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물인 줄 알았지만 미래 영화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대홍수'라는 영화를 봤다.
제목과 예고편만 봤을 때는 기후변화 재난물인 줄 알았는데, SF영화였다.
SF장르에서 한발 더 들어가면, 인류 멸종에 따른 대안을 만드는 AI영화였다.
지난 글들에서, 영화와 소설 속에서 AI와 로봇을 다룰 때 서구와 우리나라의 차이를 여러 번 언급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한국 영화 속에서 AI를 다룰 때는 가족, 관계 등의 감정적 측면이 강조'된다는 걸 확인했다.
(아래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는 행성의 지구 충돌로 인해 대홍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홍수로 인해 지구의 현생 인류가 대부분 멸종하며 다음 인류를 창조할 역량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지구밖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럼, 인류의 재창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인류는 진화와 성장 그리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또, 축적된 경험과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그걸 몸으로 겪으며 내부에 쌓아왔다.
그런데 반복된 경험 학습으로 AI 로봇에도 감정이 축적될 수 있는가? 영화는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반복적인 경험 훈련을 통해 모성애가 축적되고 그걸 통해 엄마라는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 이 영화의 골격은 간단하다.
-인류의 멸종 위기
-새로운 인류 창조의 책임과 고민
-AI(컴퓨터)와 뛰어난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로직과 구조안에서 결실을 만들기 위한 딥러닝 수행
-이렇게 쌓인 데이터로 AI가 현 인류 다음 수준의 신인류를 '사람'같은 감정을 가진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영화는 처음, 대홍수로 인해 아파트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몇안되는 인류가 지구밖으로 떠난 이후부터 줄곧 딥러닝의 반복이다. 실패-실패-실패-디지털 기억의 오류-실패-디지털 기억의 혼선(마치 메모리장치 속의 캐시(cache)가 남은 것처럼)-실패-그리고 성공.... (사실 시뮬레이션에 등장하는 것은 말그대로 시뮬레이션일뿐이다. 디지털로 복원된 기계속 학습과정일뿐이라는.)
영화는 지구밖으로 떠난 몇 십 명의 과학자들 중에 일부는 충돌로 죽고, 일부가 남아 이 중요하고 위대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딥러닝이 진행되면서 삽입되는 '현재의' 장면에는 더 이상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수많은 딥러닝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남아있는 인류조차도 사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러면, 인간이 모두 멸종하고 남아있는 AI가 인간의 지시를 받아 소멸직전까지 수행해서 탄생시킨, 로봇-사람의 감정과 사람의 피부 같은 외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을, 그것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편... 뜬금없이 인간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면 최초의 인류가 돌멩이를 깨서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로 다른 종족을 이겨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돌멩이를 깨서 최초의 도구를 만들던 인류가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우주로 가고, 인간을 이어서 지구에 생존할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것까지. 물론 마지막은 미래의 어느 날이겠지만, 지금의 기술 발달을 보면 영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 불가능해보이는 길을 걸어온 인간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종이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최근에 AI. 로봇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다 보니, 영화 한 편을 보며 많은 생각이 하게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