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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Oct 06. 2015

로보트 태권 V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방으로 간다.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하고 남편을 출근 준비를 도와주어야한다. 내 나이 40살. 12살 짜리 아들과 10살의 딸을 키우면서 매달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살림을 하는 누구누구 엄마라고 불리지만, 나의 이름 영희다.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영희.

바로 훈이와 함께 20년전 세계평화를 지키던 로버트 태권 V의 그 영희가 맞다. 나와 훈이,김박사님과 함께 지구를 위협하던 악의 무리를 맞서 많은 싸움과 모험을 했다.


하지만 로버트 태권V와 나.훈이.그리고 김박사님의

추종세력이 많아지면서, 세계평화유지군은 우리를 점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세계평화의 위협적 존재는 태권V와 나 훈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해산 시키기에 이르렀다.


로버트 태군 V의 심장은 철거되고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고철이 되어 김박사님의 연구소 한켠에 방치되었다.

 그 충격으로 김박사님은 뇌졸증으로 쓰려지고 말았다

오랜 투병생활에 약해질대로 약해진 김박사는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말았다. 더이상 나와 훈이는 할수 있는것이 없었다


"우리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가 이렇게 비참한가?"


그것을 인정하기 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훈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태권도라도 가르쳐야겠어.."


훈이는 태권도 학원 선생님으로 취직을 했다. 나는 컴퓨터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서 작은 세무회계사의 경리로 일을 했다.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우리는 잊쳐져 갔다.  우리도 그 시절을 잊으려 노력했다.

우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묻혀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돈을 모아 "로버트 태권 V" 라는  태권도 도장을 개업하고, 단촐하게 결혼했다.

그리고 두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아침 9시 훈이는 노란색 버스를 몰고 우리의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선 각 동네에 있는 태권도장 아이들 태워 도장으로 데려온다. 특별한 기술을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그냥 저냥 대여섯살의 아이들과 장난같은 태권도를

가르친다. 그래도 훈이는 아이들과 웃고 즐겁게 하는 태권도가 좋다고 한다.

아이들의 웃음이 세계평화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만족하면 살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제 막  집을 청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세계평화..얼어죽을.."


"따르릉"

"여보세요!!"

"영희 맞으신가요?"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네..그런데요?"

"여긴 세계평화유지군입니다"

"네?"

심장이 떨린다.

"로버트 태권 V의 영희 맞으신가요?"

당황스럽다. 20년전의 내 이름을 부르는 수화기의 너머의 목소리.

"그런 사람 없습니다"

단호하게 나의 존재를 속였다

"출동입니다. 저녁 6시 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째각째각

조용한 거실에 시계추 소리만 들린다

안절부절하는 나를 진정시키는 훈이였다


딩동딩동

인터폰을 확인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누구세요?"

검은 썬그라스의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조용히 인터폰 화면에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는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또 조용한 거실

"출동 명령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태권 V가 아닙니다"

"태권 V를 조정할 분들은 당신들 뿐입니다. 우주에서 내일 모래 새벽 0시를 기점으로 지구를 침략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해왔습니다"

". . . . . . . . . . .. "

"여보.."

나는 훈이를 봤다. 눈빛이 흔들렸다. 그 눈빛은 과거 자신이 태권V를 조정하던 모습을 회상 하는것 같았다

"내일까지 태권V와 함께 세계평화유지군 사령부로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잠에 쉽사리 들지 못하는 훈이에게 나는 말했다

"어떻게 할꺼야?"

"............."

"우리 말고도 많을꺼야..마징가 Z도 있고...메칸더 V도 있잖아. 난 싫어..헌신짝 처럼 버릴때는 언제고..이제와서..

우리 조용히 있자!  응?"

훈이는 답이 없다

"자자"


새벽같이 몰래 일어나 집 앞마당에서 운동을 하는 훈이였다. 말은 그렇게 해도 로버트 태권V를 그리워 하고 있었다. 나에게 들키지 않게 항상 김박사님의 연구실에 가서 태권V의 상태를 살피고 기름칠을 해주었다. 아이들의 분유값이 부족했을때 고물상에 태권V를 팔아버리겠다고 하던 나를 말리던 훈이였다.

훈이의 이단옆차기는 아직도 날렵했다.

오늘따라 훈이의 이단 옆차기가 슬퍼보인다

운동을 하다 말고 멈춤 훈이에게 다가가 훈이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출동하자"

"영희야?"

"하지만 이번엔 잊쳐지지 말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20년만에 우리는 지금 로버트 태권V안에 타고 있다.

각 세계의 언론과 방송들이 20년만에 다시 나타난 40대의 평범한 태권V에 대한 취재열기가 대단하다


"근데 훈아? 조정하는법을 다 까먹었어.."

"그러게.."

나와 훈이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냥 멋적은듯 웃어보였다.


멀리서 우주선이 보인다.

우리는 다시 한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곤 뛰기 시작한다

적을 향해..


우리는 뛰기 시작했다

훈이와 영희..우린 아직 죽지 않았다고..

로버트 태권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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