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첫날, 3월 급식표가 붙여지자마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급식메뉴를 확인한다.
"23일에 두쫀쿠 나온다!"
"와~ 두쫀쿠!!"
아이들도 설레지만 두쫀쿠를 한번 먹어본 나도 눈이 반짝인다.
'학교에서 두쫀쿠가 나온다고?'
요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두쫀쿠의 존재감은 아직 막강하다. 나도 몇 달 전 트렌드에 민감한 아는 동생 덕분에 한번 먹어보았는데 달달함과 바삭한 식감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있다. 고소함과 쫀득함도 빠질 수 없다. 몇 년 전 먹어봤던 두바이초콜릿과는 느낌과 맛이 사뭇 달랐다. 두쫀쿠는 예상하지 못한 맛이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두쫀쿠 안에 있는 카다이프가 모래 씹는 식감이라 이상하다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그 생소한 식감 때문에 인기가 생긴 것 같기도 했다.
두쫀쿠의 가격이 처음보다 많이 내려갔지만 한 때 한 알에 7-8000원까지 했다. 황제 디저트로 미디어에 자주 노출 되어 먹어보지는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었다. 만드는 과정을 보면 그 재료과 정성으로 가격이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솔직히 가격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는다. 나 같은 경우 이벤트성으로 한 번쯤 먹어보았다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그러한 두쫀쿠가 학교 급식으로 나오다니 세상 정말 좋아졌다. 입술이 코코아파우더로 인해 까매져도, 일명 '두쫀쿠립'이 되어도 그 조그만 두쫀쿠를 아껴가며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유행에 편승하여 두쫀쿠를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것 같았으나 다양한 이유로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을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두쫀쿠를 먹는다는 것은 문화적 소외감을 줄이기 위한 학교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급식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곳을 넘어 우리가 현재 어떤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소통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공평하게 최신 트렌드를 맛보게 함으로써 경제적,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맛'을 공유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긍정적인 면이 먼저 보였다.
'문화적 소외' 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됨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사람으로서 자주 경험할 수 있다. 남들이 다 아는 유행을 나만 경험해보지 못했을 때 느끼는 소외감은 작지 않다. 한번 경험을 해보고 나중에 또 그것을 선택할 지의 유무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최초의 경험조차 하지 못해 소외되는 친구들이 아직도 많다.
한낱 두쫀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도 두쫀쿠 먹어봤다!' 하는 소리를 이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모두 할 수 있어서 그냥 기쁠 뿐이다. '누구는 먹어봤고 누구는 못 먹어본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은연중에 권력이 되기도 한다. 학교가 그 간극을 메워줌으로써 모든 학생이 대화의 중심에 당당히 설 수 있게 해 준 두쫀쿠 급식이 반가웠다.
어떤 사람들은 높은 당분과 가공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학생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건강보다는 재미와 유행에만 쫓는 것이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가질지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래도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급식에 나온 두쫀쿠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문화적 소외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누구나 차별 없이 새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한 '맛있는 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