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kaya Lee Jul 17. 2019

묘지를 걷는 여자, 나예요

도시를 걷다 #16/2 - Paris



제법 긴 시간을 한 도시에 오롯이 들이는 여행자의 신분이 되면

어쩌다가 하나 둘,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

여간 친하지 않고서야 '타인'에게 함부로 드러내거나 소개하고 싶지 않은 장소들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나의 답은 늘 정해져 있건마는....

뭐 그리 비밀스러운 비밀이라고,










파리의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새벽 같은' 시간에조차 문을 여는 곳들이 있어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장소

누군가는 아직 침대 안 노곤한 기운에 취해

꾸무럭거릴 시간,

뺨에 와 닿는 약간 찬 공기를 흡흡, 마시며

시장으로 종종걸음 치는 내 발걸음이야말로

이 세상 제일 가벼운 바로 그 순간.
















어쩌면 이렇게나 늘 새롭고

늘 영감을 주며

늘 정겨울까

그야말로 한결같은 꾸준함으로.




































그리고 서점

골목 끝마다 작은 서점들


꼭 빼놓지 않고 들르는,

들를 수밖에 없는

그곳!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 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다.


그렇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는 갖가지 모습들은,

풍경들은, 얼마나 

충만한가요.














커피를 한 잔

부리나케.... 는 말고,

숨을 좀 돌리면서



그래, 나는 지금 파리에 있다.

















그 수많은 미술관들과 박물관들이

도시 도처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무슨 재미로 이 길들을

끝도 없이 헤맬까나?



























































무수한 곳들 사이에서도....

은밀한 기쁨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조용하고, 관광객이 잘 찾지 않으며

나와 같은 어느 결을 간직한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게 되는 곳들.

누군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흡사 고전 프랑스 영화의 주인공 같은 그녀.

너무 그림 같아서,

호흡을 잠시 고른다 나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안에서는

발걸음을 떼고 싶지가 않다.

그냥 이대로.




















그러나 나는 여행자




























































오랜 전통을 겸비했지만

변치 않는 맛과, 자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곳들-

이 메뉴만큼은 파리에서,

여기가 최고다. 내 마음속에선 언제나.

십수 년 전 아주머니는 계란 반숙 하나를 살며시 학생 손님에게 얹어주었지,

여전히 그 기억은 어딘가에 살아 있어요.





그리고 해가 아주 저물기 전에, 마지막 발걸음은 늘....

정말 좋아하는 곳으로. 남들은 이상하다 할지 몰라도.

망령들의 공간은 어느 나라에서나 대체로 고요하고, 특유의 맴맴한- 공기가 감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예쁜 비석들을 쓰다듬고 언저리를 잠식한 이끼들의 색조에 감탄한다.

묘비에 작게 비치된 흑백 사진들을 보며, 주인이 땅에서 사라진 시대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페르 라셰즈Père Lachaise는 꽤나 정말 넓어서- 많은 명사들이 잠들어 있고,

입구 어귀에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기도 하지만.... 만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주의를 기울여 발길을 잘 살필 일이다.


쇼팽, 짐 모리슨, 마르셀 프루스트- 모두 다 찾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난번에는 오스카 와일드를 방문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에디스 피아프Edith Piaf와 콜레트Colette 여사와의 조우를,

순전히 우연에 한번 맡겨보기로 한다.





거짓말같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묘지 거닐기를 사랑하는 사람.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에는 꽤 운이 좋았다.

이 넓은 곳에서,

정말 그녀를 찾았다!


콜레트, '우리들의 콜레트'-

그림 같은 시대를 살다간 

뮤즈로서 영면한.


조용히 안녕을 고하고

막바지에서, 나는 또 조금 더 행복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는, 파리다! 변함없이 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