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상상놀이
미국 자동차 일주여행 출발일이 딱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7일 일행 3명이 처음 만났다. 그날 최종적으로 미국 GO 확장했다.
나는 서울 살고 ,
령효는 소록도와 붙어있는 거금도에서 6월 초까지 지내다 올라오고, 겨레는 부산에서 여행경비 버느라고, 알바 중이다.
출발 전날인 6월 13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원래 계획 없이 여행하는 스타일이다.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나는 따라가지 않고 감성 따라가는 여행자다."
뻥이다.
사실은 디테일한 계획을 세울 능력이 안된다.
게으르기까지 하다.
근거도 없이 여행운을 믿는다.
가다가 좋은 곳을 만나면 며칠씩 머물 생각인데, 촘촘란 계획은 혼란만 초래한다고 뻑뻑 우긴다.
어려운 상황은 몸 땜하면 된다고 믿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어쨌든 세계일주 두 바퀴를 무사히 마쳤는데 미국 두 달 반쯤이야 라는 시건방진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않느니 죽겠다.
계획서가 무슨 전쟁을 준비하는 작전계획 수준이다.
방대하고 세밀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질린다.
한편으로는 은근히 쫄린다.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우선 꼭 챙겨야 할 것들만 준비했다.
왕복 비행기표발권, ESTA신청, 렌터카 40일 예약, 샌프란시스코의 저렴한 롯지 3일 예약, 국립공원 에뉴얼 패스 미사용 중고 구입, ㅁ자형 대략루트 구상 완료(디테일은 천천히)
총 여행일정은 75일로 넉넉하게 잡았다.
자동차 여행은 40일 정도, 나머지 35일은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일단 마음이 끌리는 속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예비일이다.
그러고 나서 맘에 드는 도시에서 빈둥거리며 보내기로 했다.
미국의 도시에서 머무를 수도 있고ㅡ 캐나다나 멕시코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알래스카나 카리브해 크루즈도 괜찮을 듯하다. ㅎㅎ
상상은 무죄니까, 상상은 뽕이고 행복이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 여행필이 솟으면 구국티켓은 찢어버릴 생각이다.
샌프란시스코 편도 비행기표는 50만 원 정도로 가격이 착하다.
환불하면 수수료 공제하고 남는 것은 없겠지만, 언제 또 경비 써가며 갈 수 있겠나.
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떡 본 김에 고사 지내면 되는 거지, 돈 끼짓 것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말면 된다.
발칙 유쾌한 상상이다.
한 달 남겨놓고 계획과 준비는 뒷전이고 상상놀이나 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상상으로라도 행복하면 된다.
나이 먹어서 쫄면 죽는다가 아니다.
철들면 죽는다.
마음껏 나래를 펴본다.
PS. 한 달 넘게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몽골몽골 한 몽골 이야기> 원고 끝내서 넘기고 손 털었다.
몽골은 됐고, 이젠 헛소리 그만하고 미국에 집중하자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