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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18. 2024

맨체스터바이더씨

슬픈데 자꾸 생각나는 영화와 음악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은 사무실에 있을 때 거의 음악을 틀어놓고 지낸다.

클래식, 팝, 가요, OST 등 가리지 않고 듣는데,

며칠 째 귀에 붙어 틀어놓고 있는 음악이 하나 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라는 영화의 OST다.

케이시 애플렉이라는 배우와 미셸 윌리엄스라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인데, 스토리는 우울하고 슬프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케이시 애플렉은 밴 애플렉의 동생이다)

친구들과 술을 좋아하는 주인공은 집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가졌던 날 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두 딸을 화재로 잃는다. 이후 아내와 헤어진 후 고향을 떠나 아파트 관리인으로 살고 있다. 어느 날 형이 곧 죽을 거같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지만 형의 임종은 못보고, 형이 조카(형의 아들)의 후견인으로 자신을 지목했다는 유언을 듣게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 영화를 두번 봤는데, 처음 봤을때는 좀 우울해서 싫었고, 두번째 봤을 때는 주인공의 슬픈 감정과 음악이 내 마음속을 후벼 파는 것 같아 눈물이 찔끔 흘렀다.

처음 봤을 때는 주인공의 연기와 스토리만 눈에 들어왔는데, 두번째 볼 때는 웅얼거리는 듯한 주인공의 대사와 음악만 들어왔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당연히' 음악이고, 슬픔이다. 그런데, 그 슬픔이 그냥 슬퍼서 속상한게 아니고, 속상한데 '나도 다시 기운을 내볼께' 귀결되는 것이다.


영화를 생각하면 기억나는 대사와 장면이 몇가지 있는데.

-'내가 그런 말을 당신에게 해선 안됐었는데'  

주인공의 전처가 나중에 만난 주인공에게 한 말인데, 이 장면을 보고 영화를 앞뒤로 한참 돌렸었다. 무슨 말을 한 거지? 하며.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떤 말을 했을 지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보면 절로 알 수 있다. 누구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아프게 하게 마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어울린다. 사랑하지만 가장 가까옆에 있었기 때문에 할퀴고 상처를 줬을 것이다. 남편이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에 그밖에 탓할 대상이 없었을테니까. 나중에서야 후회가 몰려온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는 늘 너무 늦다

-주인공이 술집에서 싸우던 장면

-화재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서에서 경찰관의 총을 빼앗아 자신의 머리에 겨누는 장면

-조카가 한 밤중에 냉장고를 열었다가 닭고기가 떨어지자 깜짝 놀라는 장면(아직 아버지가 병원 시체 안치실에 그대로 있어서)


맨체스터바이더씨는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고, 슬픈 기운도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장면들이 툭툭 떠올랐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에는 아내와 같이 봤고, 두번 째는 혼자 봤다.

두번 째 봤을 때 훨씬 슬펐고, 그래서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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