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국수의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국수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풍국면 공장이 여기에 있다. 마트에 살 수 있는 국산 국수 중 상당수는 풍국면 OEM이다. 국수의 주산지답게 국수만 파는 국수전문점이 즐비하다.
만두니 전이니 하는 수식어 없이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두 가지만 있는 국숫집에도 사람이 넘쳐난다.요리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진심인 오리지널리티의 힘이다. 특별히 유명한 집에 갈 필요 없이 지도앱을 켜고 국수를 검색하면 된다. 거기에서 고기 말고 국수만 파는 집으로 가면 된다.
곱빼기요라고말하는 순간 마법에 걸린다. 모든 사람들이 동작을 멈추고 나를 본다. 곱빼기라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표정이다. 대구의 잔치국수는 기본적으로 양이 어머어마하다. 곱빼기는 씨름 선수나 먹는 양이 맞다. 다른 테이블에 나오는 국수의 양을 보고 주문하기로 하자. 물론 곱빼기를 다 먹더라도 모른 채 해 주리다.
팔팔 끓여 나오는 타 지역과 달리 대구식 국수는 뜨겁지 않다. 40도 언저리의 낯선 온도는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국수는 원래 공단 노동자의 음식이었다. 날은 덥고 하루종일 뜨겁고 단단한 금속과 씨름해야 하는 노동자의 입맛이 좋을 리 없다. 일하다 와서 후루룩 거리며 빠르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미지근한 국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맛있는 김치는 덤이고정신이 확 돌아올 매운 고추는 선택이다.
대구에서 입맛이 없는 날엔 잔치국수를 드셔보시라. 후루룩 입에 가득 면을 치고 나서 꿀꺽 꿀껄 들이키는 따스한 국물이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