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녹색매장

by 느긋

평소에 가고 싶었던 '우리 동네 녹색매장''뭉몽만남'카페에 다녀왔다. 비건 빵과 맛있는 음료를 파는 카페가 본캐릭터이고 녹색특화매장이자 제로웨이스트샵도 겸하고 있었다. 친한 동생이 소개해주어 함께 갔는데 가기 전에 들었던 간단한 팁 덕분에 자원순환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물건도 챙길 수 있었다. 카페 안쪽에 물건들을 기증하고 나눔 할 수 있는 '무료 나눔 코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태는 괜찮지만 평소에 잘 사용 물건들을 찾아보았다. 1년 전 여행 가기 위해 사놓았던 우비가 먼저 눈에 띄었다. 여행지에 가져만 가고 사용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집으로 가져왔던 새 우비 4개를 제일 먼저 챙겼다. 아이가 어렸을 때 사용하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원반 한 개와 우리 집 서랍 한켠에 잠들어 있던 뜯어보지도 않은 노트북 잠금장치도 선택하였다. 불과 2주 전 집안 물건들을 정리하며 '아름다운 가게' 기부가 한 차례 끝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는 멀쩡한 새 물건이 여전히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날마다 물건을 바라보는 나의 눈길이 때마다 달라지므로 집안의 물건을 자주 들여다보고 관심을 주어야 한다.


동네지만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서 그동안 말로만 듣던 '뭉몽만남'과의 만남을 드디어 가질 수 있었다. 첫인상은 '아기자기', '오밀조밀', '알록달록'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각양각색의 페트병 뚜껑이었다. 비슷한 색으로 모아놓으니 그 자체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났다. 위에 쓰여 있는 '지구자원 구출 센터'라는 판도 매우 귀여웠다. 예전에 폐트병 뚜껑을 모아 다양하게 새활용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던 터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환기를 할 수 있는 특수 기계에 넣고 녹여 치약 짜기, 키링 등과 같은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업싸이클링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쓰레기가 다시 물건이나 작품이 될 때까지 다양한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자원이 순환된다는 것에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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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페트병 뚜껑을 모아요!


카페를 소개해준 친한 동생으로부터 브리타 필터도 카페에서 받는다고 하여 수거함에 챙겨 온 폐필터를 넣었다. 평소 재활용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 일반쓰레기에 버리기도 했는데 집에 모아둔 폐필터를 분리배출하니 뭔가 시원하면서 뿌듯한 마음도 올라왔다. 그 옆에는 우유갑과 멸균팩을 모으는 수거함도 있었다. 우유갑은 평소에 잘 씻고 말려 따로 모아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재생화장지와 교환하고는 했는데 멸균팩은 받아주지 않은 경우도 있어 그냥 종이에 분리배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멸균팩 수거함에 쓰여있는 문구 '멸균 종이팩은 100% 재생가능한 소중한 자원입니다'를 보니 앞으로 우유갑처럼 잘 씻고 말려 모은 후 '뭉몽만남'에 가져다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귀찮은 만큼 지구의 자원이 구출된다는 혼자만의 상상으로 '지구용사'가 된 느낌이다.


하도 볼 게 많아 뭐부터 봐야 할지 설레고 있는 와중에 집에서 가져온 기증한 물건부터 카운터에 내밀었다. 나에게 쓸모도 없고 별건 아니지만, 사장님이 잘 받아주시고 사진까지 찍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스타를 통해 기증된 물건, 순환된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60123_090943337_03.png 뭉몽만남에 첫 기증한 물건,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


친한 동생의 추천으로 이 집에서 최고로 맛있는 고구마라테를 주문하였다. 직접 구워서 만든 고구마로 라테를 만들어 수프처럼 진하고 맛이 좋았다. 동생은 여러번 온 사람답게 텀블러를 챙겨 와 500원 할인도 받고 야무지게 적립도 하였다. 마시고 가는 거라 일회용품 사용은 안 했지만 다음부터 어디를 가든 텀블러를 잘 챙겨서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음료가 나오기 전에 카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제로웨이스트 상점답게 볼거리가 많았다. 쇼핑을 할 때 담을 수 있는 바구니도 라탄 채반으로 만들어져 감성 한 스푼이 더해졌다. 유기농 목화솜 마스크는 최근 내가 읽었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서 읽었던 목화에 관한 내용이 떠올라 눈길이 갔다. '순면', '100% cotton'을 떠올리면 엄청 친환경적이라 생각하는데 반드시 이렇지만은 않다는 부분에서 충격이었다. 예전에는 친환경 섬유로 여겨졌던 목화가 더 이상 친환경 작물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막대한 생산량 때문에 공급량을 감당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농약과 살충제가 들어간다고 한다. 목화를 기를 때 사용하는 알디카브 살충제는 피부에 한 방울만 흡수돼도 성인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인 화학품인데 한꺼번에 살포하기 위해 헬기까지 사용한다. 이 같은 사용은 농약을 사용하는 농부뿐 아니라 주변 마을,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글을 읽고 나 또한 더 이상의 새 옷을 되도록 사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던 차였다. 일반 매장에서 보기 힘든 무농약 목화를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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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니 잠자는 텀블러도 잔뜩 있었다. 우리 집에만 해도 여기저기서 받은 텀블러가 얼마나 많은지 비움을 중간 중간 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양이 있었을 것이다. 깨끗한 텀블러를 기증받아 테이크 아웃 할 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기념품으로 받은 텀블러도 좋다고 하니 집에 가서 콕 박혀있는 텀블러가 혹시나 더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텀블러를 만들 때도 탄소가 많이 배출되니 일회용 컵보다 환경적 이득이 생기려면 20-100회 이상을 써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바구니나 에코백도 마찬가지다. 여러 번 사용하면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아야 의미가 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에코백도 모아두어 또 기증을 하러 가야겠다. '뭉몽만남'에서는 기증받은 종이가방이 있어 여기에 물건을 담아가면 되므로 허투루 사용되거나 버려지는 아까운 자원이 줄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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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아웃 시 사용되는 텀블러들, 집에서 잠자고 있지 않고 밖에서 활동하니 참 좋다.


국산 무농약 수세미도 못난이들은 좀 싸게 팔리고 있었다. 수세미를 키워 삶아 씻어 말리고 씨까지 빼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거품이 잘 나는 친환경 수세미가 된다. 이것도 무농약이라니 농부님이 키우는데 더 신경을 많이 써서 귀하다. 그 옆에는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와 그 종이로 만든 코끼리 똥 노트도 있었다. 나무를 베지 않은 종이면서 소화상태에 따라 종이의 질감이 다르다니 너무 귀여웠다. 일반 종이보다 질감이 거칠었지만 표지도 엄청 예뻐 만든 사람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색으로 만들어져 신기하기도 하여 아이들이 보면 재미있어할 것 같았다. 구연산, 과탄산소다도 g당 4원으로 팔리고 있었다. 세탁세제와 주방세제도 g당 8원으로 살 수 있다. 집에서 가져온 용기를 저울에 올리고 필요한 만큼 세제를 담고 g을 적은 후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된다. 그 아래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 용기들이 놓여 있었는데 집에서 제법 많이 나오는 유리용기를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여기에 기증을 하면 보다 더 잘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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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 종이는 똥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요!

이뿐만 아니라 간단한 게임이나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도 놓여 있었고, 친환경 책과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 그림책도 여기저기 잘 알차게 있어서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가 읽었던 책이 있으면 반가웠고, 그동안 무심결에 버렸던 환경 책을 여기에 가져다 놓았으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후회도 살짝 했다.


책장 옆에는 '무료 나눔 코너'가 있었다. 평소 친한 동생의 유치원생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구역이기도 했다. 내가 기증한 물건이 여기에 놓일 테고 필요한 누군가가 값지게 쓴다면 물건입장에서 최고의 생이 아닐까 싶다. 문구류, 인형부터 책이나 옷까지 아주 다양한 물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저것 둘러보다 털실이 눈에 띄었다. 역시 관심 있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요즘 뜨개에 한창 빠져있는데 물건에도 사람과의 인연이 있구나. 내가 좋아하는 머스터드 실과 갈색 실이 있어 마침 가지고 있던 코바늘로 티코스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아주 간단하지만 수다를 떨며 만드는 내내 재밌었고 완성되어 사장님께 드리니 매우 감동하는 모습에 내가 오히려 감동을 했다. 하나를 뜨고 남은 실은 그대로 무료 나눔 코너에 두었다. 나중에 인스타에 금손이라고 올라온 내용을 보니 정말 별거 아닌 서투른 솜씨를 인정받고, 무엇보다 실이 티코스터로 새 생명을 얻었다는 나름 거창한 생각에 혼자 뿌듯하였다. 역시 자신이 본인을 인정해 주는 것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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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먹을거리, 읽을거리, 놀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뭉몽만남'을 즐겼다. 막판에는 핑크색 겨울 바지도 가지고 왔다. 집에 와서 입어보니 사이즈가 딱 맞고 매우 편안하였다. 어떤 사람은 남들이 입은 옷은 입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더 좋다. 버려질 수 있는 옷을 내가 입어 잘 활용이 된다면 옷이나 환경입장에서도 착한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카페에 같이 갔던 친한 동생이 내가 기증한 물건이 '뭉몽만남' 사장님들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인스타 캡처 사진을 보내주었다. 잠자고만 있어서 자리만 차지했던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나 날개를 펼칠 수 있겠되었다.


"나눔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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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많아도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 하나하나가 생산되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된다면 함부로 물건을 버리거나 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새 옷은 앞으로 거의 사고 싶지 않다. 물론 저렴하고 예쁜 옷을 보거나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옷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혹 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만 넘기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새 옷이나 새 물건을 사는 게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많이 쓰고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나 또한 거창한 환경운동가는 물론 아니고 내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좋은 영향이 우주 먼지만큼 미미하다. 오히려 지구 입장에서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기에 나쁜 영향이 더 크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향 - 나쁜 영향) 결과값의 크기가 커질 수 있도록 꾸준히 실천하고자 한다. 알고 있음을 넘어 행동으로 용감하게 옮기는 나 자신을 보며 스스로가 느끼는 그 뿌듯함은 마치 '글쓰기'를 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귀찮기도 하지만 해내고 나면 상쾌함이 몰려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을 통해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한다.


2026학년도에 교육청 사업인 '생태이음학교' 공모를 하여 선정이 되었다. 우리 지역에 있는 환경자원, 기구, 센터를 '생태전환교육'과 어떻게 연결 지을지 고민 중이다. 그 첫걸음으로 뭉몽만남에서 많은 도움과 정보를 얻었다.


'뭉몽만남'에 앞으로 자주 갈 것 같은 이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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