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해야 글 쓰죠?
오늘 지인으로부터 재밌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책에서 나온 글이라고 해요.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자신이라는 존재를 쓸 수 없다.
세상으로부터 얻은 그것을
글로 쓰지 않고 방치한다면,
자신이란 존재를 영원히 증명할 수 없다.
언어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용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숭고함이 묻어난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얼마나 숭고한 일이기에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일까요? 곧이곧대로 글을 읽으면 약간은 삐뚤어지게 볼 수 있잖아요. 이 글이 그런 것 같더라고요.
얼마 전에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라디오 마치고 앉아서 30분 동안 동그라미를 그려봤는데 정말 완벽한 동그라미가 하나도 없더라는 거예요. 열에 아홉은 인정할만한 것도 두어 개가 전부였다는 겁니다. 김창완 작가님은 이어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우리의 하루도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을 당시에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이었는데요. 지하철이 나를 흔든 건지 내가 흔들린 건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하루가 어땠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같은 날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당연히 완벽한 날도 없었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문맥이 맞지 않고 표현이 어색하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생각이 밖으로 나오려면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아우성치는 겁니다. 당연히 논리 정연하지 않고 무질서하고 투박할 수밖에요. 논리 정연하고 아름다운 글은 내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줄 세울 수 있을 때 나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디 하루아침에 그런 일이 일어나나요?
위에 인용한 글에서 하는 말이 그런 겁니다. 사실은 용기를 주는 거예요. 투박해도 괜찮다고, 논리적이지 않아도 된다고요. 내가 하는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얘기지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투박하더라도 한 문장 툭 던지듯이 써보는 건 어때요?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엔 모두 두렵고, 어설프고, 실수도 많이 하죠. 애기들 놀이터에 나와서 노는 것만 봐도 그래요. 몇 걸을 떼지도 못하고 다시 땅 짚느라 바쁘죠. 그래도 좋다고 다시 일어나서 걷잖아요. 누구보다 잘해야겠다 신경 쓰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만 나아지는 걸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아요? 또 어제보다 낫지 않으면 어때요. 더 완벽했던 어제에 손뼉 쳐주면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