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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훈 Jun 05. 2024

4. 변화

새로운 시작

누나의 장례식 이후 저는 어떻게 살았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저 하루종일 울기만 하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할머니는 제정신머리를 고쳐야겠다며 아버지를 불렀어요

뭐 결과는 쌍욕만 엄청 듣고 새벽에 집에서 쫓겨났죠

할머니가 저를 쫓아와 아버지가 잠들면 와서 자고 아침에 가라며 밖에서 함께 기다려 주셨어요

이때만큼은 할머니가 너무나도 의지가 됐었어요 


끝나지 않을 거 같았던 밤이 지나고 아버지는 일찍 집을 나섰어요

아버지가 가신 후에 저는 바로 어머니에게 연락해 저를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었죠

아침 일찍 찾아오신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저를 안아주셨어요

이때의 감정을 정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모든 감정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뜨거운 밀가루 반죽이 머리를 휘젓고 다니는 느낌일까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할머니 집에 찾아온 어머니는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기본적인 옷도 없는지 도저히 사람이 사는 곳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할머니 집에서 챙길 물건조차 없었기에 간단한 물품만 챙기고 어머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집은 아직 누나의 흔적이 남아있었어요

누나의 신발이나 공책....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기에 조금만 기다리면 누나가 돌아올 것 같았습니다


누나의 방에서 가만히 있던 저를 어머니가 거실로 데리고 와 어떻게 지냈는지, 괜찮았는지 물으셨습니다

할머니와 있었던 일, 아버지와 있었던 일 등등 이런저런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대화를 하다 갑자기 어머니는 다 말라붙은 케이크 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오셨어요


먹다가 남고 겉 부분이 다 말라 붙은 그 초콜릿 케이크는 누나의 생일 케이크였습니다

어머니는 버려야 하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남겨두고 싶었다고 괜찮다면 함께 먹자고 하셨죠

그 말라붙은 케이크는 너무나도 맛있었습니다

이게 눈물 젖은 빵일까요 누나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고 꼭 다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저는 어느 정도 사람 같아졌어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감정표현이 나름 늘어난 거죠

어머니가 얘기하시길 그때의 너는 인형 같았다고 하셨어요

울어도 우는 소리 없이 울지 않으려고 애쓰고 웃지도 않으니 정말 애가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되었지만

본인도 힘들어서 그렇게 많이 챙겨줄 수 없었다며 미안하다고 하셨죠


지금까지도 생각하는 거지만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가 누나의 죽음이니...

누나에게 정말 미안한 감정밖에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누나의 행복을 내가 대신 누리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미안하고 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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