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시간
괜히 일찍 일어나 본다.
새벽이라 하기엔 늦고 아침이라 하기엔 이른 6시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글로 적고 매일 시각화하고 긍정확언도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견해는 많지만
일단 그거라도 해야 긍정적인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 하루는 뭘 해야 할까..
아니 아니 뭘 할 수 있을까?...
9시부터 6시까지 근무.
8시간 근무니 하루 꼬박 10시간을 회사를 위해 회사가 중심이 되어 하루는 흘러갔다.
출근시간, 오전, 점심, 오후, 퇴근시간 루틴한 하루의 법칙에서
안정감을 느꼈고 시간은 참 늦게 가는 것 같았다.
세월은 빠르지만 회사원의 하루는 참 느렸었다.
집을 나와서 카페에 앉아 책도 읽고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는지 채용사이트도 기웃거린다.
몸이든 정신이든 많이 쓰질 않으니 배도 고프지가 않다.
백수가 되고 느낀 건 나는 정말 게으른 인간이라는 거다.
매일 시간이 없다고 징징거렸던 내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불안은 높아 마음은 온종일 바쁘다.
아무것도 안 해서 인지 마음이 바빠서 인지 하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있다.
백수가 된 나의 시간은 가장 싼 물건이 된 듯해서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내년이면 또 한 살을 더 먹으니 시간은 더 빨리 흐를까?
백수 생활이 끝나면 의미로 채워지는 시간이 나에게 올까?
각자가 부여한 시간의 의미대로 시간은 채워지고
그 의미만큼 속도가 정해진다면
나의 시간은 좀 느긋하게 좀 여유 있게 천천히 흐르기로 결정한다.
쉼과 생각이 만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져 속도와 상관없이
그냥 옅은 행복함을 느끼는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