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도 알기 어려운 심연의 마음을 나누고 끌어안을 관계를 늘 원해 왔지만, 이 마음들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나 혼자만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설프게 진지한 관계보다는 무겁지 않은 관계를 선호하게 됐다. 얕지만 꽤 견고해서 쉽게 끊어지지 않으며,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관계. 커다란 의무나 책임도, 내밀한 마음까지 내보일 필요도 없다. 그저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지금 이 순간만을 공유하는 것.
그럼에도, 그 순간들 속에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들이 어느새 제법 쌓였다. 얕고 가벼운 기억들로 견고해진 이 이상한 관계는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이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