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지 않아도 눈이 떠지는 날은 십중팔구 주말아침이다. 아아! 시계를 보고 나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다시 잠에 들어보려고 몸을 돌려 보지만 아무래도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망한 것 같다.
주섬주섬 일어나 모자를 쓰고 문고판 책 한 권을 들고 길을 나선다. 걸어 다니며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처럼 책을 들고 걸어 다니며 읽기를 좋아한다. 사람이 드문 주말아침은 책산보를 즐기기 좋은 시기다. 가벼운 에세이면 좋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읽고 있던 책도 좋다
커피 한 잔. 들러서 마셔도 좋고 가져와도 좋다
서초동에서 교대를 지나서 십오 분쯤 걸으면 길마중교가 나온다. 신동아아파트 앞에서 길마중교로 올라가면 높다란 나무가 빼곡히 둘러싼 길마중길이 나온다. 불과 1분만에 도시에서 벗어나 숲 속에 왔다. 한 블록 쯤 어슬렁거리다 진흥아파트 앞에서 내려온다.
아침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서초동성당옆 김영모과자점에서 내용물보다 빵이 더 맛있는 바게트샌드위치를 포장하거나, 좀 더 걸어 콩트란쉐리에에 들러 기다란 바게트 하나를 집어 온다. 오는 길카페에 들러 카푸치노 한잔을 가져오는 것도 잊지 않는다.
4킬로미터, 한 시간 남짓한 산보로 읽는 양은 많지 않다. 내용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의 즐거움이 큰 시간이다.옆구리에 바게트 하나를 끼고 책산보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파리지앵 같다며 미소 짓던 사람이 있었다. 나도 이제 그 시간을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게 됐다. 소중한 시절이란 늘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