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왔어요

by 느긋

작년 5학년에 이어 2026학년도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점수에 밀려서거나 남들에 의해 떠밀린 게 아니라 자원하여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지난 2년 연속 5학년, 현 학교 3년 차에 6학년 지원, 그것도 작년에 함께 했던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는 것은 보통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우리 6학년은 다른 학년에 비해 한 반 학생 수가 많다. 23-24명 정도로 20명이 채 되지 않는 다른 학년에 비하면 매우 많은 편으로 성장기 아이들로 인해 교실이 꽉 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학년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이 예뻐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힘든 아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행동이 과격한 아이, 도벽이 있는 아이, 말이 장황하고 지나치게 많은 아이, 장난이 심한 아이, 몸이 아파 체육시간이 힘들지만 빠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 아이, 교사에게 반항하는 아이 등 교사 입장에서 보면 쉽지 않은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말띠여서 그런가? 긍정과 밝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고 아이다운 순수함이 있었다. 싫어할 법한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어도 따돌리지 않고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 6학년을 하기로 결정했다. 조용한 아이들도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누리면서 상황에 맞게 잘 지내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래도 6학년은 6학년. 작년 말 학급 편성을 할 때 6학년 자원을 한 상태였으므로 반 배정을 엄청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2월 초 새 학기 준비기 모임 때 학급 봉투를 뽑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초등학교 담임교사라면 1년 중 이때가 제일 떨리지 않을까 싶다. 순간의 선택으로 나의 1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파악이 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6학년 담임 선생님 4명 앞에 하얀색 봉투 4개가 놓였고 나는 3번째로 뽑았다. 그 뒤로 교장선생님 말씀이 있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느라,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우리 반에 금쪽이가 있는지 없는지 작년 선생님들로부터 정보를 얻느라 선생님들은 바빴다. 작년에 5학년을 한 덕분에 대충 우리 동학년 선생님에게도 유명한(?) 아이들에 대해 대충 말해줄 수 있었다.


우리 반 학생들을 훑어보니 이름이 유명한 아이들은 별로 없었고 조금 있더라도 내가 보기에 다 귀여운 학생들이었다. 까불기는 하지만 그 친구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면이 먼저 보였다. 5학년때 내가 담임을 했던, 올해 또다시 같은 반이 된 6명의 아이들은 모두 모범생에 성실한 친구들이었고 성격도 좋아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한 명 맘에 걸리는 친구가 있었다. 작년 담임 선생님이 이 친구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조금 걱정이 생겼다. 작년에 복도에서 지나가며 보아도 그 친구의 행동은 과격하고 목소리도 컸으며 수업시간 태도도 불량하다는 소리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복도에서 심한 몸장난을 해 같은 학년 선생님으로서 지도를 했더니 뒤로 돌아서며 나 보란 듯이 킥킥대던 그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담임으로서 어떻게 지도할지 방학 내내 머리가 좀 아팠다.


하지만 나의 이런 편견과 선입견은 새 학기 첫날 보란듯이 부서졌다. 제일 먼저 와서 수줍게 인사한 그 친구는 자기 자리에 앉아 학원 숙제를 하였다. 내가 하는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반짝이는 눈으로 나에게 집중하였고 대답도 곧잘 하였다. 학급 규칙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였고 걱정하였던 반항의 눈빛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괜한 걱정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이라 자신의 모습을 감춘 것일까? 그 무엇이 되었든 새롭게 잘 시작하고 싶은 그 친구의 마음이 읽혔다. 우리 반이 다 이뻐 보였고 귀여워 보였다. 우리 반 학생들도 나의 성향을 대충 알고 있어 학기 초반에 이루어지는 기싸움이나 기강 잡기는 별로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3월에는 교사가 웃으면 안 된다고 배운 적도 있었다. 아이들이 선 넘는 것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이미 첫날부터 많이 웃어버렸고, 카리스마보다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면을 이미 보았기에 일관된 규칙만 잘 적용하면 올 한 해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의연하고 단단한 학급경영을 위해서는 학기 초 학급 규칙을 세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반의 학급규칙은 학생들과 함께 정한다. 먼저 지난 5년 동안 학교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거나 불편한 점을 말한 후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을 말한다. 이 점들을 바탕으로 올해 함께 정한 우리 반의 학급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배려(교실정숙)

2. 책임(시간약속)

3. 융통성(너그럽게 이해)



쉬는 시간은 노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시간을 준비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말 그대로 잠깐 쉬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고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하는 친구들도 있다. 모두를 위해 교실에서 정숙하기로 다 함께 약속했다. 물론 중간놀이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너무 시끄럽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 지각하지 않기나 제출물 기한 지키기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모두 다 지각을 하지 않는 날이면 학급 온도계가 1도씩 올라가고 그 결과 학급 전체에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도 함께 정했다. 마지막으로 너그럽게 이해하는 융통성을 제시한 점이 흥미로웠다. 내가 먼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누군가 실수를 하더라도 관용의 마음을 갖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 하나만 기억하면 되었다. 이는 1년 내내 학급에서 강조할 내용으로 모든 생활지도에 이 말만 하면 학생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대우받고 싶은 대로 행동하라!


학년에서의 규칙도 6학년 전체가 모인 다모임에서 결정되었다. 새 학기에는 복도가 그야말로 '만남의 장'이 된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복도가 시장 한복판보다 더 시끄럽다. '복도는 통행만 제외하고 복도에 나와있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달리거나 몸장난이 심해져 안전사고가 일어날 게 예상되고, 복도에서의 큰 소란으로 피해 보는 학생들이 생길 것 같아 학년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다모임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복도가 워낙에 넓어 93명 6학년 전체가 한자리에 다 모일 수 있었다.


"작년에 이어 선생님이 우리 6학년 친구들을 다시 보니 좀 더 의젓해지고 멋져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너무 시끄럽게 떠들거나 운동장처럼 달려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6학년 전체 다모임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둠별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고, 그다음 반별로, 그다음은 우리 학년의 전체 의견으로 모아보겠습니다."


각 반 별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우 다양하였다. 6학년 전체 93명의 이름을 써놓고 걸릴 때마나 경고를 주어서 몇 번 이상 걸리면 복도 사용을 못하게 하자는 내용, 각 반별로 복도선도위원을 뽑자는 내용, 심하게 장난치는 사람들은 캠페인을 하자는 내용 등 매우 다양하였다.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어렵고 이 또한 교사 및 학생에게 또 다른 일이 되면 안 되므로 결국 학생들과 합의를 보았는데 그 내용이 합리적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긍하였다. 각 반별로 5번의 기회를 주어 모두가 안전한 복도 사용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모든 6학년이 잘 보일 수 있게 복도사용 규칙이 복도에 게시되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 규칙이므로 그다음 날부터 바로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기특하였다. 복도가 전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되어 다모임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3월 한 주가 지났다. 3월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적응해야 해서 정신이 없고 새로운 규칙을 정립해야 하는 시간이다. 모두가 조심하는 시기라 아직 심한 장난스러움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세운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분위기 형성을 하고 서로 독려하면 그 힘들다는 6학년도 잘 넘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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