 다 먹겠다고 한 것) 두 도둑은 레드팀에게 생존 보장을 약속했다. 소희가 그때 뭐라고 했지? "근데 꼭 살려 드릴게요." 레드팀 세 명은 반드시 생활동으로 데려가겠다고 한 것. 근데 두 도둑은 현규에게 굳이 미안할 것도 없는데 그의 제안에 갑자기 고민을 하고 지금껏 자기들을 도와줬던 세븐하이와의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 ("그건 말이 안 되지. 그거는 말 바꾸는 거야.")
티노의 주장은 두 부패 경찰의 공이 세븐하이와 비슷하므로("그런데 이 둘도 제 기준에서 봤을 때는 뭐, 세븐하이랑 비슷한 느낌이거든요?") 현규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데 그건 본인의 주관적 느낌이고 게임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도둑-부패 경찰 연합은 레드팀의 공 때문에 승리한 게 맞다. 이건 누구도 부정 못 하는 사실. 현규가 부패 경찰 역할을 못했다 하더라도 그건 도둑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 도둑의 위치를 발설하지 않는 한. 그리고 티노가 크게 착각한 게 있는데 도둑-부패 경찰은 레드팀과 연합한 거지 세븐하이와 연합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티노는 자꾸 도둑-부패 경찰이 세븐하이 한 명과 연합했으니까 세븐하이에게(그리고 현규에게도) 생활동 권리(추가 멤버를 데려갈 수 있는 지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도둑-부패 경찰은 레드팀 전원과 연합한 것이라는 거다. 세븐하이가 주도적으로 가교 역할을 했을 뿐이지 저스틴, 이승현, 박상연도 연합에 함께 참여한 것이다. 그러니까 티노, 소희, 규현, 현규, 세븐하이, 저스틴, 이승현, 박상연이 한편이었다는 뜻. 생활동 인원은 7명이니까 그 한편에서 한 명만 빠지면 되는 거지 그 외의 멤버를 추가로 데려올 권한은 아무도에게도 없다. 다만 피스 보유량이 많은 티노, 소희, 규현, 현규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뿐. 티노의 주장을 쉬운 예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8명이 어떤 일을 함께해서 상을 받는데 7명밖에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럼 그 8명 중 한 명이 안타깝게 빠지면 되는 거지 굳이 외부에서 다른 1명을 데려와 상을 받게 할 필요는 없다. 티노는 8명 중 무려 2명이나 빼고, 함께 일한 적 없는 다른 1명을 데려오겠다는 것이다. 그가 비상식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세븐하이하고만 연합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드팀 전체가 아니라 세븐하이 개인하고만. 그래서 세븐하이에게 생활동 지분이 있는 만큼 부패 경찰로 함께한 현규에게도 지분이 있다 판단한 것이다.
티노와 함께 도둑이었던 소희는 현규의 편을 들어준다. 게임 중에 아무런 접점이 없었는데, 오히려 세븐하이와 더 많은 말을 나누었는데 그녀는 난데없이 현규 쪽에 붙는다. 그린팀에게도 생활동 자리를 주자는 것. 방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살짝 소외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이 끝나고 부패 경찰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출연자들은 각자 팀끼리 뭉쳐 회포를 나눈다. 규현은 자신의 블루팀에 사과하러 다니고("강지영 씨, 미안합니다."), 현규는 그린팀에 생활동 자리를 얻어 오겠다 하고, 세븐하이는 레드팀과 게임을 잘 끝냈다고 서로 격려하고, 티노는 약속의 이행을 두고 세븐하이와 얘기를 나눈다. 소희는 덩그러니 혼자 있는데(그런 부감 장면이 한두 개 나옴), 그녀가 도둑 역할을 했기 때문에 티노말고는 깊게 대화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대학교 입학했을 때 오티에서 만난 친구들과 졸업할 때까지 쭉 같이 가는 걸 생각하면 된다. 오티라는 게 사실 별거 아닌데 그때 친해지지 못하면 대학 생활의 특성상 가까워질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다. 강지영, 손은유, 츄는 같은 블루팀이어서 함께 얘기 나눈다. 김하린은 그린팀이어서 그쪽 남자들과 얘기 나눈다. 이승현도 레드팀이어서 굳이 소희한테 가서 할 말이 없다. 남녀 차별의 발언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여자는 무리에서 혼자가 되는 걸 견디지 못한다. 무조건 자기 편을 만들려고 하는 게 여자의 습성이다. 그렇다고 소외감 하나 가지고 소희가 현규에게 붙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현규가 키 크고 잘생겼으니까 소희가 끌렸을 가능성이 크다. 게임 하는 거라 해도 여자는 매력적인 남성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남자는 게임에서 이기는 게 목표라서 그런 것에 무신경한데 여자는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면 승리보다 사랑(그와 끝까지 함께 있는 것)을 추구한다. 자기가 우승하는 것보다 그를 우승시키는 게 여자의 행복인 것이다. 최애 남돌에게 돈 쏟아붓는 여자 팬의 심리와 비슷하다. 비디오 게임 할 때 남자는 외모 상관없이 좋은 캐릭터를 고르는데 여자는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를 고르는 것도 적절한 예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 못생긴 캐릭터를 골라도 이기는 게 중요하지 예쁜 캐릭터 골라서 지면 무슨 소용이야.) 소희가 현규에게 붙은 이유는, 그러니까 이성적 관심 80%와 내 편 만들기 20%라 할 수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다른 영상을 통해 그녀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애정 결핍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세돌에게 아쉬운 점
사다리 타기로, 그린팀에서는 이세돌이 구제받았는데(생활동 멤버로 뽑혔는데) 그는 자신의 자리를 강지영에게 양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엉뚱하다'고 하고 싶지만). 자신이 규현은 부패 경찰이 아닌 것 같다고 떠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블루팀이 규현을 적발하지 못한 것 같아서라는 것. 아니, 고작 그런 이유? 부패 경찰에 대한 짐작과 오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그거 하나 잘못 말했다고 생활동 자리를 양보하는 건 너무 오버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세돌이라서 특히 더 문제 된다. 유명 인사가 그런 행동을 보이면 다른 출연자들도 선의와 도덕성을 강요받는다. 이세돌이 저랬으니까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 서바이벌 게임인데 초장부터 양보를 한다고? 그리고 그 양보는 자세히 생각해보면 당위성도 부족하다. 규현은 부패 경찰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는데 왜 강지영한테만 미안한가. 그녀와 같은 블루팀이었던 츄와 손은유한테는 덜 미안한가. 블루팀이 부패 경찰을 적발하지 못한 건 규현이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지 이세돌 본인의 멘트를 사람들이 따랐기 때문이 아니다. 미안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히려 김하린이어야 한다. 본인이 그녀를 부패 경찰로 의심했고 실제로 그렇게 투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활동 자리를 자신과 함께 게임 한 그린팀에 양보하지 않고 다른 팀에 준 건 협력이 중요한 서바이벌 예능에서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 그린팀 멤버에게 양보했으면 감옥동에 가서도 유대감을 이어 꽤 유리하게 게임 했을 것이다.
POM(Player of the Match)
1위 현규 - 부패 경찰 연기를 규현보다 훨씬 잘했음. 방송 보면서 이 사람이 부패 경찰일 거라곤 절대 생각 못 했음. 규현은 어느 정도 의심이 갔는데 이자는 눈빛이 공허하고 화면에 잘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한 번도 수상하다고 못 느꼈음. 그리고 서바이벌 예능의 목적답게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속속들이 잘 챙겼음. 그린팀에게도 생활동 자리를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가 맞으나 어쨌든 말이라도 해봐서 유리한 성과를 냈으니(비록 이세돌이 그걸 강지영한테 넘겼지만) 그린팀과의 신뢰도 회복했음.
2위 세븐하이 - 최초의 삼자 연합(티노, 규현, 세븐하이)을 이끌었고 게임의 전략도 대부분 이의 머리에서 나왔음. 리더십 있고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의감도 보임("나 만약에 이렇게 결정 내면 나는 감옥 갈 거고 감옥 가서 돌아와 가지고 만들어 가지고 무조건 깨부술 거예요."). 조금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데 그게 나중에 가면 사람들에게 위기감('저런 무서운 애를 먼저 떨어뜨려야 한다.')을 주어 고립될 수 있을 것 같음.
3위 규현 - 손은유랑 그 중에 고민했는데 그가 부패 경찰로서 더 잘했던 것 같다. 결국 도둑-부패 경찰이 이겼으니까. 손은유가 규현을 의심해 그의 경로를 쫓아 그가 거짓말했다는 것까지 밝혀냈다면 단연코 최고 플레이어였겠지만 그 정도까지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규현을 의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눈치왕. 규현은, 연기를 잘했다. 어쨌든 도둑을 위해 일반 경찰들을 속였고 팀에서 부패 경찰로 지목되지 않았으니까.
빌런
티노 - 소희의 정보를 레드팀에 넘기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된다. 그건 배신으로 보지 않음. 전략적 수정 정도로 봄. 도둑이 혼자가 되면 승리할 확률이 떨어지니까. 근데 게임 끝난 후 레드팀과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진짜 큰 잘못이라고 봄. 완전 배신임. 레드팀 전체와 연합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현규의 제안을 일축하고 레드팀 구제를 강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무슨 정의병에 걸렸는지 망설이며 뒤로 물러남. 내가 세븐하이였으면 진짜 한 대 쳤다. 현규에게도 생활동 지분이 있다는 티노의 판단은 어설프게 공정한 척하려다가 나타난 실수임. 애초에 도둑-부패 경찰은 레드팀 전체와 동맹을 맺은 거기 때문에 승리 인원이 8명(도둑 2명 + 부패 경찰 2명 + 레드팀 4명)이 된 이상 레드팀에서 1명만 빠지면 되는 거지 그린팀에서 다른 1명을 불러올 까닭이 없음. 근데 티노, 이 사람은 ('이 자식'이라고 쓰고 싶지만) 나름 사려 깊은 척하느라 레드팀 전체와 연합한 것을 망각하고 부패 경찰인 현규도 잘해줬으니까 그에게도 지분이 있다고 생각해버림.
명언
"세 명을 저희 레드팀에서 살려주시기로 했는데 그 약속도 안 지켜지고 하는 거 보면 티노 님이 가장 경계가 되는 거 같습니다." (박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