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던 길이
오늘은 버겁다.
같은 골목, 같은 풍경인데
은하계를 통과하는 것만큼
힘이 든다.
아무렇지 않게 했던
안녕이라는 인사가
오늘은 손이 떨린다.
반짝이는 너의 미소를 보곤
내 속은 무너졌다.
그리하여
꺼내선 안 됐을 이야기를
용기랍시고
꺼냈다.
그리하여
헤어졌다.
늘 돌아 나오던 길인데
한 걸음 한 걸음
늪을 밟는 것처럼
억장이 무너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너의 하얀 얼굴이
눈 앞에 지워지지 않을 것을 알았으면서도
나는 끝내 저질렀다.
아직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
후회를 해야하고
아파야 하고
몇날 며칠
나는 너를 앓아야만 한다.
그래야 이 모든
헤어짐의 절차는 끝이 난다.
그렇게 나는 끝이 날텐데
내 기억 속의 너는
끝내 끝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