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대첩을 생각하며
장군은 전장의 퍼런 서슬을
산과 같이 누르고
말없이 바다를 보았다
망망대해는 백지장 한 장으로
울렁였고, 검은 먹자국들은
적선이 되어 수평선을 건드릴 때
내 백성들아, 나의 장수들아
그대들은 나의 심장이니
가장 깊숙이 찔려오는 칼
그 빛 서린 날의 지혜로
이쪽에 먹을 찍고
붓으로 휘날려 낸
그림은 학이 되어
바다 위에 날개를 펼치니
호령은 산과 같고
눈매는 절벽을 때리는 파도가 되어
활과 포를 쏘아 대는
한산의 배들이여
두려움은 두려움이 아니며
죽음은 죽음이 아닌
이곳
오늘도 마지막을
함께 하리라며
멀리 바라보는데
저 앞으로 힘차게 물결 가르는
귀선 한 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