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고 나서도 한참을 모르고 있었다. 다시 필요해져서 찾았을 때는 이미 없어진 후였다.
내가 아끼던 보라색 우산 이야기다. 분명 2주 전에 비가 오던 날 들고 나갔었는데, 어제 외출할 때 보니 그 우산이 보이질 않았다. 속상했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의 비를 막아주고 있을 거라 위안 삼았다.
새로운 우산을 하나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화려하고 예쁜 우산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 우산들은 수명이 다 하면 재활용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산은 천, 살대, 스프링, 클립, 손잡이 등 재질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가급적 재질별로 분리해서 버리는 게 원칙이나, 여러 재질이 섞여있어 사실상 재활용이 어렵다.
좀 더 재활용이 용이한 우산은 없을까 찾아보다가, 한 업체를 발견했다. 해당 업체는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업사이클 우산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살대부터 손잡이까지 모든 부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일 재질로 분리수거가 쉽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또한, 사용하다 고장 난 해당 업체의 우산을 반납하면 2,000원 환급금도 제공해 주고, 재활용해서 새 제품을 만든다고 하니, 지속 가능한 우산이라 할만했다.
디자인은 다소 좀 투박하지만 어떤가. 이 정도면 합격이다. 우산 하나를 구입했다.
아끼던 보라색 우산을 잃어버렸지만, 인생 우산을 찾은 것 같다. 이번엔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선순환될 수 있도록 잘 들고 다녀야겠다. 비 오는 날이 기대된다.