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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Dec 30. 2024

아버지에 대해

기억 1-시골집에서의 마지막날 아침

회사도 빠지고 아침 일찍 도착한 시골집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끼익 거리는 소리를 달고 있는 대문을 열고, 다시 현관문을 열 때까지 집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살며시 신발 벗고 안방문을 열자 TV앞에 앉아 있던 엄마가 섬찟 놀라며 '언제 왔냐'라고 한마디 한다.

나는 별 대꾸 없이 피식 미소 지으며 돌아 나와 기침소리가 들리는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작은 방에서 기침과 구역질을 번갈아 하며 누워있던 아버지가 방문을 여는 나를 보자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병원에서 퇴원해 내려와 있다 여러 날 밤새 기침과 구역질을 되풀이하자 아버지가 작은 방으로 몸을 옮겼다고 했다.

커튼이 쳐진 작은 방에 이불을 깔고 누운 아버지를 보자 목이 메었다.

'옷은 입었는데. 아침은?'

'아침은 뭐. 괜찮아요.'

준비한 아침을 먹고 가라는 엄마와 아버지의 말에 식탁에 앉았지만 된장찌개, 김치, 계란찜, 구운 김, 흰쌀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몇 숟가락 넘기지 못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시골집을 나섰다.


이날 아버지는 병원에 들어서며 바지에 실례를 하고, 어린 의사 앞에서 좋은 약을 넣어달라며 읍소하고, 링거를 맞은 다음 날 혼수상태에 빠진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20여 일을 있다가 시골로 가는 앰뷸런스를 타기 위해 옮기던 중 급격하게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고 응급실로 옮겼으나 1분도 안돼 돌아가셨다. 


내 갔다 올게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선 아버지는 그래서 엄마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했고, 엄마도 온전한 상태의 아버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아버지가 실례한 바지를 버려야 하나 어떻게해야 하나 안절부절 못할 때, 간호사에게 부탁해 환자복을 얻어온 누나가 나를 다시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의사에게 가기 아버지는 내게 '바지주머니에 5만 원짜리가 몇 장 있었는데'라고 힘없이 주억거렸다. 나는 화장실로 다시 가지 못했다. 


그날 아침. 

현관문을 열자 집안에 가득했던 냉기.

아버지가 누워 있던 작은 방에 배어버린 시큼한 침냄새과 퀴퀴한 냄새.

엄마 혼자 이불도 펴지 않고 웅크리고 앉아 TV 앞에 앉아 있던 모습.

달가닥거리며 엄마가 차려낸 식탁 위에서 손이 가지 않던 밥과 반찬들.

신발을 구겨 신고 내 손을 잡고 걸으며 등뒤에 선 엄마에게 '갔다 올게'라고 하시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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