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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훈 Jun 12. 2024

6. 어머니와의 이별

어머니와 생활은 행복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지 않고 사실상 따로따로 생활했다고 생각되지만

나름 여행도 다니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 거 같아요


하지만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기에 이 행복한 시간들은 서서히 무너져갔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는 제게 할 말이 있다며 부르시곤 한참을 뜸을 들이셨어요

얘기를 해도 되는지 굉장히 고민되는 표정으로요


그렇게 듣게 된 이야기는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 그래도 아직 초기라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셨었죠

저는 솔직히 말해서 그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초기니까 충분히 완치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겐 큰 문제는 아닐 거다 라며 어머니를 다독였었죠

그때 어머니 눈에 고인 눈물을 알아챘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처음엔 일주일정도로 짧게 병원에 계시던 어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에 계시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한 달, 세 달, 반년 점차 집에 오시는 간격이 늘어나기 시작했었죠

어머니는 제가 병원에 오는 걸 싫어하셨어요 아들에게 아픈 모습, 본인의 상태를 들키고 싶어 하셨던 거 같아요

가끔 병원에 가더라도 얼른 집에 가라며 피곤하다며 저를 집에 보내셨었죠

그때 병원에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지금 어머니와의 추억을 더 떠올릴 수 있었을까요


갈수록 어머니의 상태는 안 좋아졌어요 집에 오신 날에 밤에 아프다며 혼자 우시기도 하고 음식도 냄새난다며 거의 드시지 못하셨죠

저는 혼자 생각했죠 어머니의 병이 초기가 아니었구나 숨기신 거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엔 그저 어머니의에게 괜찮다며 괜찮아질 거라며 웃으며 나으면 놀러 가자며 

이 참에 아버지에게 벗어날 수 있게 개명도 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자며 미래를 이야기하곤 했죠

그때 이야기하던 것 중에 하나가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는 건 어떻냐는 거였어요

제가 현재 글을 쓰게 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는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셔서 호스피스 병원에 가시게 되었죠

그때도 제가 병원에 가면 어머니는 "우리 안 친해서 할 말 없잖아 힘들게 왜 왔어" 라며 장난스럽게 웃으시곤 했죠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는 나누지 않고 괜찮을 거라며 서로를 다독였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제가 17살이 됐을 때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엔 어머니는 고통이 너무나 심해 항상 주무시고 계셨기에 대화도 나눌 수도 없었어요

그저 손을 잡으며 괜찮을 거야 괜찮아질 거야 라며 얘기했었네요

어머니가 들으셨는진 모르겠지만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정말 반쯤 미친 사람처럼 살았어요 

하루에도 울고 웃고 갑자기 답답하다며 옷을 찢거나 밖으로 뛰쳐나가 뛰어다니곤 했었죠

뭐 사실 지금도 별 다를 건 없지만요 언젠가 나아질 수 있겠죠?

모두 괜찮아질 거라 굳게 믿으며 살아간다면요


어머니와 누나를 만나게 될 그날까지 



이 글 이후에는 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써보려고 합니다

글 순서가 약간 이상할 순 있지만 어느정도 에피소드를 연재한 후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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