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를 읽고...
엔트로피는 정말 흥미로운 개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복잡한 정도' 쯤으로 말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시와 함께 설명해 보겠다.
숫자 1이 적힌 종이, 숫자 2가 적힌 종이, ···, 숫자 5가 적힌 종이까지 총 다섯 장이 있다. 종이들은 올림차순으로 정리돼 있고, 실험자가 이 종이 뭉치를 들고 빈방에 서 있다. 종이 뭉치를 있는 힘껏 천장을 향해 던지면 종이는 불규칙한 곡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때 던지기 전 상태와 동일하게, 올림차순으로 한 곳에 가지런히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까? 매우 적은 확률이긴 하나 수백, 수천, 수만 번, 그 이상 던지다 보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확률이 완벽한 '0'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이를 던지면 흩어지고, 순서는 뒤섞인다. 이러한 경우를 '엔트로피가 높다, 복잡한 정도가 증가했다'고 표현한다. 반면 종이가 우연히 정갈하게 정리되는 경우를 '엔트로피가 낮다, 복잡한 정도가 감소했다'고 표현한다. 이제 조금 느낌이 올 것이다. 엔트로피가 높아지긴 쉬우나 낮아지는 것은 기막힌 우연이 필요하다. 종이 다섯 장으로 표현해 봤지만, 만약 천 장, 만 장, ···, 수십억 장이라면? 엔트로피 감소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엔트로피는 범우주적으로 적용된다. 위 예시를 우주와 인간에 적용해 보겠다. 우주와 인간은 여러 원소(수소, 산소, 탄소, 질소 등)들로 구성돼 있다. 종이가 순서대로 정리되기가 어렵듯이 우주의 원소들은 무작위로 섞이고 있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종이가 정리된 듯 원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분자를 이루며, 하나의 생명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의 탄생은 엔트로피 감소라는 기막힌 우연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엔트로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설명이었다. 저자는 이 개념을 토대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사회적 행위를 고발하고 있지만, 나는 인간 탄생의 이해를 위해 읽었다. 관심 있는 독자는 한번쯤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