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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18. 2024

홍제동 옥천암

사찰 가는 길. 1

어느 날 밤 아내에게 말했다.

- 절에 가서 기도라도 하면 맘이 좀 나아질까?

- 왜 불편해?

- 불편하다기 보다는, 기도같은 걸 하면 다짐도 되고, 뭐 바램같은 거 아니겠어.

- 어디로 가려고?

- 멀든 가깝든 바람도 쐬고 가서 절도 하고 뭐 그럴 수 있는 곳으로 찾아봐야지. 찾아보면 있겠지.

- 기왕 가려면 기도빨 있다는 곳 찾아가야지.

- 그런 데가 있어?

- 지금 찾아보니 여러군데 나오네. 다녀볼까?

-와, 당신 빠르네. 천잰데?


그렇게 갑자기 절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인터넷을 뒤져 기도하고 나면 맘이 좋아진다는 곳을 찾아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발적 의지"로 말입니다. 갔던 곳을 다시 가기도,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을 가기도 합니다.


이 글들은, 새벽같이 나서서 절을 찾아 기도하고, 절 근처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부지런히 돌아오는 저와 아내의 절로 가는 '가벼운' 기록들입니다.




내부순환로 국민대학교 앞에서 나와, 직진해 상명대 앞을 지나면 홍제천 물길 앞에 작은 사찰이 있습니다.

옥천암입니다.


옥천암은 옥천앞에 지어진 암자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는데, 직접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옥천암의위치는 배산임수라고 배운 그 지형속에 있습니다. 뒤로는 북한산이 앞으로는 홍제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옥천암에는 기도를 할 수 있는 곳이 세 곳 있는데, 첫째가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있는, 길에서도 잘 보이는 보도각이고, 둘째는 산신각으로 역시 바위에 작은 산신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셋째가 대웅전격인 극락전입니다.

옥천암 보도각의 마애불


마애불 앞에서 신발을 벗고 절을 하며 기원합니다. 가족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과 사업의 성공을 빌고 또 빕니다. 산신각으로 올라가 산신 앞에서 다시 절을 하며 기원합니다. 가족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과 사업의 성공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락전에 올라 절을 합니다.

산신각에서 보는 바위에 새겨진 산신

절을 하고 마애불 옆 벤치에 앉아 한참을 보다가 잠시 옥천암 뒤 북한산 길에 오릅니다. 가파른 길이지만 데크가 잘 깔려 걷기가 좋습니다. 조금만 오르면 앞이 탁 트이고 홍제동이 멀리까지 잘 보입니다.

옥천암 근처에는 TV에 나와 유명해진 포방터 시장이 있습니다. 상명대쪽으로 나오면 부암동으로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갤러리, 카페, 음식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주차하기가 힘들 것같아 처음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고, 두번 째는 차를 갖고가 포방터 시장 공영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옥천암 앞 개천 건너편에 주차했습니다. 오랫동안 세우지 않고 기도하고 나올 거라면 주말 아침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괜찮은 거같습니다.


옥천암에 처음 갔던 날엔 버스를 타고 다시 광화문으로 나오다가 통인시장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경복궁옆 앞에 맛집과 식당이 잔뜩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장을 찾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거 같습니다. 아쉬웠던 식사를 맛있는 커피로 달래고 지하철로 돌아왔습니다.

 

옥천암은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4대 관음기도 도량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언제부턴가 밤에 잠이 안오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며 읊다보면 잠이 온다는데 저는 아직입니다. 기도가 부족한 탓인지.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이끄는 보살로, 중생의 모든 것을 듣고 보며 살핀다는 의미를 1천개의 손과 1천개의 눈으로 형상화해 천수천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옥천암 바위에 새겨진 부처 아래에서 빌었던 건강과 행복과 번창을 부디 살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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