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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Jul 15. 2019

파리는, 파리다! 변함없이 늘

도시를 걷다 #16/1 - Paris


후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번의 파리Paris는.



여행의 로망, 그 이름 파리...............


이십 대 그 어느 여름날, 처음 도착했던 파리는

그저 경이로웠고, 눈으로 파고드는 모든 요소들이 고풍스러웠으며,

디저트는 혀끝에서 녹아내렸고, 거리에서 우물우물 베어무는 바게트조차

(아, 바게트만은 여전히- 세계 그 어느 곳의 맛과도 비교하기 힘든 독보적인 특색이! 있기는 하다)

왜 이렇게 고소하고 바삭한 거지.... 수도 없이 되뇌게 했더랬다.

두 번째 겪은 파리는 그제서야 살풋, 민낯을 드러냈으니-

땀 냄새와 열기 그리고 수백 년 켜켜이 지하에서 고이 쌓인 먼지가 나풀대는-

지하철의 탁한 공기와 어둑함, 때때로 오줌 냄새와 눈앞에서 벌어지는 소매치기들의 향연-0-과....

세 번째부터는 바야흐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시내 곳곳 시설들의 열악함과 무신경함에 진저리를 치기에 이르렀으니

이제 더 이상 파리라는 도시가 그저 누구에게처럼 화려하고 거창한 수식어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도무지.








형형색색 보석과도 같은 패스트리들,

케이크들, 초콜릿들,

봉봉과 누가들도,














누군가 한 번쯤은 탐낼 법한

명망 있는 브랜드, 우아하고 깍듯한 서비스도,

감탄과 탄식마저 절로 나올 법한 멋진 공간들도,










커피의 맛은 베를린과 런던에 필적할 수 없었고,

내어주는 뿌연 물컵은 미적지근 비릿했으며

다디단 패스트리의 맛은 어느 유명한 불랑제리를 두루 가보아도 

'비스꾸무리'하게 느껴지기 시작해 더 이상.... 이젠 더 이상 맛집이니 전통이니를 찾아 헤매지 않고

거리에서 간편하고 담백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일쑤, 가 되어버렸다.

팔라펠과 샌드위치, 바게트와 까망베르, 꿀 약간, 까만 자두와 뾰족하고 물기 적은 배, 초콜릿과 오랑지나

아, 내 안의 '로망 인자'가 이젠 파리에서 속수무책이 되어버렸어!!!








그렇지만, 인생 참 재미있지,



어떤 깨달음과 변화는

어느 순간 그렇게

아주아주 사소하게

혹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바람같이 벼락같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어느 가을, 짧았던 시간

온전히 오롯이 파리의 가을을

내내 걷고 걷고 또 걸으며 겪어내고선


나는 다시는 파리의 '덧씌워진 거품'을

입술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파리는, 파리다.

그 어떤 도시와도 대체 불가한

파리만의


공간들

뉘앙스

무드

색채와 

자부심!!!













그렇게도 매번,

몽마르트 언덕을 오른다.

사크레 쾨르Sacre cœur의 순백색이

여행객의 분주한 마음에 안온함을 주나 보다.

아침 일찍 도착해 슬슬슬,

골목길을 천천히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간혹 들끓곤 하는 소매치기나 팔찌 사기단의

우려 따위 없이 

온전히 파리의 찬란한 태양- 을

누릴 수 있기에.

















































































그리고 이 동네에는

굵직한 상을 타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름난 빵집들이

곳곳에 있다 하는데,


내려오는 길에 빵,

한 군데쯤은 들러 먹어줘야 한다.

아침 산책 후

솔솔솔 골목길을 온통 휩싸고 도는

그 안온함과 풍성함으로

이 언덕배기가 기억될 것이기에.
















'명소'랍시고 그래도 다시 한번

들르게 되는, 거 참 사람의 심리라는 게

이렇게 오묘하지


















제법 조용하고 평화로이 시작된 파리의 아침은,

해가 떠오르고 도시가 두런두런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궤를 달리해

계속된다-


파리에서 내 두 발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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