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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Jun 26. 2024

석모도 보문사

좋은 기분으로 꽉 채운 방문길

보문사는 강화도 옆 석모도에 있다.

예전에는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건너갔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생기면서 쉽고 편하게 석모도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석모대교가 생겼다고는 하나, 그건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길 사정일 뿐이고, 강화도까지 가는 길은 차도 많고 우회도로가 없어 2시간 정도는 기본이라는 얘기는 강화도쪽으로 골프를 가끔 골프를 치러 간다는 친구에게 들었다.


우리는 집에서 6시 50분에 출발했는데 신호에 걸리고, 차가 조금 막히고 하면서 '어쨌거나' 두 시간 가량 걸렸다. '어찌됐든' 부지런히 움직여 덜 더울 때 도착했으니 잘한 셈이다. 마애불에 기도하고, 조용하고 맛있는 집에서 점심도 잘 먹고, 석모대교가 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집으로 오는 길에 보니, 반대편 강화도 방면으로 가는 차들이 김포 넘어서까지 길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가 보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운건 9시쯤이었는데, 주차장엔 이미 꽤 많은 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일전에 소백산 구인사에 갔을 때 주차하고 들어가는 길이 꽤나 멀고 힘들다 생각했는데, 보문사 들어가는 길을 마주하고 보니 구인사 가는 길은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문사 입구 매표소에 붙은 안내문엔 대웅전까지 5분 소요라고 되어 있는데, 평지 걸음이야 그정도겠지만, 급한 경사로를 감안하면 족히 세 배는 걸렸지 싶다.  


저 멀리 바위암벽이 해수관음상이다


보문사는 누워있는 부처를 모신 와불전과 석실 그리고 바위암벽에 새겨진 마애불로 유명하다. 와불전을 가려면 오백나한상을 지나는데 불상의 표정이 다 제각각이다. 

오백나한상 아래서 올려다본 마애불

극락전 뒤로 15~20분정도 올라가면 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며 기도하고, 앉아서 불경을 읽고 있어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기도를 드렸다. 

기도의 내용은 늘 똑같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사업 성공. 


바위에 새겨져 바다를 바라보는 마애불 모습이 인자하다
마애불에서 내려다보면, 보문사 절간과 석모도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애불에서 내려다보면 석모도의 갯벌과 보문사 절마당이 보인다. 마애불에서 기도하고 절마당으로 다시 내려왔다. 극락전으로 들어가려하니 49재 기도인지 아니면 장례를 마치고 온 사람들인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스님과 기도를 올리고 있어 극락전 앞 의자에 앉아 땀을 식혔다.


보문사를 나와 다시 석모대교쪽으로 나오는 길에 '옛이야기'라는 이름의 식당에 들어갔다. 밴뎅이무침 정식을 먹었는데 반찬이 너무 많아 젓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 찰기 가득한 작은 솥밥에 토종 된장찌개까지, 반찬들은 대부분 식당옆 텃밭에서 나오는 것같았다. 아내는 대체 왜 집에서 짓는 밥은 이것처럼 찰기가 없는가를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찹쌀을 조금 넣는 거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저녁 밥을 지을 때 찹쌀을 조금 넣었더니 실제로 이전에 한 밥보다 찰기가 느는 것이 밥맛은 더 좋아진 거같았다.


석모대교를 건너자 깨끗하게 새로 지은 건물에 이디야커피점이 있어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석모도와 석모대교를 보며 커피 한잔을 하는데, 열린 창으로 바닷바람이 들어와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었다. 사장님이 클래식을 좋아하는지 시내의 커피숍에서 들을 수 없던 클래식 음악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 음악마저도 어울리게 만드는 풍경과 날씨였다.


커피숍에서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보니, 강화도와 석모도로 가는 차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일찍 움직여 잘 갔다왔다며 집에 들어서니 아직 오후 3시가 안되었다. 구인사를 갔을 때 가을쯤 또 가자했던 것처럼, 보문사도 시간을 내서 다시 가자고 아내와 얘기했다. 좋은 기분과 기운으로 꽉 채운 방문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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